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칼 라르손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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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봄(3,4,5월), 여름(6,7,8월), 가을(9,10,11월), 겨울(12,1,2월)에 따라 계절별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와 그에 맞는 그림을 선정해 엮어놓은 시화집이다. 평소 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제껏 무작위로 골라 읽었던 나로서는 계절별로 시를 분류해서 읽을 생각은 미처 못하였는데, 이렇게 계절에 따라 시를 분류해주니 시를 통해 계절에 맞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던 시집이다. 이 시리즈는 계절별로 총 4권이 출간되었는데 현재 겨울을 보내고 있는 만큼, 나는 그중에서도 겨울편을 읽게 되었다. 추운 겨울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작은 조명에 의지한 채 이 시화집을 읽으며 시를 느끼니 가슴에 크게 와닿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편은 총 12,1,2월의 쌀쌀한 날씨와 어울리는 시들이 실려 있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12월에서 1월에 이르기까지 각 일별로 약 90개의 시가 소개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1월 27일에는 윤동주의 '눈'을, 1월 28일에는 윤곤강의 '추억'을.. 이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어 현재 날짜에 맞추어 시를 읽어 나가니 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였다. 실려있는 시들 자체도 정말 다양하였는데, 윤동주부터 시작해 백석, 한용운, 정지용과 같은 국내 유명한 시인들뿐만이 아닌 릴케와 같은 유명 해외 시인들의 작품들도 알차게 실려 있어 다양한 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각 시의 분위기에 알맞게 모네, 에곤 실레와 같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시의 옆 페이지마다 배치되어 있어 시를 한층 더 감성적이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화집을 읽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시와 그림의 콜라보가 이렇게나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지 이번에 처음 깨닫게 되었다. 책 뒤표지에 적혀있는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라는 문구가 정말로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시는 전반적으로 겨울밤에 어울리는 다소 차가우면서도 허탈하고 그리움이 듬뿍 묻어나는 분위기의 시들로 가득하였다. 사실, 나도 겨울만 되면 괜히 기분이 센치해지면서도 공허한, 무어라 말로 형용하지 못하는 그런 기분들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러한 나의 기분을 유명 시인들이 그들의 시로 대변해주는 것만 같아 읽는 내내 더욱더 공감되었다. 백석 시인의 '흰 바람벽이 있어'를 읽을 때에는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라는 구절이 그렇게나 내 마음을 휘저어 놓았다. 이렇듯, 대체적으로 겨울밤에 들법한 생각과 기분들에 딱 맞는 시와 그림들을 엮어놓았기 때문에 겨울에 읽으니 한층 더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시화집을 집필하신 분의 선택 센스가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특정한 주제별로 시를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꼭 강력 추천한다. 그 어떠한 주제보다도 이렇게 그 '계절'에 딱 알맞은 시를 읽으니, 특유의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더 가슴에 와닿는 감상을 즐길 수 있었다. 더불어 시에 어울리는 명화가 함께 어우러져 시각적인 효과까지 만들어 내 한층 더 감명 깊다. 여러모로 깊이 있는 감상을 가능케 해준 시화집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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