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컷 - [할인행사]
제인 캠피온 감독, 맥 라이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보는 것들 중엔 이제 심금을 울리는 것들이 별로 없다. 가슴뜨겁게 느꼈던 영화'로메로',가슴 아픈 기억과 추억을 말하는 '중앙역' ,...많은 영화들이 나의 가슴 한편에 한 자리씩을 차지하였다. 영화때문인지, 뜨거운 가슴때문인지 이제는 모호하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잠언처럼 이제 새로운 영화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영화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제 전처럼 좋은 영화 - 평론가들이 엄지를 치켜세운, 또는 유명한 영화제의 수상작-들을 가려 보지 않는다. 대신 ㅋ '이 영화는 너무 가벼워 시간 낭비야'라는 영화들을 찾아다닌다. 가벼움 속을 헤엄치며 인생의 무거움에서 벗어나려는 짓거리에 다름아니다. 이젠 말랑말랑한 영화들이 좋고 그것들로 내 눈을 채운다.

얼마전 인더컷(IN THE CUT)을 봤다. 평론가들의 대부분이 혹평을 했다. 그러나 봤다. 무엇때문에... 로맨틱코메디의 여왕 멕 라이언이 벗는다고 해서? 감독이 제인 캠피온이라? 생각해보니,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단 한 장면 때문이다. 기억이란 정확하지않다. 보여주는 영상은 내가 보고싶은 이미지가 중첩된다.

도로 가장자리, 프래니가 흐트러진 차림새로 길을 걷고 있다. 어떠한 상황이건 위험천만한 분위기지만 그녀는 참으로 자유로워보였다. 영화로 보니 프래니가 연쇄살인범을 해치우고 히치하이크로 '즐거운 나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장면이다. 방송에서 본 그 장면과 영화에서 본 실제 장면과는 거리가 있었다.

미국쪽의 혹평, 우리나라 관람객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평론가들은 유지나를 제외하곤 그냥 저냥 !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좋다. 인더컷 - 온 몸을 상처속으로 던진다는 뜻으로 씨네21 정여울씨가 해석한다.

제니퍼 제이슨 리의 정원 장면, 노래, 첫 장면이 좋다. 이 영화가 어떠한 장르인지 하나도 궁금하지않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 관심없다. 오직 내가 보는 것은 프래니가 가진 두려움과 욕망- 동생의 토막살인으로 보여주는 징글징글한 이 세상의 공포, 그리고 두려움의 고리를 끊고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 그 자체이다.

엄마와 아빠의 로맨스를 동생에게 이야기하며 프래니의 존재는 로맨틱한 관계의 산물인듯하지만 프래니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아빠와 엄마의 로맨스는 아빠의 스케이트날이 엄마의 다리를 잘라버리는 꿈속 악몽으로 상징된다.

프래니가 살고 있는 집, 주변 환경은 프래니의 삶이 결코 주류 사회에 속해있지 않음을 역설한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가진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머리속의 문제다. 교사이자 속어집을 만드는 언어학자로 세상의 이면과 어두운 세상속에 살고 있는 프래니의 모습은 동생과 동생의 직업, 그녀를 둘러싼 그 주변부적 사람들에서 그녀가 결코 주류사회에서 던져주는 먹이에 침을 흘리는 내숭쟁이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녀는 안정된 사회에 살지 못한다. 세상의 수 많은 위험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철저히 숨기며 자위만으로 만족하고 세상에 자신을 던지지않는다. 프래니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연쇄살인사건은 어쩌면 프래니가 가지는 두려움의 극한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두려움속에 자신을 가두어 그 연약한 울타리속에서 살것인가 아니면 그 위험천만한 도시 속에 - 남자들 속에- 나 자신을 던져 '살아남은자'가 될 것인가?

이 죽고사는 목숨을 건 사투에서 프래니의 동생은 죽은 자가 되었고 프래니는 살아남은 자가 되었다. 영화 관련 기사에서 프래니를 가부장제 또는 남성중심의 폭력의 세계에 대항하는 또는 제압하는(말로이 형사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인물로 그리고 있다.

글쎄...... 가부장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싫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남성중심 사회에서 약자로 태어난 여자의 비애일 수 있겠지만 , 그저 두려움과 공포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으로만 파악하려한다. 프래니의 두려움은 어릴때부터 보아온 부모의 관계에서 보여준 엄마의 나약한 모습이 투영된 것이다. 나로 서지 못하고 남자가 떠나자 자살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프래니는 남자로 상징되는 삶의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을 가두어 안전이란 영역을 확보한 프래니가 그 울타리를 허물며 조금씩 몸을 움직일때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게 되고 연쇄살인범을 처리하며, 여전히 수갑에 묶인 자신의 연인 곁에서 지친 몸을 뉘이게 된다.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욕망을 누르며 살아가던 그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정답은 없다. 그녀는 막 첫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처럼 이제 그 공포의 늪속에서 겨우 한 발을 뺏을 뿐이다.

연인곁에 지친 몸을 뉘인 그녀는 그 연인곁에 지친 날개를 접을까?

글쎄...! 그녀는 아마 새로운 세상 두려움을 떨친 자신의 욕망의 실현

을 위해 자신의 버거운 날개짓을 그만두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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