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함께 춤을 -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리아 외 지음, 조한진희(반다) 엮음, 다른몸들 기획 / 푸른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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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몸들이 기획하고 조한진희가 엮고, 다리아×모르×박목우×이혜정이 쓴 《질병과 함께 춤을》을 읽었다.


"이 책은 버티는 삶에서 영위하는 삶으로의 전환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 나이 듦, 만성우울증, 코로나19로 움직임이 어려운 나 같은 건강 약자들에게 구원의 책이며, 여성 공동체의 의미와 글쓰기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라는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의 서문이 책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왔다. 


📖 우리는 각자의 질병을 '함께, 다시 겪는' 시간을 보냈다. 조각난 경험들, 이름붙여지지 못한 경험들,  어떤 말로 명명해야 할지 모르는 경험들에 함께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해갔다. 이는 아픈 몸으로 건강 중심 사회에서 살아내느라 부서졌던 감정, 분절되어 있던 삶을 통합해가는 과정이었다. 아픈 몸들의 언어, 질병 세계의 언어를 탐구하고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15쪽)


📖 합평은 글을 손보는 과정이었으나, 서로의 질병 경험을 매만져주는 과정이기도 했다. (18쪽)


📖 아픈 몸들이 질병과 공생하는 고유한 삶에 관한 '사소한'이야기이며,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온몸으로 분투하며 해석한 이야기다. (20쪽)


📖 먼 길을 돌아 나는 영혼을 발견한 것일까. 투명하게 비추던 빛이 사물이 닿아 꺾일 때 그 사물의 색깔이 번지듯, 나의 무릎이 꺾일 때 내 영혼 속으로 번지는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고통이었으나 그 고통이 키운 삶 또한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빛이 반사된 뒤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듯이 새로운 삶을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삶의 시작이라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제 여러 개의 빛이 모여 한마음으로 빛의 여울을 만들 때, 나는 그 어룽거리는 한 점 빛이고 싶다. 깊은 어둠 속 바다 위에 길을 내는 부드러운 달빛 속의 아주 작은 하나.❗ (102쪽)

 

++ 이 책의 지은이들은 저마다 다른 아픔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병명과 증상은 다르지만 가족들과 타인의 불편한 시선과 말에 아픔을 공공연히 말하지 못한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아픔의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인데 너무도 쉽게 추측하고 질병을 마치 '자기 몸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 겪는거라 치부하기도 한다. 몸이 아픈데 그것을 잘 표현도 못하고 심지어는 병명도 치료법도 모르고 자세한 부연설명없이 진료하는 의사들의 모습에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지못하고 외롭게 살아왔을 그들의 삶이 책의 활자를 통해 나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질병과 함께 춤을'이라는 모임을 통해 다른 모습과 아픔을 가지고 만난 이들은 말과 글로 그들의 삶을 속속들히 드러낼 수 있었다.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내가 책을 열심히 읽게 된 계기가 떠올랐다. 내안에 내 복잡한 감정과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는 언어가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무수히 읽으며 '언어'를 찾았다. 이들도 그런면에선 나와 같았다.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자세히 말할 수 없는 질병과 녹록치않은 삶에 대해 글로 표현하면서 그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네 명의 작가들 글 모두 좋았지만 그 중 박목우 작가의 글이 와닿았다. 자신의 상처를 마주바라보고 가족들의 아픔, 특히 엄마의 고통과 노력, 헌신에 대해 이해하면서 이제 더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상처와 아픔에 대해 나누고 서로 품어주는 삶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안온한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나안에 갇혀 지내지말고 더 타인을 알기위해 노력해보겠다고, 쉽게 그들에 대해 말하지 않겠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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