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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딘 쿤츠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이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와 더불어 초자연적 현상’을 섞었다고 했다. 그 조합은 물론 매우 전형적인 것이고, 어쩌면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초자연적 현상’은 소설을 좀 유치하게 만들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식상하지 않게, 유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이다. 그리고 딘 쿤츠는 그런 역량을 가진 작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작가가 섞었다고 하는 것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로맨스라면 이혼을 하고, 사고로 아들을 잃고, 라스베가스 쇼 무대 기획자로 성공의 길에 들어선 티나 에번스와 3년 전 암으로 아내를 잃은 전직 첩보요원이자 현재는 잘 나가는 변호사인 앨리엇 스트라이커는 티나가 기획한 쇼의 시사회에서 만나 한 순간에 서로에게 빠지는 설정을 의미한다. 그렇게 만난 지 하루만에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함께 뚫고 나갈 만큼의 신뢰와 애정이 쌓인다는 게 현실에서 어느 정도나 가능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그들이 겪는 서스펜스와 사건을 통해 공동 운명체로 만들고, 그 로맨스가 가능한 상황으로 이끌고 간다. 더군다나 매력적인 여인과 재치가 넘치는 남자라면…
액션도 그렇다. 안락한 삶을 살아온 변호사가, 한번도 총이라는 것을 쥐어본 적 없는 쇼 기획자가 위험을 감지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면서 핵심에 다가가는 것 역시 절대 현실적인 설정이 아니다. 하지만 그 변호사가 15년 전에는 매우 유능한 요원이었다는 점,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 엄마라는 점은 역시 전혀 가능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초자연적 현상 마저도 그럴듯하게 만들며 서로 잘 녹아 들게 만든다.
이 소설이 관심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우한-400’이라는 미생물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물학전으로 만들어낸 미생물(정체는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바이러스는 아니고 박테리아다)은 어쩌면 우리가 2020년에 겪고 있는 이 지리하고도 두려운 싸움을 예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우한’이라는 명칭 때문에 더욱 그렇지만, 사실은 2001년 ‘탄저균 테러’에서 보았듯이, 생물학전은 어느 나라고 쉬쉬하면서도 그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 봄의 난리가 의도적인 생물학전은 아니겠지만, 그게 의도적인 것이든, 아니든 우리가 미생물과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생물학전’이라는 명칭을 쉽사리 배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단 4일 간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4일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남녀 사이의 애정과 엄마와 아들 사이의 상식을 넘어서는 공감, 권력의 비밀스러움, 상대를 파괴하려는 본능이 빚어내는 추악한 기획, 그리고 과학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경고까지.
이 이야기들 속에서 빠져 책을 놓치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