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의 즐거움 -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수집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두리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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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집의 취미를 가져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린 시절 다들 했던 우표 수집도 나는 하지 않았었다. 굳이 굳이 댄다면, 고등학교 시절 다 쓴 볼펜과 공부한 연습장(모드 같은 브랜드의 볼펜이었고, 같은 규격의 연습장이었다)을 버리지 않고 모았던 것, 혹은 사서 읽은 책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일까? 그러나 볼펜과 연습장은 물론 책도 수집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수집이라고 한다면 일관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엔 둘 다 해당되지 않는다(그러니까 그냥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의 결과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수집으로 일가를 이룬 이들을 보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또 부럽기도 하다.

 

박균호 선생의 수집의 즐거움은 바로 그, 내가 부러워하는 수집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박균호 선생의 다른 책을 생각해봤을 때 좀 이질적인 생각이 든다 싶다. 다른 책들이 책에 관한 책들이고, 주로 자신과 관련된 책인데, 이 책은 수집과 수집가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주로는 인터뷰를 통해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갸웃거리게 되는 것도 잠시일 뿐이다. 생각해보니 이 책 역시 책들에 대한 책, 독서에 관한 책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책에 탐닉하듯(또한 다른 책이나 이 책에서 보면 박균호 선생은 책 말고도 이러저런 것에 꽤 깊이 빠져들었던 것을 언뜻 내비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도 어떤 것에 탐닉하는 게 당연해 보이고, 그런 사람들에 대해 궁금한 것이다. 특정한 것에 대한 크고 작은 집착이 사람의 본성이고, 그래서 수집에 열광적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셈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그런 이들은 도처에 널렸고, 박균호 선생은 그들을 찾아 나섰다.

 

이 책은 수집은 역사의 훼손에 맞서온 유일한 무기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영상 장비를 수집하는 한국영상박물관의 김태환 씨의 모바일 메신저 소개말이라고 한다. 좀 과장된 것 같기도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고 확인하는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과거의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자의 형태일 수도 있고, 또 실제의 물건일 수도 있다. 비록 의도적인 수집은 아닐지라도 어떤 형태로든 수집의 과정을 거쳐 역사는 구성되고 전달되는 것은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집가들은 대부분 사실 그런 거창한 목적이라든가 의미를 부여하면서 무언가를 수집하고 있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규어, 틴토이, 연필, 야구 기념품, 화폐, 청첩장, 괴담, 영상 장비, 코카콜라 관련 물품, , 농구화, 스타벅스 텀블러, 미술 도구, 만년필, 앤티크 용품, 러시아 음반.

어찌 보면 거창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자랑할 만한 것은 거의 없어 보이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수집하는 사람들도(특히 여기서 소개하는 이들은) 재산이 많은 사람들도 아니다. 용돈을 아껴 수집을 시작하였고, 다른 데 들어가는 돈을 아껴가며 애써 수집을 이어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수집품들로 유명해지기는 했을지언정 그 유명세를 통해 금전적으로 큰 이득을 본 이들도 아니다. 그들은 애초 거창한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그들이 수집한 것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박균호 선생은 그야말로 평범한 이들이 우연한 계기에 어떤 하나에 꽂혀서 성실하게 수집하여, 그것으로 인정받는 이들을 기록하고 있다.

 

다 읽고 든 생각은, 나도 뭔가를 수집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게 의미 있는 것을 꾸준히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수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딱 떠오르는 것이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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