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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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특유의 혐오스러운 비주얼과
그런 좀비를 무분별하게 죽이는 장면 때문에
좀비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레지던트이블> 정도가
내가 본 좀비 영화인 것 같다.

그래서 2007년 좋아하는 윌 스미스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좀비가 나오는 영화하는 이유만으로 <나는 전설이다>를 멀리했다.
최근에 리처드 매드슨의 <시간 여행자의 사랑>을 읽으면서
그동안 멀리했던 <나는 전설이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고지순하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에
철학적인 깊이를 더하는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자극적이고 피가 낭자하는 좀비 이야기가 이상의
깊이 있는 이야기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우선 책으로 내 예상이 맞는지 확인해 보았다.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역시~ 였다.
역시 리처드 매드슨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좀비 이야기는 <로드>를 연상시켰다.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핵전쟁 후,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병으로 죽어서
흡혈귀로 변한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는 <로드>에서
인류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잔인하게
약한 자들을 감금하고 인육을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로드>의 아버지와 아들이 통조림으로 연명하듯이
<나는 전설이다>의 로버트 네빌도 냉동식품과 통조림으로 삶을 이어간다.

<나는 전설이다>는 우리가 알고 있던 흡혈귀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흡혈귀는 왜 생기는 것일까?
흡혈귀가 햇빛을 싫어하고 밤에만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흡혈귀는 왜 마늘을 싫어할까?
흡혈귀가 십자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흡혈귀를 죽이는데 말뚝이 필요한 이유는?
등 우리가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흡혈귀와의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로버트를 통해 풀어준다.
작가의 의견은 꽤 설득력이 있어 이 부분도 흥미롭다.

또 인근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혼자 흡혈귀와 투쟁하며 외롭게 살던
로버트가 우연히 발견한 병든 잡종개에서 집착하고
감염을 의심하면서도 낮에 밖에 나왔다는 이유로
여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는 모습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정상이라는 것이 결국은
다수의 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22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 안에 이 모든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시간 여행자의 사랑> <나는 전설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스터오브에코> <살의의 아침> <줄어드는 남자> 등
서른 종 이상의 작품이 영화화 되었으며,
<환상특급>의 주요 각본가로도 활약한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들을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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