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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A. S. 바위치 지음, 김홍표 옮김 / 세로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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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A. S. 바위치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있지만 후각은 인간의 감각 가운데 가장 주목받지 못해왔던 감각이다감각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는 시각 위주였고거기에 청각이 힘을 보태왔다반면 후각은 천대받았고믿지 못할 감각이라고 생각해왔다현대 과학도 후각에 대한 연구는 더뎠다일반적인 인식 때문이기도 했지만또 다른 이유는 후각 연구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이를테면어떤 사물을 보고 저게 무엇인지어떤 색깔인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은 말을 하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없지는 않다), 냄새에 관해서는 동일한 냄새를 맡고도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냄새는 주관적이다그러다보니 그 냄새를 분류하는 것부터후각이 작동하는 원리를 밝히는 것 등등이 쉽지 않았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후각 연구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다바로 1991년 린다 벅과 리처드 액셀이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발견하고 발표한 것이다(그들은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후각 수용체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rotein coupled receptor, 약자로 GPCR이라고 한다)에 해당하는 것이었고이것들은 많은 포유류에서 가장 큰 유전자 집단을 구성하고 있었다그만큼 진화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감각이 후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후로 후각에 대한 연구는 분자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분야에서 놀랄 만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물론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A. S. 바위치는 굳이 따지자면 과학철학자다하지만 그녀는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고 도중 독특한 경력을 가지게 되는데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이라는 신경생물학자를 소개받고 그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게 된다그는 후각 연구에서 가장 최전선에서 연구하는 연구자였다(그리고그는 이그노런스라고 하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후각냄새에 관한 연구의 가장 최신의 발전을 목도하고직접 연구도 하게 된다그리고 많은 과학자와 과학철학자냄새 연구가(조향사들을 비롯하여)를 인터뷰하면서 이 책을 썼다.

 

대체로 네 가지 분야를 통해 냄새후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역사철학신경과학심리학이 네 분야가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역사 속에서 냄새에 관한 철학이 있고철학 속에서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성과가 담길 수 밖에 없다신경과학은 그 동안의 역사를 통해서 발달해 온 것이다특히 후각은 주관적이라(그렇지만 믿을 만한 감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다른 감각보다도 심리학적 요소가 매우 강한 감각이며따라서 철학적 해석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감각이기도 하다(“심리학적 현상은 신경 처리 과정의 표현이며후각을 탐구해 온 역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철학적 시각은 통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그렇게 이 책은 후각에 관해서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고그것을 또 통합하려 하고 있다그럼에도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는 분야가 있는데그것은 냄새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에 대한 부분이다바로 3장 코를 사유하다에서는 마음의 한 요소로 냄새가 하는 역할을, 4장 냄새기억행동에서는 생물학적의 연구와 사회적 시각을 서로 상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이를 통해 냄새라는 것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감각이라는 것냄새가 우리의 생리적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이는 이어지는 후각에 관한 최신 과학그리고 냄새에 관한 철학의 바탕이기도 하다(솔직히 이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어려워진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후각에 관한 통합적인 이론은 없는 듯하다그래서 신비로울 수 있으며그래서 아직도 연구할 내용이 많은 분야가 이 분야다코가 있으면 모두 읽어야 한다는 레슬리 보스홀의 지적은 좀 과하지만그래도 후각에 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근거를 이 책은 보여준다적어도 휴대전화와 코 중 어느 것을 포기하겠냐는 질문에 코를 포기하겠다는 답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2011년 16~22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코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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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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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거짓말하고지도 제작자는 날조하고사기꾼은 속여먹고정치인은 기만하고장사꾼은 바가지 씌우고돌팔이 의사는 사람 잡는다.” (242)

 

인간의 흑역사에 이어 톰 필립스는 인간의 거짓말에 대해 입담을 펼치고 있다자신이 팩트체킹 기관인 풀팩트의 편집자이니 이 분야야말로 그의 전공 분야 아닌가그런데 이 책의 원제가 “Truth” 즉 진실이라는 건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한다거짓말의 지저분하고 어처구니없는 역사를 들춰내는 것은결국 진실을 생각하기 위한 것이란 말인가톰 필립스는 기상천외한 거짓말의 사례를 가득 제시하고 있지만그가 추구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진실이다물론 잔뜩 경직된 진실만 가득한 세상은 너무나도 재미가 없겠지만 말이다(이 역시 톰 필립스의 생각이기도 하다).

 

톰 필립스가 찾아내 소개하고 있는 거짓말들은 정말 그 발상이 기상천외하기도 하고또 어떻게 그런 거짓말이 통했을 성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기도 하고집단적 망상과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반성이 필요할 듯 싶다경쟁자의 부고를 자신의 신문에 실어 매장해 버린 경우나존재하지도 않는 산맥을 아프리카의 한복판에 그려넣거나중앙 아메리카에 국가 하나를 날조하여 만들어놓고는 사기를 치거나 하는 것들이 그렇다이런 거짓말을 생각해내고실제로 실행한 용감함(?)도 기가 막히고그런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았다는 것도 기가 막히다그런데 톰 필립스가 얘기하고 있는 것은그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 화폐그것도 가장 고액권을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 거짓말의 역사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한다는 것도 웃어 넘겨야 할 일인지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일이다앞에 얘기한 경쟁자의 부고를 날조한 것부터 해서그는 장난으로혹은 심각한 이유로 많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그리고 아주 정교하게 저질렀다그러면서도 매스머라는 사기꾼의 거짓말을 자신의 뒤뜰에서 이른바 이중맹검 실험을 통해 적발하고 그에 관한즉 진실에 관한 보고서를 쓰기도 한 인물이 바로 프랭클린이다그를 어떻게 생각해야 옳은 것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진실과 거짓말의 경계는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또한 흥미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집단 망상에 관한 챕터다존재하지도 않은 현상을 마치 진실처럼 집단적으로 믿는 현상은마녀 사냥 같은 누구나 인정하는 역사 말고도 역사 속에서 너무나도 자주 나타났다그런 역사를 몇 가지만 살펴보아도 그런 현상이 요즘도 나타난다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가 있다아니 더 보편적이고더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톰 필립스는 위키피디아의 잘못된 정보가나중에는 그 순서를 바꾸어 다른 것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는 현상을 보여주는데이런 예가 한둘이 아닐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또한 톰 필립스가 직업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가짜 뉴스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럼에도여러 가지 점에서뭔가가 아주 낯익다근거 없는 루머가 퍼져나가는 현상은요즘으로 말하면 가짜 뉴스의 확산이다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모습은 요즘 유포되는 바이럴’ 정보와 다를 바 없다국경을 넘고시간이 지나면서 모습을 바꿔가며잊을 만하면 또 나타난다그리고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이미 살펴본 것처럼사악한 외부의 힘이 우리가 먹는 음식과 식수를 가지고 장난친다는 집단 공황은 유사 이래 끊임없이 거듭됐다그것은 오늘날까지도페이스북에서 지금 이 순간 퍼지고 있는 루머 중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한다.” (249)

 

그렇다면 이런 가짜 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가짜 뉴스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물론 그건 정말 큰 문제다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사람들이 그 가짜 뉴스를 믿게 된다는 게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거짓말거짓 뉴스를 찾아내서 오류를 정정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진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정말 좁디좁은 길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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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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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이 액션서스펜스로맨스와 더불어 초자연적 현상을 섞었다고 했다그 조합은 물론 매우 전형적인 것이고어쩌면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더군다나 초자연적 현상은 소설을 좀 유치하게 만들어버릴 지도 모른다그렇다면 그것들은 식상하지 않게유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이다그리고 딘 쿤츠는 그런 역량을 가진 작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작가가 섞었다고 하는 것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로맨스라면 이혼을 하고사고로 아들을 잃고라스베가스 쇼 무대 기획자로 성공의 길에 들어선 티나 에번스와 3년 전 암으로 아내를 잃은 전직 첩보요원이자 현재는 잘 나가는 변호사인 앨리엇 스트라이커는 티나가 기획한 쇼의 시사회에서 만나 한 순간에 서로에게 빠지는 설정을 의미한다그렇게 만난 지 하루만에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함께 뚫고 나갈 만큼의 신뢰와 애정이 쌓인다는 게 현실에서 어느 정도나 가능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그들이 겪는 서스펜스와 사건을 통해 공동 운명체로 만들고그 로맨스가 가능한 상황으로 이끌고 간다더군다나 매력적인 여인과 재치가 넘치는 남자라면

 

액션도 그렇다안락한 삶을 살아온 변호사가한번도 총이라는 것을 쥐어본 적 없는 쇼 기획자가 위험을 감지하고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면서 핵심에 다가가는 것 역시 절대 현실적인 설정이 아니다하지만 그 변호사가 15년 전에는 매우 유능한 요원이었다는 점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 엄마라는 점은 역시 전혀 가능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초자연적 현상 마저도 그럴듯하게 만들며 서로 잘 녹아 들게 만든다.

 

이 소설이 관심을 받는 것은다름 아닌 우한-400’이라는 미생물 때문이다중국에서 생물학전으로 만들어낸 미생물(정체는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바이러스는 아니고 박테리아다)은 어쩌면 우리가 2020년에 겪고 있는 이 지리하고도 두려운 싸움을 예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우한이라는 명칭 때문에 더욱 그렇지만사실은 2001년 탄저균 테러에서 보았듯이생물학전은 어느 나라고 쉬쉬하면서도 그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물론 이 봄의 난리가 의도적인 생물학전은 아니겠지만그게 의도적인 것이든아니든 우리가 미생물과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생물학전이라는 명칭을 쉽사리 배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단 4일 간의 이야기다하지만이 4일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남녀 사이의 애정과 엄마와 아들 사이의 상식을 넘어서는 공감권력의 비밀스러움상대를 파괴하려는 본능이 빚어내는 추악한 기획그리고 과학이 무엇을 할 수 있고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경고까지.

이 이야기들 속에서 빠져 책을 놓치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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