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푹 빠져서 읽었던 작품. <빨간 책방>에서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의 이론』이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다. 언젠가 꼭 읽어보리라, 다짐했었는데 아직도 못 읽었다. 그런와중에 앤드루 포터의 두번째 작품이자 첫번째 장편소설인 『어떤 날들』이 나왔다! 책상에 다른 책들도 많이 쌓여 있었지만, 그래도 먼저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핫핑크의 표지 하며, 손보미의 추천사까지........



『어떤 날들』은 무너지고 있는 미국의 한 중산층 가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가정의 가장인 엘슨은 돈을 잘 버는 건축가였는데 가정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뒤이어 직장에서의 입지까지 흔들린다. 또 어린 여자친구 로나까지 있는 상황이다. 엘슨의 전부인이었던 케이든스는 늦깍이 대학생이다. 못다이룬 꿈을 위해 다시 대학에 다니고 있는 그녀는 그 대학의 강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무너지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려 애쓰고 있다.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리처드는 엘슨과 케이든스의 아들이다. 시를 쓰지만, 겁이나서 온전히 시를 쓰는 삶에 빠져들지 못하고 있다. 리처드의 여동생 클로이는 방황하는 대학 새내기이다. 외톨이처럼 지내지만 그녀에겐 남자친구 라자가 있다. 



이 네 명의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마치 4개의 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 하나의 이야기이면서도 네 개의 이야기. 딱 이 가족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깨어져버린 가정이라는 삶에 익숙해질 무렵, 클로이와 그녀의 남자친구 라자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그 둘은 잠적해버리고 만다. 그러면서 살얼음을 걷는 것 같았던 이 가정에 크나큰 위기이자 전환점이 생겨버린다.





『어떤 날들』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사건이 먼저 발생하고, 그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건지, 과거의 이야기는 읽다보면 서서히 등장한다는 점이다. 살인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그 사건에 대한 조사가 벌어지면서 클로이의 대학 신입생일 때의 삶, 유색인종인 라자의 삶, 클로이의 고등학생 때의 삶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왜 이 가족들이 이런 상황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왜 엘슨은 가장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했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의문, "만약에 말야,"



과거의 어떤 날들에는 이들도 행복했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사건이 더 크게 다가온다. 과거의 어떤 날들을 회상하면서 그동안 모른 척했던 상처들을 돌아본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기 전데 파고들어본는 것이 우선이다. 이 상처가 왜 생긴 건지, 어떻게 생겨먹은 상처인지. 그래야 치유도 할 수 있는 법. 비로소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돌아본다.



만약에 그때, 엘슨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만약에 그때 로나에게 가지 않았다면, 만약에 그때 라자와 도망을 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시를 쓰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만약에는 없다. 이들은 만약에를 생각하는 대신, 오늘 저녁, 두시간 후를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만약에는 없는 삶, 잠시 후가 있는 삶을 산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과거의 어떤 날들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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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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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도 좋지만, 저는 카버의 에세이가 정말 좋더라고요.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카버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카버의 팬이라면 알고 싶은 이야기들만 쏙쏙 담겨 있는, 카버 덕후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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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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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언 매큐언의 신작이라니, 바로 구입해서 읽었어요! 역시 매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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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우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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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읽는 보들레르라니, 거기다 황현산 선생님 번역이라니!!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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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의 땅
앤 패칫 지음, 조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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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의 감동, 장르소설의 스릴, 거기에 액션, 미스터리, 로맨스까지 끼얹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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