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들에 관한 기억
서수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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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이룰 수 없는 그 밤,

새의 노래는

어두움을 물리치고

새벽이 오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새를 기다린다.

새의 노래를 기다린다.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서 ...

어두움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기억한다는 것...

걷고 있었다


저녁이 되기 전의 산책이었다


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았다

친구에게 온 전화를 받으며 강을 쳐다보는 산책

.....

새들의 가슴에 가로등이 켜지고

저녁이 다가올 무렵,

벤치에 앉아,

젖은 머리를 바람에 말리며,

일몰을 느끼는 시인의 모습을 본다

어두워지면서,

가로등이 켜지고,

별이 떠오르고,

밤을 준비하러 사라져 버린,

새들의 날갯짓은 비밀스럽다

나의 이야기로만 머물 수가 없어서

너에게 전하고 싶은 내 존재의 향기가

화려한 빛이 아닌 수수한 잉크 꽃으로 전해지는

편지를 쓰는 시간이 된다

깃털 3

내 존재의 향기...

잉크 꽃으로 피어나는 그 향기는 어떤 느낌일까

깃털 하나에 글자들이 새가 되고,

글자 속 새들이 춤을 추고,

춤을 추는 새가 시인이 된다니...

시인의 삶이 곧 새의 삶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노래한다는 것 ...

밤에 묶여진

어두움이 쌓였던

세상을 향해

이제 일어나라고

그대여 이제 어제 쌓인 찌꺼기는 버리고

.....

새들은 새벽에 청아한 소리를 내고

새벽이 하루 한 번씩 찾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루의 고단함,

전쟁 같던 시간들을 위로하며

어둠 속에서 상처들을 치료받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아침이 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아침마다

햇살 모시고

참새들이 왜 이리 많이 찾아오나 했더니

창을 열면

보이는

집 앞 은행나무 있었네

.....

친구야

은행나무, 한 그루 내 맘에 심어놓을 테니

참새처럼 재빨리 날아와줄래?

왜 오나 했더니

친구가 그리운 날이다.

은행나무도 그립고,

만남도 그립다.

날아올 수 없다면,

내가 날아가면 되지.

귀여운 참새들의 날갯짓을 따라서

짹짹짹 수다떨기 위해서.

바라본다는 것...

가을이 되면

새들은 마음을 살찌운다

하늘과 더 가까운 곳으로 날아가서 노래하려고

한 해의 시작은

칼날 바람이 부는 겨울이라는 것을

새들은 알기에

.....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 꽃들로 피어날 꽃씨들을

마음에 저장하고

더 청명하게 더 느긋하게

더 맑은 바람에

날개를 부비며

한 해의 시작을 기다린다

새들의 전략

새들도 설날이 있을까

새들도 달력을 알까

새들도 봄여름가을겨울은 알겠지

온몸으로 느끼겠지

덥고, 춥고, 시원하고, 따뜻한 느낌

새들도 느끼면서 날겠지

새들이 날아가는 곳

그곳이 항상 궁금했었다

소유하지 않아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들은

나무에 지었던 집을

나무의 품에 다시 돌려주었으리

.....

새들의 여행

그 자유로운 영혼들은

어디로 여행을 떠난 걸까

다시 돌아올 철새들도

오지 않을 다른 새들도

모두 그리운 순간이다

새를 기다리는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높고 뾰족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어느 순간 새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시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새들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도시에 살면서

어느 순간 잊고 살았던 소리들

자동차 소리에 익숙해져

새들의 존재를 망각했던 순간들

전봇대 줄이나

고층건물 유리창 앞에서 헤매는

또는 환기통으로 들어와 방황하는

수많은 어린 새들, 작은 새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서서히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새들

그들은 지금

이 추운 겨울에 어디를 여행하고 있을까

시집을 읽는 내내

시인과 내가 새가 되었고

나도 지금 날고 있으며

새가 되어 여행을 하고 있다

.....

아름답고, 따뜻하며, 화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시집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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