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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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서 행복한 요즘이다. 이사를 하고 읽고 쓰는 루틴이 금방 잡히지 않아 마음이 붕 떠 있다가 시간을 좀 더 아껴쓰면서 읽고 싶은 책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 나에게 엊그제 다양한 책들과 함께 도착한 책,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은 깔끔한 표지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집에 들게 되었다. 아무래도 글쓰기, 책쓰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유독 끌렸나보다.

 

 

늘 상처의 원인을 주변에서 찾았지만

결국 상처의 문제는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아주 작은 행동 하나로 서서히 변하게 되었고,

그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위로가되고

힘이 된다면 내가 걸어온 길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위로가 책상 앞으로 나를 불렀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중에서

 

작가님 친필사인

책을 열자마자, 사실 작가님의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사는 오늘을 사랑하며 살아요~"라는 문구가 마음을 사로 잡았다.

저자분의 소개를 읽어보고 오늘은 목차를 건너뛰고 바로 본문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인지도 모르는 순간에 나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것이 나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저 '정신없다','바쁘다'라는 말들만 수없이 내뱉으며 살았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나에게 허락된 '오늘'

이라는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중략)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깊이 있게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저 그렇게 그럭 저럭 오늘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생을 허비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0

위의 저자의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얼마전까지만해도 '오늘 하루를 감사함으로, 잘살자.'라고 말하는 수많은 매체에서 뿜어져나오는 메세지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응당 무슨 공식마냥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 전쯤, sns를 통해 자주 소식을 접하던 한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그 지인 당사자의 개인 sns에 올라온 부고장은 내 가슴을 쿵 내려앉게 했다. 혹시 장난인가싶기도 하고 평소 유쾌하고 창의적인 분이었기에 무슨 이벤트인가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믿기지않는 소식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불과 몇 일 전에도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올리셨는데 이게 무슨 뜬금없는 일인가 싶었으나 난 충격을 받는 거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은 아니였기에 다소 늦게 접한 그 소식에 내가 할 수 있는건 고인의 명복을 빌어드리는 일밖에 없어서 허망했다.

무슨 사람의 인생이 그러한지, '인생은 여름방학처럼.'이란 모토를 갖고 정말 열정적으로 삶을 즐기며 사신 분이신데 어떻게 그런 분을 그렇게도 일찍 데려가셨는지 이해가 되지않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분의 독특한 취미를 떠올리니 사고였구나 싶었다.

한 일주일간을 이분을 떠올리며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삶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위의 일을 겪고 나서 만난 책의 문장이라 그냥 흘러가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자신의 경험치만큼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나보다.

 

 

늘 불만이 가득했고, 내가 머문 어느 자리에서도 잘잘못을 따졌다. 그 따지는 문제 안에 주체인 '나'는 없었고 타자인 '너'만 있었다. 그래서 항상 억울해했고, 기분이 나빴고, 화가 나 있었다. 그렇게 뭐든 회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나'였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5

나도 한 때 그랬다. 남편과의 문제로 항상 난 불만과 화가 나있었고 그 문제의 피해자는 '나'라고 생각하며 모든 원망과 탓을 남편에게로 돌렸다. 지금도 그런 습성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기도생활과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조금씩 바뀌어 내안의 문제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글쓰기는 상대방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험난한 이 세상을 살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아 커다란 빙산 아래 숨어 아주 깊은 곳으로 숨겨져 눈을 크게 떠보려고 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커다란 빙하가 되어 있는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08

글은 단순히 '글'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지식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얻기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마음은 살 수 없다. 그저 그 사람의 생각과 상황만을 살뿐이다. 하지만 글은 사람의 마음을 산다. 깊이 닫혀 있던 보이지 않는 마음을 산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33

나도 저자와 같은 생각을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면서 글쓰기로 나를 알게 되고 내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면서 '글쓰기의 힘'을 경험했다. 지금은 많이 자제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삶이 뜻대로 되지않고 마음이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글로 마음을 풀어라'고 많이 이야기했다. 나는 기독교인이라 기도로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큰지 글쓰기로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큰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두가지를 병행하는 지금은 전보다 바쁜 일상을 살고 전보다 몸은 더 피곤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음을 느낀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51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56

 

일단 쓰고 나면 나중에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해 내기 쉽다. 말은 그때의 상황과 순간의 감정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편집된다. 하지만 글로 쓰다보면 정리가 되고 생각을 하게 된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59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두려움에 직면하는가?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두려운 것은 경험하지 못함에서 온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결국 생각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60

 

나를 향한 나의 시선을 바꾸는 순간 나의 마음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진다.

내가 달라지니 내가 바라보는 주변의 사물이나 사람들이 달리 보이는 것이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72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188

 

저자는 자신이 써내려간 글이 자신에게 돌려주는 성취감은 생각보다 강하고 크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힘을 믿어보라고. 문장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네!"라고 힘주어 대답할 뻔했다. 지금은 미미한 변화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큰 변화로 다가올거라 믿고 싶다.

우리는 각자의 가슴에 담아둔 일을 한다. 단지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처음 사는 오늘을 사랑하며 나를 사랑하며 가치 있게 살고 싶다.

나를 가치 있게 만드는 건 결국 나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p201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의 저자는

제주도 시골마을에서 다른 동생들보다 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라온 어린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으며 고등학교때 갑작스럽게 맞닥들인 아버지의 죽음, 22살의 풋풋한 나이에 '갑상선암'이라는 병을 앓게 되는 큰 일들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인간관계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온 분이다.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오며 저자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했는지 덤덤하고 자연스럽게 써낸 책이라 책을 다 읽고 난 후 여운이 꽤 길게 남았다.

그녀의 사적인 부분까지도 솔직하게 표현하며 글쓰기를 통해 어떤 치유의 역사가 나타났는지 아주 구체적이고 실재적이진 않았으나 매우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음에는 틀림이 없어보인다. 우선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자신을 돌보게 된것은 분명하다. 나도 저자의 생각처럼 오늘을 사랑하며 나를 사랑하며 가치 있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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