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김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을 읽을 때면, 늘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중학교 다녔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라이트노벨과 순문학을 넘나드는 작가 사쿠라바 가즈키가 쓴 성장소설 <고야>는 표지부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싱그러운 연두색 바탕에 비누방울, 그리고 소녀의 뒷모습. 손대면 톡 하고 터지는 비눗방울이 그 소녀 시절의 위태로움을 나타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주인공인 '고야'는 어딘가 바람둥이인 아빠와 집안일을 해주는 아줌마, 셋이 산다. 그러다 처음으로 신경쓰이는 남자아이를 만난다. 알고보니 고야의 아빠가 새로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아들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던 남자아이와 이복남매가 되어버린 것이다. 고야의 청소년기는 이렇게 위태롭게 시작한다. 여색을 밝히는 아빠와 다정하지만 거리가 느껴지는 새엄마, 거기에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애. 보통의 아이라면 분명 비뚤어지거나 어두워질 만한 환경에 던져졌는데 고야는 스스로의 페이스를 지킨다. 어디서든 튀지 않게 행동하던 고야의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바람 잘 날이 없는 사춘기의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고야도 서서히 앳된 티를 벗어간다. 천천히 아주 쉴새없이 시간은 흐르고 고야는 앳된 모습을 서서히 벗어간다. 사쿠라바 가즈키가 소녀를 아주 정확하게 묘사해낸 것 같다. 딱 그 시절의 소녀를 어쩜 이렇게 그 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그려냈을까. 이 소설을 읽는 소녀들은 고야가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제 막 가슴이 봉긋하게 올라온 앳된 소녀 고야부터, 이제 어른 티가 나는 고야까지. 어린 소녀의 성장과정을 찬찬히 지켜본 것 같다.


미래의 일 따위, 어떤 직업을 얻고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뿐만 아니라 어떤 남자가 될지 어떤 여자가 될지조차 아직 전혀 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고야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른의 연애소설에 적힌 이런 저주스러운 일들이 미래에 고야에게도 닥쳐올까. 요코라는 소녀를 가차 없이 바꿔버렸듯.


나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려본다.


내 중학교 시절은 어땠었을까. 난 고야처럼 얌전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늘 드라마를 만들어서 기가 막히게 짜인 스토리 안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을 하느라 바빴었다. 하루하루가 드라마였고 영화였고 일본 청춘만화였다. 신체의 변화가 왔을 때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황해 숨기기에 급급했고 남자애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는 유치할 정도로 그 아이를 놀려댔다. 가정의 사소한 불화도 크게 받아들여 친구들에게 위로 받았고 엄마의 걱정어린 잔소리에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그렇게 내 시간은 위태위태하고 빠르게, 그리고 쉴새없이 흘렀다.


고야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똑같이 흘러갔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는 이러한 형태의 어른이 되었고, 고야도 그러한 형태의 어른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떠한 형태의 어른이 된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된다.

미래의 일 따위, 어떤 직업을 얻고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뿐만 아니라 어떤 남자가 될지 어떤 여자가 될지조차 아직 전혀 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고야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른의 연애소설에 적힌 이런 저주스러운 일들이 미래에 고야에게도 닥쳐올까. 요코라는 소녀를 가차 없이 바꿔버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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