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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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일상 생활의 정리를 돕는 책들이 눈에 띄인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현대 문명은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소비심리와 잡다한 물건을 허하였다. 천원샵부터 명품관까지 소득맞춤소비시스템으로 누구나 뭐라도 소유할 수 있다. 인류사에서 가장 풍족한 시대건만 우리 사회 또 다른 주제어는 ‘힐링’ 이다. ‘이곳’에 살면, ‘이것’을 가지면 ‘영원한 행복’을 누리리라 하였으나 전 지구적 우울과 결핍감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도미니크 로로의「심플하게 산다」에는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가 있다.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잠을 깨고 싱크대에서 한 끼를 해결하면 끊임없이 들려오는 텔레비전 소음과 학교로, 일터로, 가사노동으로 들어선다. 우리가 숨쉬고 일하고 사는 공간을 휴식으로 느끼긴 힘들다. 로로는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의미를 찾고 충만한 몸과 마음을 일구자 권한다. 로로는 ‘물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게 탐욕의 대상이 된다. 물질적 재산, 사업, 예술품, 지식, 아이디어, 친구, 연인, 여행, 신神, 그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의 자아까지도.”.

“우리 문화는 심플한 삶을 선택한 이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비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해가 되기 때문이다.”,“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 거실을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대로 꾸미느라 에너지를 잃고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고 찾느라 시간을 잃는다”, “버리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일 힘든 것은 버리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게 불필요한지 판단하는 일이다.”

 

‘정리’가 왜 화두인지 알겠다. 성별, 연령에 맞춰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은 지하철 광고판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그렇게 사들인 것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야하는지, 언제 비워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욕망은 물리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아,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구매가 곧 존재인 사회에서 ‘비우기’는 ‘주변인 내지는 불안한 개체로 취급 받’는다.

 

로로의 책이 심플한 표지만큼 ‘단순한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구현하려면 기꺼이 ‘주변인’이 될 각오가 필요하다. ‘스스로 소박한 삶을 선택해 적게 먹고, 적게 소비하고, 적게 험담하거나 아예 험담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아마도 “격조 있는 비움. 삶의 매 순간 의미를 발견하는 삶. 한 끼를 먹어도 머리를 매만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음미하며 먹는 것, 좋은 물건을 볼 줄 아는 심미안, 공들여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으로 산다. 이렇게 살아가고 싶은가? 아니, 살아갈 수 있을까? 일상에서 의미를 찾자는 로로의 말은 ’순간에 깨어있으라‘한 불교 수행 방식과도 닿아있다. 우리는 밥 먹을 때 ’업무‘ 생각, 일하면서 ’또 다른 일‘, 그렇게 삶의 매 순간 또 다른 걱정거리로 전전한다. 로로처럼 살 자신은 없지만 한 가지라도 실천한다면 다른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쉬는 날, 냉장고에서 꺼낸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라 예쁜 접시에 반찬과 밥으로 놓고 싱그런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점심 한 끼 먹어보면 어떨까? 기온이 더 떨어지기 전, 자연을 느끼며 정다운 이와 따뜻한 도시락을 먹어보자. 매 순간 심플 라이프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만이라도 ’심플 라이프‘의 시작일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의 말에 따르면, 인류의 미래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내면의 깊이를 발견하고 그 내면에서부터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속도가 현대 문명의 두 가지 적’이라는 지은이는 ‘심플한 삶은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것, 가장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란다. 심플한 삶은 부단한 노력, 공부와 수행의 결과이다. 당신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또한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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