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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평점 :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인간의 고민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고, 우주의 규모를 따진다면 인간의 부질없음은 더욱 대두된다.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건 인도의 역사에 있어서 불행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여러 커다란 사건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수많은 인간을 휘두르고 인간의 방향키를 옮긴다.
그럼에도 커다란 변화와 불행이 나의 작은 불행을 무감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인간의 삶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느껴지며 같은 무게를 지니고, 계급이나 경제상황, 여러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더 의미 있거나 귀중하지는 않다. 작고 사소한 개인의 삶도 그에게는 영원이고 전부이며,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다. 우주의 크기는 개인의 크기와 동일하다. 인식되는 범위와 나의 고통, 행복이 곧 우주의 고통이자 행복이며 누구도 그를 쉽게 재단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
인간은 모두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불행한 개인은 불행을 벗기기 위해 타인의 불행을 끌어온다. 불행한 누군가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고, 행복한 누군가를 바라보며 억울해한다. 타인과 관계하고 마음의 상대적 크기를 가늠하는 한 인간은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카스트제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독교를 믿어야 한다. 하지만 기독교 안에서도 그들은 차별을 받으며 카스트 제도의 보조마저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고난을 떠나 새로운 고난에 빠진 것과 다름이 없다.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의 쓰임 역시 제도를 떠나 만인의 평등을 추구하기 위함이었으나 제대로 활용되지도, 평등해지지도 않았다. 성차별과 제도의 차별 속에 낮은 계급, 그 안에서도 여자는 더더욱 당연한 불평등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역사도 중요하고 세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각자의 삶과 사랑이다. 개인의 사랑과 삶이 역사와 세상의 기준에 먹혀 사라진다면 그건 바르지 않다. 세상이 무엇이든, 계급이 무엇이든, 인간을 평가절하하고 나누어 분류할 자격을 갖추진 않았다. 작은 것들은 작은 채로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비겁하고 타인을 분류해 집어넣는다. 그 안에서 큰 것은 작은 것을 지우고, 작은 것은 그보다 더 작은 것을 지운다. 가촉민과 불가촉천민, 그리고 그 개념조차 모른 채 살아간 자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세상은 괴물을 낳고, 괴물은 곧 인간이 되어 자신이 괴물이 된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거울을 볼 생각이 없는 그 괴물은 앞으로도 자신이 괴물인지 알지 못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