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행사 홍보문을 붙이러 다니던 중에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지연이가 전화했다. 휴가로 아기랑 얼굴 보러 왔단다. 열다섯, 그 아이가 엄마가 되었다. 십 여 년의 시간을 나눈 사람들과 더불어 그녀는 커왔을 것이다. 또래 친구뿐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을 공유하지만 당연하지는 않은 관계,‘어른’친구는 현재 너머의 세상을 엿보는 창이다. 소년들과 어른 친구가 나오는 책,『나는 뻐꾸기다』와 『위저드 베이커리』를 며칠 간격으로 만났다. 동화와 성장 소설의 주인공들을 한꺼번에 부른 건 삶의 틈새를 메우려 애쓰는 그들의 모습이 닮아 보여서다.

자신의 가족에게 거부당한 두 소년은 사회적 결핍을 안고 사는 어른 친구들을 만난다. 이름이 없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은 상대와 ‘거리’를 둔 문자 매체가 없으면 말을 더듬고  마법(마술이 아니다)을 인정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마법사’인 제빵사를 만난다. 한밤중 대탈주라는 위기의 순간에 만난 어른 친구. 그를 통해 소년은 삶은 누군가 또는 무언가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것이란 묵직한 잠언을 얻는다. 자신이 가진 책임의 크기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

『위저드 베이커리』가 맵고 쓴 맛이라면 『나는 뻐꾸기다』는 눅눅한 이불을 햇볕에 잘 말린 듯 보송보송한 느낌을 전한다. 뻐꾸기 소년의 어른 친구는 술과 기러기 아빠라는 결핍으로  눅눅한 현실을 드러낸다. 뻐꾸기 소년의 현실은 부모의 부재를 한 눈에 드러나게 외삼촌에게 맡겨졌다는 사실이다. 눅눅한 현실에 햇볕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동재는 사회 적응 점수 십점 만점에 8점인 모범생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이 자잘한 좌절 속에서 누구와의 소통도 거부한 채 외부 세계에 빗장을 질러버린 반면, 동재는 뻐꾸기라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속상해 하지만 소통할 친구들을 가졌다. 이혼으로 괴로워하는 어른 친구에게 “아줌마한테 이제부터 술도 안 마시고 청소도 잘한다고 하세요”라는 충고를 아끼는 않는 동재의 모습은 구김살 없는 열한 살 아이 자체다.  

 

책 속 등장 인물들은 여러 이유로 가족 해체를 겪고 있다. 인간 관계의 첫 출발인 가족 관계의 해체는 소년에게도 어른에게도 커다란 고통이다. 해체된 가족 관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나갈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위기에 몰렸던 『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이 독립하여 새로운 가족 형태를 창조한다면,『나는 뻐꾸기다』는 흩어졌던 가족 관계의 봉합을 택했다. 핏줄이 근원인 가족 형태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느냐 아니냐는 소년들의 삶의 방향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어느 성장 소설보다 어둡고 우울하다. 한 가지 위로라면 때론 유사 가족 관계가 전통 가족 관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껏 가출한 곳이 이웃집인 『나는 뻐꾸기다』의 소년은 남의 둥지에 살고 있는 ‘엄친아’다. 아이와 어른들은 서로가 가진 고통의 절대 값을 인정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누구의 삶에 더 공감하고 자신의 모습 일부를 발견하게 될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한 적 있다면 『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을 만나라. 따사로운 이야기 한 편이 그립다면 『나는 뻐꾸기다』를 권한다. 십대 자녀가 있다면 두 책을 다 권한다. 동화와 성장 소설의 문체와 분위기의 간극만큼 빠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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