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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현학적인, 프랑스 소설의 전형이다.
우선 재미가 없다. 재미가 있으려면 캐릭터에 정이 가야 하는데, 이렇게 쓸데없이 떠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그들은 끝없이 "자기는 똑똑한데 남들이 몰라준다"며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첫 장부터 마르크스가 나오는데다 라캉에 후설에... 철학자들의 언급이 시시 때때로 나온다. 것도 수위 아줌마와 꼬마 여자 아이의 입에서. 이런 아이러니함에서 재미를 노리는 것은 수준낮은 선택이다. (청소년 논술 강좌도 아니고) 감동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데서 온다. 철학에 '철'자 한번 언급하지 않고서도 철학적인 책은 많다.
스토리 라인은 동화스럽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군데 군데 끼워넣어 (자신이 철학 선생이고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죽겠나보다. '나 이만큼 알고 있어~'라고 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솔직히 나는 이것이 동화인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자리 잡은 프랑스 작가 노통브 역시 그 특유의 현학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의 통일감을 해치면서까지 고전을 집어 넣어 장기자랑을 하는데 그래도 그녀는 이 고슴도치 작가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거기다 박진감에 유머까지 갖추었다)
해리포터를 접수했다는 것 때문일까. 예쁜 표지 때문일까. 왜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인지 미스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