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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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저 제목에 이끌려 책을 구입했다. 책을 읽기 보다는 사는 것에 만족을 느끼던 나는 언제나처럼 책장 한 구석에 밀어넣고는 바쁜 일상을 살았다. 그리고 마음이 무너질 것 같던 순간, 다시 이 책을 꺼내들었고 위로 받았다.


꿈도 욕심도 많은 아이였던 나는 그저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예술대학에 진학했고, 당연하게도 방황했다. 나의 호기롭던 꿈은 첫 실기 수업의 합평에서 와장창 무너졌다.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본적 없는 내 글의 단점들이 쏟아지자, 나는 성실하게 글을 쓰는 것이, 고치는 것이 힘들었고, 두려웠다. 무릇 작가가 되려하는 지망생이라면 창의력이라던가, 똘기라던가, 아니면 지독한 끈기라도 있어야 하거늘 나는 내 몸뚱아리 하나 챙기기도 버거워 허우적댔다.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너무도 많았다. 되고 싶던 것들은 너무도 멀리 보여 아득했고, 야속하게도 나이만 먹어갔다.         


변하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갈지 고민한다는 핑계로 휴학을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자유 앞에서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아르바이트를 선택해 바쁘게 지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나의 현실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몸이 바쁠수록 마음은 우울해져만 갔다.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그저 잘 하고 싶은데,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변하고 싶은 것 뿐인데. 내가 욕심 많은 걸까. 노력도 없이 변하고싶어 하는 걸까. 정말 알 수 없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유명한 강사의 특강을 들었다. 강의는 정말 훌륭했지만 답을 찾기는 커녕 이렇게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욕심 많은 속물인 것만 같아 더욱 우울해졌다. 내 기분이 어떤지,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로든 글로든 잘 표현도 못하고 있었다. 누가보면 별 일도 아닌 일로 끙끙대기만 하던 나는 결국 현실을 피하기 위해 책장 속에 있던 책을 꺼내들었다. 


처음엔 만화 속의 수짱과 마이코의 일상을 그저 엿보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저 그녀들이 착하거나 좋기만한 사람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때론 주저하고, 때론 이기적인 모습들에 공감했다. 하지만 수짱과 마이코는 어찌됐든 자신의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알 수 없는 날들을 고민하면서도 열심히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갔다. 그 모습이 너무도 예뻤고, 끝내는 눈물이 찔끔 났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과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p.111-112) 


이런 수짱의 고민과 생각에 열렬히 공감하고, 응원을 보내고 나니 이상하게도 기운이 났다. 무엇이든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자신에게 실망하고 고민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하는 것들 사이를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나라서 좋다."라고 하는 수짱을 떠올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말한다. 나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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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2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 잘쓰시는데요 ㅎ 작가의 역량이 보이시는데 힘내세요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글 쓴다는 건 공포와 비슷한 거 같아요 첫 직장이 잡지사 였는데 취재는 다 해서 자료는 넘치는데 모니터 앞에 워드에 한 글자도 못쓰고 커서만 깜빡이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ㅠ 지금 이런 글들을 쓰고 쓰고 쓰시면 분명 시나리오 작가가 되실거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ㅎ

shhshr 2016-06-26 18:26   좋아요 0 | URL
아이쿠 너무 놀랐어요. 감사합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댓글이라 큰 힘을 얻었네요. 정말 기뻐요! 여전히 글쓰기의 두려움과 싸우고 있지만, 칭찬은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은 이곳저곳 영화 언저리 일들만 기웃거리고 있지만 계속해서 쓰고 쓰고 써나가겠습니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루쉰P 2016-06-28 20:48   좋아요 0 | URL
결의가 훌륭하십니다 ㅋ 전 근데 뭘 쓸까라고 너무 부담스럽게 노트북 앞에 앉으면 자판을 더 못 치겠더군요 ㅋㅋㅋ 너무 부담가지고 쓰지마세요. 쓴다는 것이 중요하지 처음부터 무언가 거창한 것을 쓸려고 하다보면 아무것도 못하고 제자리인 것 같아요..(제 얘기 ㅋ) 쓰다가 보면 문장도 늘고 그리고 거기서 좀더 좀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요.

전 글을 길게 쓰는 편이라..(너무 길어요) 서평이라는 형식에 맞게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문장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시도해 보고 있어요 ㅋ

사실 인터넷 세계에서 누가 긴 글을 읽겠어요 ㅎ 짧으면서도 임펙트 있는 것이 인터넷에서 살아 남는 법이라 여겨져서요 ㅎ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ㅎ
 

001-A261866315 기다리고 있던 김연수 작가님의 신작 소식, 게다가 낭독회라니 너무 기대됩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 오래 남을 추억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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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참석.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과 김연수작가님의 만남이라니!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고싶습니다 ㅜㅠ 두분 다 너무 팬이에요ㅜㅠ 꼭 초대해주시길!!!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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