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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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작가의 책이라면, 나도, 중학생인 딸도 너무나 재밌게 읽는 믿고 보는 작가라서 가제본 서평단 신청을 했다..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경우 없는 세계?'

뭐지? 사람이름이라기 보다는 '경우가 없다'할 때의 의미로 먼저 다가왔고,

책을 펼쳐보니..경우..사람 이름 이었구나..싶었다..


모범생으로, 아니, 모범생 이라기 보다는 정해진 길이 아닌 곳으로는 삐쳐 나가지 못할 만큼 소심한 나에게 '가출' '가출팸' 이 익숙한 주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인수가 참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폭력적인 아버지, 바로잡을 에너지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 어머니..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던 인수가,

부모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인수의 마음 보듬어주었으면 거리에 나가지 않았을 인수라서

내 부모는 아니지만, 인수의 엄마, 아빠가 참 미워지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까지 마음이 시린 인수...너무 보듬어주고 싶었다.


인수 뿐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성연이.. 그리고 경우.

자기를 버린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경우를 엄마가 두 번 버린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났으면 절대 거리로 내몰리지 않았을 아이들..

이 아이들을 외롭게, 춥게 만드는 것은 결국 옆에 있는 어른들인 것 같다.

거리에서 만나 함께 나쁜 행동도 많이 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베풀고...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내 몰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인수가 이호를 만나, 자신의 과거를 치유해 나가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이호는 인수처럼 마음이 시린 어른으로 자라게 되지는 않겠지..

이호가 인수에게 '들켜서'참 다행이다..


P22

"말은 쉽지. 너 같은 애들 내가 잘 알아"

말을 내 뱉은 순간, 나는 내 실수에 잠깐 자책했다..

---마음과 다르게 불쑥 나와버린 말에 가슴 철렁했을 인수의 모습이 그려진다..


P. 259

이호의 신발 끈이 풀려 있었다. 나는 쭈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묶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뭐가.”

“누가 내 신발 끈 묶어주는 거요.”

나는 멈칫했다.

“어릴 때. 누군가가 묶어줬을 거야. 네가 기억 못할 뿐이지.”


신발 끈을 묶어 주는 일..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행동으로 누군가는 인생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마음이 아픈 아이 신발끈을 묶어 준 기억이 떠올랐다..

 늘 화가 나 있던 그 아이..하교 할 때 신발끈이 풀어졌길래 묶어 준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이후 마음을 여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일... 그 사소한 행동 하나로도 굳게 닫혔던 마음 한 켠을 살짝 열 수 있는 비밀 열쇠 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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