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빈손 선덕여왕의 비밀 지령을 수행하라 신나는 노빈손 한국사 시리즈 8
노유다 글,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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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흥미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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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타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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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센티미터 정도 문을 열고 미도 군이 얼굴을 내민다. 내민 순간 우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눈으로 천천히 웃는다. 아토히키마메 같은 웃는 얼굴이다. 이제, 모든게 어찌 되든 상관없어졌다. 콧속이 뜨거웠다. 무안당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가로젓자 한쪽 무릎에 힘이 들어간다. 이를 악물고 바닥을 울렸다. 미도 군 쪽을 향해서, "목이 마르니 차가운 것 좀 줘." 하고 거만하게 말했다. "그냥 맹물이어도 좋아." 미도 군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전히 웃고만 있다. 그러면서 문을 활짝 열지 않는 것은 어찌된 이유일까. 넋이 나가 멍하니 있는 걸까. 아니면.

"물, 안줄거야?"

설령 거기에 누군가가 있다 해도 상관없다. 그러니까 미도군, 무색에 맑은 그냥 맹물을 마호코 씨에게 한 잔 주기 않을래. 보고 싶었다고, 그 말만 하러 온거야.

- '애가 타다' 중

 

지난 13년 동안 한 걸음 더 다가간 순간들이 점이 되어 이어져 있다. 서로 마음에 살짝 손을 댈 수 있었던 시간은 언제나 순간일뿐, 눈 깜짤할 사이에 기억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 때도, 그 때도, 하고 나는 기억을 떠올렸다. 얼마나 달콤하고 따뜻하게 내 가슴은 아팠던가. 그리하여 나도 모르게 슬펴져서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 '한 걸음 더' 중

 

 

어린 남자애와의 불확실한 관계에 애가 타는 여자. 한 남자를 가운데 두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지내는 직장 동료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들을 애달파하며 웹에서 첫사랑을 찾는 여자. 자신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식어가는 약혼자를 보며 공허함을 느끼는 여자.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또 그 남자와의 재회를 기대하기도 하는 여자. 고등학교 시절 '선택 당하지 않은' 비참함을 느끼고 평생을 프레임에 갇혀 사는 여자. 아무 사이도 아닌 남자의 건강미를 보며 '임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마는 여자. 13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는 여자. 

가스미의 '애가 타다'에는 이런 여자들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30, 40대 싱글 여성들의 공감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정말 그려져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오랜만에 그려진 작품을 만났다. 각각의 작품들은 죄다 연애 이야기다.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이자 성장기다. 그들은 모두 남자와의 관계에서 애를 태우고 거기에 따른 공허감에 괴로워한다. 그러고 있자니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그것은 어린 시절 의사 선생님, 할아버지, 첫사랑, 옛 친구일 때도 있다.  

성장기는 참 달콤하다. 고통과 희망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는 나조차 성장통을 앓는 인물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은 쉽다. 누구 때문이든 기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두려움과 외로움, 거짓으로 웃음지어야 하는 두통. 하지만 그래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걷고 있구나, 달리고 있구나 실감하는 느낌으로 또 계속 달려나갈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갖는 것.

트럭에 태워져 황무지로 와서 혼자 떨구어지는 기분이다가도 "보고 싶다"는 어떤 이의 진심어린 한 마디에 또 모든 것이 다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우리는.

아사쿠라 가스미. 자신을 가장 작은 일본 소설가라고 소개하는 그 분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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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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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피안적인 표지와 제목, 프롤로그에 들어간 메리 올리버의 시까지
이 모든 것이 아득하고 이국적인, 어딘가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나의 정체불명의 감성을 찔러대어 아니 사볼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뒷통수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나의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로 바꾼 것 뿐일 지도 모른다. 그의 단편 몇개를 읽고 다시는 읽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결별을 고했던 적이 있었다. 소와 닭처럼 애초에 맞지 않는 주파수라고 생각했었다.(하긴 그렇게 홀로 결별을 고한 작가가 한 둘이어야지.)
물론 이것은 취향 문제다. 객관적으로 나쁜 책도 나에게 울리면 귀한 것이니까. 나는 단지 작가의 말처럼 내가 내 자신 바깥에 존재하는 바로 그 상태로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광주항쟁, 홀로코스트, 마르크스 주의, 80-90년대 운동권, 히로뽕 매매 등 이 수많은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단행본 하나에 다 들어가 있다보니 주로 이야기 나열식이다. (히로뽕 이야기에서는 히로뽕 제조과정까지 밝히고 있는데, 작가가 정말 박학다식하다, 자신의 지적허영을 채워주었다는 독자들이 있었다. 내 눈에는 조사한 것 아까워서 넣었거나 블로그처럼 정보 공유 차원이라 여겨지던데;;) 여튼 화자가 이 많은 이야기들을 죄다 평을 곁들여 늘어놓는다. 질리지 않을 수가 없다.

주인공 '나'는 정민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대야 하는 천일야화적인 연애를 하지만 독자들 역시 그것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정말 곤란하다. 오에 선생의 '사육'과 괜히 비교하고 싶어지네. 이 작품 마지막에 나는 서기의 죽음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려 버린다. 아, 이것이 소년이 겪은 전쟁의 상처다. 여기는 그런 멈춰진 순간, 보여주기가 없다. 이랬대, 저랬대 급해서 체할 것만 같다. 나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 책을 읽는데 작가는 그것을 모른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다 한 사람같다. 역사에 상처 받은 그들은 이 세계가 진실되지 못함을 느끼고 철학자로 변신한다. 다 그러하다. 

 1980년 5월 광주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살아남은 것이라는 허무와 우연의 세계에서 벗어나 백주대낮에 시민을 살해하는 폭압적인 체제에 맞설 수 있는 존재, 서로 연대하였으므로 쉽게 죽지 않는 존재로 바뀌어나간 것처럼

상처받고 그래서 철학적이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동하고 '넌 남이 아냐, 별이 서로를 끌어당겨 어느 시점에서는 조우하듯이 우리의 만남은 예견된 것이야' 라고 한다. 어찌 이리도 이심전심이 쉬운지......이 시점에서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운명 이었기에
바랄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돌아보지 말아 후회하지 말아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이 소설에서 할 말은 여기 다 담겨있다고 본다. 나는 그래서 음악과 시를 소설보다 더 우위에 둔다. 그러니까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남겨져 있다고 나는 이 세계의 파편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주의 중심인 내가 되자. 여기는 누군가의 논리대로 만들어진 세계, 진짜 세계는 분명히 따로 있으니까 그것을 그리워하며 살자. 우리는 본디 하나의 물질이야, 이거 죄다 마르크스의 이론이다(세계에는 운동하는 물질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또 운동하는 물질은 공간과 시간 밖에서는 운동할 수가 없다. 세계는 하나이며 물질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좀 당황스러운 것은 이 메세지를 한 페이지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연설문의 어조로. 마치 고전소설의 작가 개입처럼.

가장 큰 문제는 이 소설이 사랑이야기라는 것이다. 부제를 붙이자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어울리겠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위의 세계관에 따른 행동방침이 나오는데 바로 '마음껏 사랑하라'다. 끝부분에 가서 독일인 헬무트는 숨김없이 행동방침을 내린다. "가능한 애인과 많이 만나고 키스하고 섹스하라". 게다가 소설의 마지막 챕터는 '커다랗고 넓은 하얀 침대로'이기까지 하다.  
이야기의 실마리라고 하는 '누드로 다리를 벌린 채 앉아 있는 여자의 사진' 역시 그러한 주제와 일맥상통한다고 보인다. 이길용의 아버지도 나의 할아버지도 그러했고 이길용도 나도 동의한다. 행복은 거기에 있다고. 사랑을 이면에 두고 있다고 해석해야겠지만 분명 구체적인 은유는 섹스다. 작가가 사랑의 방식으로 섹스를 가장 중시한다는 점이 그러고보니 이곳 저곳에서 발견된다. 

근데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 왜 문제라는 거냐. 촌스러워서 봐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통기타적인 낭만성! 투쟁 일로 바쁜 정민에게 내가 벗나무 아래에서 투정부리는 장면이라든지, 강시우가 된 이길용이 애인인 레이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 죽어."라는 멘트를 날리는 것. 정말 옳지 않다고 본다. 80년대 통속 영화 보는 것만 같다. 그리고 긴 머리카락의 샴푸 냄새에 성적인 충동을 느낀다든지, 손가락이 가늘고 길고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입술은 작고 도톰한 그녀라든지. 남자 작가들의 소설을 보면 종종 등장하는 뮤즈화된 여성 캐릭터의 '전형적인' 묘사 나는 정말 말리고 싶다.  

뭐라고 길게 길게 썼지만 아무도 여기에 영향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걍 마음에 안드는 소설이 너무 잘 팔리고 리뷰도 칭찬 일색이라 시기심에 불탄 것으로 해두지. 앞서 얘기했다시피 객관적으로 좋아도 나한테 울리지 않으면 종이조각에 불과한 것이니.
이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란다.  
 
반석 위에 집을 지어라.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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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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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학적인, 프랑스 소설의 전형이다. 

우선 재미가 없다. 재미가 있으려면 캐릭터에 정이 가야 하는데, 이렇게 쓸데없이 떠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그들은 끝없이 "자기는 똑똑한데 남들이 몰라준다"며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첫 장부터 마르크스가 나오는데다 라캉에 후설에... 철학자들의 언급이 시시 때때로 나온다. 것도 수위 아줌마와 꼬마 여자 아이의 입에서. 이런 아이러니함에서 재미를 노리는 것은 수준낮은 선택이다. (청소년 논술 강좌도 아니고) 감동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데서 온다. 철학에 '철'자 한번 언급하지 않고서도 철학적인 책은 많다.

스토리 라인은 동화스럽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군데 군데 끼워넣어 (자신이 철학 선생이고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죽겠나보다. '나 이만큼 알고 있어~'라고 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솔직히 나는 이것이 동화인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자리 잡은 프랑스 작가 노통브 역시 그 특유의 현학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의 통일감을 해치면서까지 고전을 집어 넣어 장기자랑을 하는데 그래도 그녀는 이 고슴도치 작가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거기다 박진감에 유머까지 갖추었다)

해리포터를 접수했다는 것 때문일까. 예쁜 표지 때문일까. 왜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인지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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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2007-10-18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감 동감!!
 
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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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 건너온 가증스런 책!

부와 성공의 비밀? 완전 낚시 책이다.

이것을 어디에 분류해야 될까, 자기계발서도 아니오, 걍 에세이라 봐줄 수도 없고 dvd로도 제작 되었다는데 그 dvd의 안내서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을 근 만원주고 사보게 하다니 날강도의 심보!

'간절히 믿으면 이루어지리라. 이것이 우주 만물의 법칙이다'

이것이 내용의 전부인데,
나는 이 작가가 신흥 종교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심히 두렵다.

믿으면 이루어진다, 까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한 인간의 메세지라 봐줄 수 있지만

그것이 우주 만물의 법칙이라니 교리의 형식에 가깝지 않은가.

이 책이 알라딘에서 종합 2위라니. 아마존에서는 그나마 21위던데, 정상회담보다 미국 증시에 더 영향받은 우리 나라가 도서라고 어련하겠냐마는 심히 위험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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