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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냥 ㅣ 보림문학선 7
레이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매스 스태에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5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전 유럽에 걸쳐 4만여명이 희생되었다는 마녀 재판, 에스벤은 마을 사람들의 고발로 어머니를 잃는다. 어제까지 어머니에게 치료를 호소하던 이웃들은 에스벤의 어머니를 ‘마녀’라 칭하며 악마와 거래하여 사람들의 아픔을 고치는 재주를 얻었다 비난한다. 한 여인을 마녀로 몰아 태우는 집단 광기로부터 도망치던 에스벤은 ‘한스’를 만난다. 소년 에스벤은 어른 한스로부터 버드나무로 통발을 만들고 물고기를 잡는 법, 힘이 나는 스프를 만드는 법 등 자잘한 일상의 지혜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용기와 통찰력을 배운다. 어머니를 해친 세상과 이웃에 대한 증오와 무기력으로 피폐해진 에스벤은 자연의 세계처럼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갖춘 한스와 지내면서 태양과 마주할 기운을 얻는다. 에스벤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치료하면 그들의 고발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도망치지 않고 머물면서 싸움을 받아들이는‘ 한스를 보며 조금씩 성장한다.
“....아저씨는 아주 강하고 확신이 있는 사람 같아요” 에스벤이 말하자 한스가 대답한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얘야. 사람은 자신이 강하고 확신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 끝장이란다.”......“진리를 발견했다고 믿으면서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될 때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추는 거란다.”
불길한 예감대로 한스는 치료 능력 때문에 잡혀가고 에스벤은 한스가 열어준 삶의 길로 ‘해변을 따라 초원을 달려간다.’
소년은 이제 길든 짧든 제 몫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소년은 어미를 죽인 집단 폭력의 편에 설 것인가? 어머니와 한스처럼 괴롭힘을 당하는 편에 설 것인가? 초원을 달려가는 소년의 이후의 삶은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일상의 면면들 일 것이다.
책은 자신의 두려움이 무언지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에스벤의 성장소설로, 집단 광기의 폭력을 자행하는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마녀 사냥꾼에 대한 깨달음으로,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를 위해 가진 능력을 베푸는 참 용기를 지닌 한 인간의 삶의 궤적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대에 병으로 교단을 떠난 지은이의 이력이 말해주듯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마녀 사냥이 횡행하던 시대 풍경 속에 집단 폭력과 선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하루 하루 성장하는 것임을 공감하는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p.s 한스의 질문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너는 어디에 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았겠느냐? 다른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냐,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 있는 어머니냐?"
....나는 ...정말로 ....사소한 것에만 분개하는 소시민으로 정녕 선택이 가능하였다면 .....어머니를 그 바깥에 모셔놓았을 것이다.
그저 책을 보며 " 부디 너는 이른바 참된 신앙에 매달리지 말고 건전한 의심을 추구하기 바란다"에 방점을 찍으며 '회의'하는 자로서, 맹목적 믿음을 의심하는 자이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