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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배달룡 선생님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저학년) ㅣ 신나는 책읽기 61
박미경 지음, 윤담요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교장 선생님은 하루종일 뭘 할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궁금증도 사실 교사가 된지 10년 쯤 지났을 때야 들었지,
초임 교사 시절에는 교장선생님의 시간이 궁금할 틈도 없었다.
천지분간을 못하는 반인반수 말썽쟁이들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느라 아침에 타놓은 믹스커피를 퇴근시간에야 원샷할 때도 많았으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둥지둥 막느라 남의 시간 따위는 궁금해 할 새도 없었다.
교직에 근무한 지 10년 쯤 지나 중학교, 예술고, 공업고, 인문계를 거치며
베테랑의 포스를 흉내내게 된 나는 질투섞인 눈으로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은 저 넓은 방에서 하루종일 무얼 하나?
교장선생님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어떤 교장샘은 깨끗한 복도와 잘 정리된 게시판에,
어떤 교장샘은 학교 뒷마당의 텃밭과 국화키우기에,
어떤 교장샘은 인서울이 몇 명인가, 의대를 몇 명 보냈나에,
어떤 교장샘은 교육청 넘버2,넘버3로 갈 수 있는 인맥에,
어떤 교장샘은 조직을 손 안에 쥐고 권력을 휘두르는데,
어떤 교장샘은 서비스마인드로 고객인 학부모와 학생을 만족시키는데,
관심이 있었다.
내가 아는 학교짱들은 그랬다.
이 책 속의 배달룡 교장샘처럼 학생이 행복해지는데 관심있는 사람은 없었다.
교장선생님은 관리직, 학교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이 돌아가게 하고, 직접 행동하기보다는 밑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사림.
그런데 배달룡 선생님을 보며 생각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짱이니까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
자칫 담임샘의 관심이 미치지 못할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담임샘을 쪼으는 것이 아니라 교육 선배로서 보고 배울 만한 해결책을 보여주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
학생과 어른을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
그게 학교 짱이었다.
배달룡 선생님과 같은 학교장 아니 학교짱들이 더 많아 진다면,
그런 어른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진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의 어른들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P.S 배달룡 교장샘보다 더 인상적인 건 교감샘과 담임샘이었다.
교장샘이 직접 나서더라도 쫄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비굴하게 알아서 기지 않는 그들이 있어서 배달룡 교장샘이 더 멋져질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 알아서 잘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