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고 🏆 까지 여러번 수상하신 인친님으로 알고 있다가 <유리젠가>라는 소설로 알게된 이수현 작가님. 직장일을 하면서 글도 쓰고 대학원까지 다니시는 걸 보고 매우 열정있는 분인줄 알았지만 '기록'에 진심이셔서 더욱 끌렸다.마침 나온 에세이도 《기록하는 태도》로, 내가 중요시하는 '태도'와 '기록'이 모두 담겨있어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로 읽게 되었다.📖🍁 문예창작학과 광고마케팅학과 중 취업 시장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큰 후자를 선택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차곡차곡 모아온 돈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학업에 투자했다. 자리가 좁아지는 취업 시장 속에서 이처럼 작은 길이라도 확보해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자, 내 딴엔 소소한 실천 이었다./22 ++ 소설을 쓰는 직장인. 게다가 대학원은 문창과가 아닌 광고마케팅을 택했다는 그는 "하나에만 몰입하기 보다 대체적인 나를 많이 나누는 것"으로 "하나의 자아가 무너졌을 때 또 다른 자아가 회복력이 되어주도록"(23)하는 장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지...역시나 보여지는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느꼈으나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그의 내면의 강인함을 더욱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누구의 마음에나 황량하고 매서운 겨울이 찾아 올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내 이야기를 어떻 게 써 내려갈 것인지, 마지막 지점을, 마음의 계절을 어디 에 둘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니. 그 생각과 작은 실천 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봄과 가까워지는 중일 테다./27📖🦭 쓰는 일은 있는 힘껏 자유로워야 한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 타인의 강제에 의해 기록한다면 결국 피상적인 글밖에 되지 않으니. 근원적인 마음의 갈증과 허기를 해소 할 수 없다. (...) 자유로이 기록하는 마음으로 더 너른 들을 거닐 수 있는 것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생활의 리듬이자 건강한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 지점에 쓰는 것의 의미가 있다. 진실한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순수한 자아와 조우한다./41++ 역시 쓰고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유함'이 느껴진다. 저자가 스페인에 여행갔을 때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강박으로 연일 셔터를 눌러대다 지쳐 들어간 가페에서 '마음으로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문장을 봤을때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하셨을 것 같다. 나도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보거나 낯선 경험을 할때 자주 사진을 찍는데 이젠 마음 속 깊이 새겨두는 것을 우선으로 하려한다. 물론 사진으로 남겨두면 기억에 오래남겠지만 그 순간의 온도, 습도, 냄새, 바람 등을 통해 그때만 느끼는 감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때나 우연찮게 흘려들어온 노랫소리로 그 시간이 풍성하게 기억되게 만들어준다. 특히나 온 감각으로 느껴야 오래 남는 것 같다. "나와 풍경 사이에 찬찬히 사유하고 응시하는 시간을 갖는 것. 어쩌면 그것이 더 진하고, 깊게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이지 않을까."(45)아버지가 회사에서 받아오신 놀이공원 티켓으로 '이 나이먹고 무슨'이라는 말로 가려져 있던 아버지의 유년을 놀이동산에서 주웠다는 문장에서는 울컥할 뻔했다. 그 대목 이후 모든 문장들이 좋았지만 특히 "오래 홀로 새벽이었을 당신의 마음을 이제야 읽는다"는 말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비단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더라도 남아 흐를 기록을 쓰며 쓰는 이의 태도를 되새긴다는 저자. 상처에 좌표를 찍으면 이제 새로운 곳을 향해 걸어갈 일만 남게 된다는 말.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살피는 일은 곧 자신의 일이 되며 그의 감정을 쓰며 곧 또 다른 내 모습을 본다"는... 쓰는 이의 이런 태도는 얼마나 고결하고 아름다운지...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기록하는태도#이수현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