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서사는 인물, 사건, 배경의 삼요소가 각각의 꼭짓점을 이루어야 한다.
이 소설은 사실과 논리에 기반한 s형의 민환과 직관과 영적인 기운에 기반한 N 형의 민매월, 다른 듯하지만 조선시대 순종적인 여자의 삶을 벗어나려는 진취성에서는 동일한 두 자매가 인물의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
이 소설은 한 소녀의 참혹한 죽음과 그 진실을 쫓다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려는 한 소녀 탐정의 이야기다. 환이는 이 소설의 시대상을 잊을 정도로 논리적이고 사실 중심적이고 진취적이고 용감하다. 그리고 그 죽음의 비밀을 쫓으면서, 고려에서부터 이어졌던 조선의 공녀제도의 어두운 실상을 밝혀간다.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소녀 탐정의 서사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에는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미스터리에 어울리게 잘 설정되어 있다. 시간적 배경으로는 공녀제도가 여전히 남아있던 조선을 설정하여, 중국과 조선의 역사적 상황과 유교적 가부장적 사회안에서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운명과 그 사회에 균열을 일으키려하는 소녀들의 삶이 들어있다. 공간적 배경으로는 육지와 고립되어 있지만 육지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으며, 땅 속의 자연동굴과 한라산이라는 그 어디보다 더 신비로운 공간인 제주를 설정하여 이 미스터리가 더 깊고 넓게 뻗어나가는 토대를 만들고 있다.
서사의 삼요소가 잘 설정되어 팽팽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의 크나큰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서로의 존재의미와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된 두 소녀가 헤쳐나갈 모험들이 흥미진진하다.
길고 긴 소녀탐정의 프리퀄을 본 기분이다. 기대한다. 민환과 민매월. 응원한다. 민환과 민매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김동춘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변은 패널티 안줍니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모술수 권민우가 이렇게 따질 때마다 정명석 변호사가 짓는 표정을 기억하나요?
‘하…얘가 또 왜 이러나…멀쩡한 것같은 애가 왜 또 이러나..이걸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나…’ 하는 그 표정 말이다.
그게 내가 20년의 교사 생활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던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이 짓던 표정이었다.

나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스무해가 넘도록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갈짓자 행보를 교육의 최전선에서 살아냈다.
수기로 작성하던 생활기록부가 NEIS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에 적응했고, 이명박 정권의 특성화고등학교 지원 정책의 수혜자였고,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의 초기에 말도 안되는 전설로 회자되는 입시 결과도 지도해봤고, 그 학종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뒤틀리고 왜곡되어가는 지를 생생히 목격했으며, 28년 전 학력고사에 비해 새로운 사고력 측정 시험으로 찬사받았던 수능이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연명하게 된 꼴을 보았고, 그 와중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교실 붕괴를 막아보려고 미친 년처럼 화도 내보고, 개그맨처럼 도라에몽 개인기도 펼쳐보고, 얼리어답터처럼 더 새로운 기법과 기술을 따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학교가 교사가 학부모가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져 가는 지를 보았고 가장 마지막에 보았던 것이 ‘권모술수 권민우’였다.
부모의 경제적 자본이 문화자본으로 전환되고, 시험을 통과한 소수가 사회의 모든것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사회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고통과 고난을 감내하는 노력과 인내심이라는 미덕을 가진 권민우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권민우가 어떻게 아수라 백작처럼 한 몸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성실하고 똑똑한 권민우가 왜 초조한 2등 자리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 권민우가 되는지를 보았다.

이 책은 우리사회와 교육을 횡적, 종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분석하여, 그 모든 시작과 끝에는 ‘공정’의 탈을 쓴 ‘시험능력주의’와 삶의 가치와 의미가 물질로 측정되어 줄세우는 우리 사회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장 한 장 읽어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 영혼과 육신을 갈아넣은 지난 20년의 교육자로서의 삶의 결과가 사회 곳곳에서 튀어 나오는 ‘권모술수 권민우’나 , 무력진압과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으로 협박하여 노동자의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대우조선해양사태나,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청소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주장도 듣기 싫어하는 엘리트 학생을 키우는 것이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줬다. 교육이 인간을 바꾸고, 인간이 사회를 바꾸는데, 내가 이 거지같은 2022년의 오늘에 일조 한 것 같아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밥알이 곤두선다.

그럼에도 힘들게 힘들게 한 장 한 장 읽어간 이유는 이 글의 끝에 해답이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글의 마지막에 저자는 제도개혁, 구조개혁, 가치개혁의 3차원의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읽고나도 답답하다. 알고 있다. 교육은 답이 없다. 교육은 사회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있으므로 사회를 바꿔야 교육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면 사회가 바뀌는데, 이 사슬을 끊어내는 방법은 칼을 들어 잘라내는 것 뿐인 것 같아 절망하고 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와 권민우의 시니어 변호사인 정명석 변호사가 또 패널티 소리를 꺼내는 권민우에게 돌아서서 일갈한다.
“ 권민우 변호사 패널티 되게 좋아하네?!!! 같이 일하다가 의견이 안맞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얘기해서 풀고 해결을 해야죠! 난 그렇게 일 안합니다.”
정명석의 단호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로운 세상의 가치관에 내가 뒤처지는 소리를 하는 걸까봐 눈치보던 정신이 번쩍 든다. 새로운 세상이건 뭐건, 옳은 건 옳은 거고 틀린건 틀린 거다. 각 분야의 시니어들이 저렇게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단호하게 말할 때, 우리 사회의 시험능력주의는 변화될 것이다.
‘그동안 철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기만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제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 힘들게 힘들게 한 발 한 발 온 몸의 힘을 끌어 모아 바꿔 나가야 한다. 세상이 빙빙 돌아도 언젠가는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의지로 낙관하며, 좌절과 분노, 절망감을 넘어서서 내 자리에서 옳고 그름에 대해 일갈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도 사람도 세상도 변한다.

* 이 서평은 창비의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아프지는 말고 출근합시다 - 5명의 전문의가 전하는 직장인 맞춤 처방전
청든남(청진기 든 남자들)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아프지는말고출근합시다#미래의

#도서협찬리뷰


 책은 직장인의 하루를 따라가며 직장인이 겪게 되는(또는 겪게 통증과 질병의 증상과  치료법을 나열하고 있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잠자는 자세까지아침부터 밤까지모든 시간과 공간에는 얼마나 많은 증상과 질병이 존재하고 있는지….출근을 한다는 밥벌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새록새록 보여준다물론  치료와 예방법은 포털사이트의 정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 나만 이렇게 힘든  아니구나밥벌이란 이렇게 힘든 것이구나하고 위로 아닌 위로는 받게 된다.


 책을 읽다가  #피로사회  다시 꺼내 읽었다

재독철학자 #한병철  우리 사회가 금지의 부정성으로 규정되는 ‘규율사회에서

무한정한   있음의 ‘성과사회 변화되었다고 규정하고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포화되고과열되고고갈되어 버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소진된 개인에 주목한다.   

“ 긍정성의 폭력은 박탈하기보다 포화시키며 

배제하는것이 아니라 고갈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직접적으로 자각되지 않는다.”


 책을 집어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나를 착취하고 채찍질하도록 만드는 이런 세상에서는 

스스로 바닥까지  불태워서 꺼져버린 영혼이 되기 전에,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몸이 보내는 경고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앓는 문제라고 흘려보내지 말고

계속 생각하지’ 말고, ‘돌이켜 생각하기’ 하며 

자신을 돌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떴다! 배달룡 선생님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저학년) 신나는 책읽기 61
박미경 지음, 윤담요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장 선생님은 하루종일 뭘 할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궁금증도 사실 교사가 된지 10년 쯤 지났을 때야 들었지,

 초임 교사 시절에는 교장선생님의 시간이 궁금할 틈도 없었다.

 천지분간을 못하는 반인반수 말썽쟁이들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느라 아침에 타놓은 믹스커피를 퇴근시간에야 원샷할 때도 많았으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둥지둥 막느라 남의 시간 따위는 궁금해 할 새도 없었다. 


교직에 근무한 지 10년 쯤 지나 중학교, 예술고, 공업고, 인문계를 거치며 

베테랑의 포스를 흉내내게 된 나는 질투섞인 눈으로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은 저 넓은 방에서 하루종일 무얼 하나? 

교장선생님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어떤 교장샘은 깨끗한 복도와 잘 정리된 게시판에,

어떤 교장샘은 학교 뒷마당의 텃밭과 국화키우기에,

어떤 교장샘은 인서울이 몇 명인가, 의대를 몇 명 보냈나에,

어떤 교장샘은 교육청 넘버2,넘버3로 갈 수 있는 인맥에,

어떤 교장샘은 조직을  손 안에 쥐고 권력을 휘두르는데,

어떤 교장샘은 서비스마인드로 고객인 학부모와 학생을 만족시키는데,

관심이 있었다. 

내가 아는 학교짱들은 그랬다. 

이 책 속의 배달룡 교장샘처럼 학생이 행복해지는데 관심있는 사람은 없었다. 

교장선생님은 관리직, 학교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이 돌아가게 하고, 직접 행동하기보다는 밑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사림. 

그런데 배달룡 선생님을 보며 생각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짱이니까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 

자칫 담임샘의 관심이 미치지 못할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담임샘을 쪼으는 것이 아니라 교육 선배로서 보고 배울 만한 해결책을 보여주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

학생과 어른을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 

그게 학교 짱이었다. 

배달룡 선생님과 같은 학교장 아니 학교짱들이 더 많아 진다면, 

그런 어른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진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의 어른들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P.S 배달룡 교장샘보다 더 인상적인 건 교감샘과 담임샘이었다. 

     교장샘이 직접 나서더라도 쫄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비굴하게 알아서 기지 않는 그들이 있어서 배달룡 교장샘이 더 멋져질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 알아서 잘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텔 해운대
오선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다. 이 소설속의 화자들은 차다.
냉정하거나 못된 것과 다른,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연민없이 직관하는 차가움.
이 책은 부산을 보여주지만, 부산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가장 새로운 것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에서 나온다.
창 밖을 보며 나에게 묻는다. 나는 이곳을 얼마나 알고 있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