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눈 주변이 휑하고 볼이 푹 꺼진 것이 육안으로도 보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들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고복희는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로등의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내 잘못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흐트러진 마음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고복희는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장영수는 그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할 뿐이었다. 타인의 소중한 것을 부러뜨릴 자격은 없다. 그건 그녀의 삶의 원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