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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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는 누가 생각하더라도 '메타포'다.
시인과 시인의 친구인 마리오를 그린 이 책을 분류하자면 메시지의 소설이 아닌 이미지의 소설이라 볼 수 있다.
시는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문장과 비유를 활용한 이미지로 담는다.
시는 축약이자 상징이고, 이 상징성은 직접성이 아닌 간접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논설이나 평론과 달리 민중의 무기나 시대에 대항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노래와 시는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말을 무엇보다 잘 활용할 수 있고, 증명되지 않는 시 속에 담긴 메시지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침이슬을 들으며 모두 같은 느낌을 받는 것처럼,
윤동주의 시들을 보며 일제시대의 악행을 떠올리는 것처럼
시와 노래의 언어는 그렇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다.
사진과 그림, 시와 노래의 예술은 그래서 중요하다.
예술은 역사를 담고 있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역사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인도 시의 상징성을 내재한다.

칠레의 역사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파블로 네루다는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통한 민중의 혁명과 평등을 바라며 살아왔다.
그는 로맨티시스트이고 사랑을 찾는 애정의 시인이지만, 그 애정은 단순히 이성에게만 번져있지 않다.
그의 시에 담긴 메타포는 민중을 지향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시인을 사랑한다.
하지만 시인이 하는 말들이 시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전달되었을 때 그의 언어와 그는 생명력을 잃는다.
간접성을 버린 채 민중의 직접적인 삶에 닿는 시는 더 이상 시로 존재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만 완성되어 있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민중을 위하여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민중의 이해관계를 이해하지 못하여 무너졌다.
결국 사회주의에서 민중은 사라지고 스탈린만이 우리의 뇌리 속에 남아버렸다.
물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역사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책 그 자체로 메타포를 담는다.
네루다의 흥망성쇠와 마리오의 감정의 흐름, 이슬라 네그라의 거리와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사회주의의 역사를 답습한다.
네루다의 인생과 이 책은 그 자체로 사회주의의 메타포가 된다.
중반 이후로 급격하게 쓸쓸해지는 책의 흐름은 사회주의자들의 씁쓸하고 공허한 외침과 같이 흘러간다.
시인이 메타포를 사용해 언어를 전달하는 것처럼 사회주의도 이론과 간접성을 사용해 주장을 던졌지만, 삶과 직접 맞닿으며 무너져 내렸다.
시는 아름답지만 때로 시의 역사는 아름답지 못하다.
예술가의 역사는 시와 그림, 예술의 상징을 바꾸고 때로는 쓸모없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친일 문인들, 채만식, 이광수, 최남선, 서정주의 문학은 이미 그 자체로 소비되지 못한다.
사회주의와 시인 네루다도 바르게 사용되지 못했다.

결국 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메타포와 좋은 이미지들뿐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원작인 영화 '일 포스티노'의 내용이 사뭇 다른 것도, 
그저 아름다운 도시와 시인만을 그려낸 것도 역시 좋은 이미지만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인이 하고자 하는 민중에 대한 사랑은 사라지고 바다처럼 좋은 이미지만이 남아버렸다.
종말에 시인은 보이지 않는 바다를 찾고 내재한다.
사람과 사상이 변하고, 역사가 떠나가 버려도 바다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아름다움은 사상을 유념치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
실패한 시인의 정치에 남은 것은 변하지 않는 바다와, 변함없이 그를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마리오다.
일 포스티노는 물론 아름답지만, 영화는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사실 시인은 아름다움만을 찾지 않았다. 
그의 메타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네그라의 바다와 시인의 종말을 보며
친일 문인이 되어 퇴색되어 버린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떠오른다.
이 얼마나 무의미한 아름다움이란 말인가.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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