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이 떠진다. 9시가 되자마자 현우와 손잡고 은행에 가서 어제 정리한 현금을 모두 한 계좌에 입금했다.
은행 앞 공원에 나란히 앉아 LH 어플을 켠다.
"숫자 맞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 0이 너무 많아서 헷갈려."
현우와 나는 번갈아 금액을 두어 번 확인하고 버튼을 누른다.
무사히 상환된 건지 대출 잔액을 여러 번 확인하고서 핸드폰을 가방에 넣는다.
나는 현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미소 짓는다. 계좌는 다시 텅 비었지만 마음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꽉 찼다. 항상 표정 없던 내 얼굴에 표정이 생겼다.
"현우야, 우리 떡볶이 먹을까? 우리 맨날 가던 데."
"그래. 가자."
"오늘은 소시지도 추가하자."
"그래. 너 먹고 싶은 것 다 시켜."
우리는 손을 꼭 잡고 같은 길을 걸어간다. 쨍한 햇살이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P.66 집 샀다며?
소설의 결말은 아직 모르겠다.
상관이 없다.
젊은 두 부부의 웃음이, 표정 없이 살던 이서기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와 생기가 덩달아 나도 미소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