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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2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평점 :
위대한 유산 (하)권은 (상)권에 이어 어느 날 갑자기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된 소년 핍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핍은 자신이 물려받게 될 유산에 기대며 친구 허버트를 꼬드겨 계속해서 방탕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막대한 빚까지 지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생활이 잘못되었음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생활을 멈추지는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날, 홀로 집에 남아 책을 읽고 있었던 그에게 의문의 한 사람이 찾아오게 되고, 드디어 핍의 후원인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그렇다. 핍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기로 한 그 후원인은 바로 책의 첫 장면에 등장했던, 습지대에서 만나 핍에게 먹을 것을 가져오라며 협박했던 탈옥수 '매그위치'였다. 매그위치는 그날 자신을 도와준 핍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이후 유배형을 받아 신대륙으로 떠나게 되었지만 그곳에서 사업적 성공을 거두게 되고, 이로 인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핍에게 물려주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핍은 미스 해비셤이 아닌 죄수 매그위치가 자신의 후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괴로워하며 그를 런던에서 내보내기로 계획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 등장인물의 속사정과 과거 이야기들이 나오며, 이 책에 등장했던 모든 등장인물이 서로 어떠한 방식으로 얽히고설켜있었는지 그 연결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된다. 모든 등장인물이 사실은 다 연결되고 연결되어 있던 인연이라는 것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마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이 나올 때마다,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짜임새 있는 구조를 계획한 작가에 감탄이 나올 뿐이었다.
책 <위대한 유산>은 여러 면에서 주목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포인트가 참 많은 책이었다. 세기의 명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독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가장 도드라졌던 것은 단연코 주인공 핍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핍은 원래 가난했던 소년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갔지만, 미스 해비셤을 만나고, 그리고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며 돈의 맛을 알고 난 후 타락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많은 고난과 고통을 거치게 되며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에 속죄하며 공짜로 주어진 돈에 기대는 것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일궈나가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새 삶을 살아가게 된다. 과거의 핍은 자신의 가난한 모습을 싫어하며 돈만 생기면 자신이 신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돈을 잃고 나서야 참되고 올곧은 심성을 가진 '진짜 신사'가 될 수 있었다.
<위대한 유산>은 주인공 핍뿐만이 아닌 그를 둘러싼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각각의 등장인물은 모두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하나같이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굉장히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들 각각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를 통해서는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늘 올곧은 심성과 성실함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미스 해비셤을 통해서는 과거의 일을 털어내지 못하고 거기에만 구속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비통한, 어쩌면 미련하기도 한 일인지를 깨달았으며, 죄수 매그위치를 통해서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 대해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재거스씨를 보며 자신의 일에 있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의 대단함을, 웨믹을 통해서는 공과 사를 저렇게까지 뚜렷하게 구분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핍의 친구 허버트를 통해서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의 멋짐을 알게 되었다.
또한 위대한 유산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마나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지, 잘못된 관계가 어떠한 파국을 낳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는, 핍의 성장시절을 예로 들 수 있다. 핍의 누나는 핍을 항상 감사함도 모르는 어리석은 아이라 칭하며 때리고 비난했지만, 매형인 조는 핍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진심을 다해 그를 대해줌으로써 핍의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핍은 조를 무시하고 버렸던 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조는 늘 핍을 응원하며 끝까지 핍의 곁에 남아주었다. 핍의 누나와 그 남편인 조의 상반되는 역할을 보며 어떠한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미스 해비셤과 죄수 매그위치를 보며 자식을 이용하는 부모는 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 해비셤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약혼자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이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양녀 에스텔라에게 세상의 모든 남자를 꼬시라는 임무를 갖게 하며 길렀다. 죄수 매그위치는 물론 자신을 도와준 핍에게 보은하는 의미에서 핍을 후원한 것이 크겠지만,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핍을 후원해 줌으로써 '자신이 멋진 신사를 길러냈다는 것'을 자랑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컸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던 부모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자식을 길러내서는 안 되며, 그 끝은 파국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에스텔라는 망가졌고, 핍은 타락의 생활을 걷게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우정에 있어서는 핍과 허버트의 우정이 굉장히 도드라졌다. 핍과 허버트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대하였으며, 핍은 자신 때문에 타락에 빠지게 된 허버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몰래 그를 돕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왔다. 허버트 역시 핍이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예전엔 조가 핍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그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웨믹 역시도 핍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그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며 도와주었다. 이렇게 그들의 진정한 우정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물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저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핍이 주인공이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의 결말을 읽고 책을 덮으며 이 소설에서 가장 불쌍하게 느껴지던 인물은 바로 에스텔라였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얽히고설킨 인연으로 인해 에스텔라는 희생양이 되었다. 에스텔라의 친부모는 모두 비참한 인생을 살아갔으며, 에스텔라는 자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끝끝내 알지 못했다. 이런 에스텔라는 미스 해비셤에게 맡겨졌지만, 미스 해비셤은 그녀를 자신의 복수의 수단으로서 키우며 에스텔라는 차가운 감정만을 강요당한 채 자라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끝은 절망만이 남아있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환경과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미스 해비셤은 잘못된 방식으로 에스텔라를 키웠고, 결국 망가진 에스텔라가 그저 안타깝게만 여겨졌다. 에스텔라가 친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더 멋진, 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나눌 줄 아는 숙녀가 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위대한 유산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첫째로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둘째로 '나 자신 이외의 사람들과는 어떠한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더불어 노동의 가치와 근면함과 성실함의 중요성 또한 깨닫게 해주었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와 재치 있는 묘사와 표현, 그러면서도 감동적이고 알찬 교훈을 남긴 세기의 걸작이라 불리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