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 학부모가 된다는 것
이현주 지음, 김진형 그림 / 수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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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힘들 때도 있지만

그 시기는 일시적인 것이고 지나가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게 육아의 전부는 아니니까.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는 못 잡는다지만

둘 다 중요한 것이라서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냥 포기하지 말고

둘 다 좀 못해도 뻔뻔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p310

 

 

위의 글은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에서 내가 최고로 뽑은 문장이다.

워킹맘으로 계속 살 것 같은, 그렇게 살 나에게 하는 위로의 말이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적당히 해도 괜찮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육아에 막 발을 들이고 고군분투하고 있을때 「딸바보가그렸어」의 따뜻한 일러스트와 짧은 문구가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 책을 펼 여유조차 없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갈 때 핸드폰 속의 카○○스토리에 이따금 올라오는 컷들이 내 팍팍한 일상에 단비같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딸바보가그렸어」의 신간에세지가 나왔다.

그렇게 우리 아이와 함께 자란, 딸바보의 딸이 초등학생이 되고 딸바보인 부모는 학부모가 되어 그 일상을 함께 하며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또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쓴 글이 나온 것이다. 책은 산뜻한 노란색 표지안에 아이의 가방을 챙기는 엄마와 그 엄마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귀여운 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네가 친구 같은 딸이 되어주었구나

 

 

새롭게 주어지는 '학부모'라는 역할.

안 어울리는 옷처럼 꺼끌거리는 이 역할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는 지레 겁먹기 시작한다.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p27

나도 한 8개월 후면 학부모가 된다. 유아기를 벗어난(사실 아직 내 눈엔 아기같다)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낸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나도 내년엔 저런 마음이 들 것 같다.

엄마가 정말 준비해줘야 할 건

국영수가 아니예요.

혼자서 화장실 다녀오기

친구를 때리거나 욕하지 않기

선생님 말씀에 잘 대답하기

돌아다니지 않고 식사하기

자기 생각을 똑바로 말하기

친구 물건 들고 오지 않기 등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한 준비가

중요하답니다.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p17

내년이 되었을때 '학부모로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조바심 느낄 때 위의 것들을 다시 읽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습보다 생활의 기본수칙부터 가르쳐야겠다.

엄마가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밤에는

아이가 대체로 졸리고 피곤한 상태니까

"그냥 그랬어"하고 대답해버리는 것 아닐까.

엄마를 만나는 밤이 될 때까지 기억하기엔

아직은 많이 어리니까.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p107

 

 

 

워킹맘으로서 힘든 점은 여럿있지만 그 중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에서 난 두 가지를 골랐다.

 

 

하나는 아이의 일상을 아이 목소리로 듣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무척이나 궁금한데 아이는 특별한 일이 있었어도 엄마를 만나는 시간이 되면 시간이 많이 지나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리고 두번째는 어느 날 일찍 퇴근하여 자신을 데릴러 온 엄마를 기대하며 그 다음날 부터 엄마의 이른 퇴근을 기다린다는 것.

이것은 나도 경험해 봤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일이 많을 땐 너무 많고 적을 땐 또 적어서 이따금 일찍 끝난다. 엄마인 나는 아이를 맡기고 자유시간을 누리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며 일찍 데리러 간 날도 있지만 역시나 아이들은 다음번에도 또 그러지않을까 기대했다. 늦는다는 말에 아이는 한동안 섭섭해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줄 안다.

 

 그리고 엄마를 꿰뚫어 본다」

 

위의 문장에 공감하며 끄덕끄덕.

마냥 내 손길이 필요할지 알았던 아이가 이젠 학원에도 다닌다. 물론 사교육을 위한 것보다 엄마보다는 학원에서 선생님께 체계적으로 한글, 수, 영어를 배우고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게하기 위해서다. 어린이집에서 종일반을 했을땐 지루해하던 아이가 학원에 다니면서 쉬는 시간에 용돈으로 스스로 간식도 사먹고 자신의 시간을 보낼 줄 알게 되면서 좀더 생기가 돌았다. 아이는 사실 공부보단 간식과 쿠폰받는 즐거움이 크다.

아이는 종종 묻는다. "엄마, 내 용돈 지갑에 챙겨넣었어?"라든지, 엄마 내일 요리수업한대. 미리 앞치마 넣어줘."라고 준비물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깜박깜박하는 엄마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P188-189

 

위의 일러스트도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

에서 내가 최고라고 꼽은 장면 중의 하나다.

우리 큰 아이는 보통 엄마의 사랑을 동생과 자신 사이에서 확인하고 싶을 때 "엄마 나 사랑해?"라고 묻고

우리 막내는 그런 것 없이 "엄마 사랑해~~" "엄마 많이 사랑해."라고 이야길 먼저 해준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사랑해'란 말을 아이낳고 키우며 제일 많이 들은 것 같다. 계산적이지 않은 아이들의 사랑.

그 사랑을 매일 받으며 살면서도 행복한 그 순간을 자꾸만 잊는 나는 늘 부족한 엄마다. 아이가 더 훌쩍 자라 품안에 쏙 안기지 못하기 전에 많이 품고 사랑한다고, 소중하다고 많이 말해줘야 겠다.

주말동안에 읽은 「너를 만나고 엄마는 매일 자라고 있어」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아이와 새롭게 주어지는 학부모란 역할, 그리고 육아와 가사, 회사일 사이 비율을 맞추고 균형을 잡으며 풀어가는엄마의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다.

아이가 배우는 것과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지는 엄마의 행동반경.(p337) 때로는 내가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뤄야하고 아이가 뭔가를 원한다면 엄마도 그것을 함께 해야하는 삶.(p339)

아이의 소소한 학교생활, 방과후생활부터 진로계획, 비전세우기,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 친구만들어주기(워킹맘들의 아이들은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여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함), 일하는 엄마에게 아이스케줄 조정으로 고달픈 방학생활 등 등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가끔 아이를 키우면서 좀 버겁다느껴질 때 다시 꺼내봐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는 엄마가 되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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