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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감정에 대처하는 자세 - 불안과 분노, 꼬인 관계로 속이 시끄러운 사람을 위한 심리 수업
조우관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려면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관찰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심리학에 대해서 모르기때문에 그것이 기본인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나도 참 감정 중심의 사람이다.
일하면서 감정보다 이성이 커졌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고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며 내가 참 감정적인 사람이구나 깨달았다. 전엔 눈물이 나도 "전 전혀 슬퍼서 우는게 아니예요."라며 급하게 변명을 하며 울컥한 내 마음을 외면했다.
참 그 때 나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없고 자기 감정하나 조절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이는 줄 알았다. 그리고 여자라고 눈물을 무기로 삼는다는 말은 정말 끔찍히도 싫었다. 이 문장을 적고 나니 7,8년 전 쯤 일할 때가 생각난다. 난 복지사로 근무하고 있었고 내가 맡은 업무중 자원봉사관련 업무가 있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학교'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때 당시 난 끌어들일 수 있는 양질의 자원들을 활용하여 아이들을 목적에 맞게 잘 교육하고 자발적인 그룹활동을 잘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부장님께 결제를 올렸다. 난 접근하기 힘든 주제(당시 환경관련캠패인을 진행했다)로 참신한 내용을 담아 아이들 참여도를 높이고 잘 진행했다고 칭찬을 해주실거라고 내심 기대했는데 반응은 생각과 전혀 달랐다. 과정은 하나도 보지않고, 결과만 보고 당초 모집인원이 40명인데 왜 실인원이 32명 밖에 되지않느냐고 모집을 어떻게 한거냐고 언성을 높이며 나무라셨다. 난 처음에는 40명에, 대기인원까지 받았으나 대상이 청소년이고 아이들이 지원했다가 학원일정이나 개인사정으로 갑작스레 취소해서 그렇다고 말하려했으나 변명을 한다고 타박을 하실까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있었다. 그러자 더 큰소리로 타박을 하셨고 난 급기야 참고있던 억울함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이미 터진 눈물은 뺨을 타고 흘렀고 그것을 본 부장님은 바로 "내가 이래서 일 좀 잘한다 싶은 여자애들도 참 대하기가 어려워. 전의 직장에서도 너같은 애 있었어."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치 내가 여자고 감정적이고 나약해서, 혼나는 상황에서 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참 마음이 무척이나 상했다.
지금의 사회는 조금 변화된 것 같지만 내가 사회활동을 할 때만 해도 감정을 드러내면 일하는데 있어서 마이너스적 요소가 정말 많았다.


소란한 감정에 대처하는 자세 뒷표지
뒷표지만 살짝 읽어봐도 이 책을 쓴 저자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공공기관에서 10여 년 간 직업상담사로 일하면서 상담과정 중 만난 이들이 공통적으로 감정에 지쳐 자신감이 결여되고 취업에 곤란함을 겪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고자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나뉘고
1장은 내 감정의 진짜 이름
2장 소란한 감정에 대처하는 사적인 자세
3장 이제는 내 마음을 안아줘야 할 때
이다.
책의 1/3까지 읽었을 때 어느 책에선지는 몰라도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익히 알고는 있어도 중요하다고 생각지 못하고 간과한 부분들을 작가가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서 쓴 이유이리라.
오늘도 지극히 사적으로, 내가 공감하고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싶은 문구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지금 어떤 아이와 잘 지내고 있나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과거의 상처로 인한 틈을 메우기 위해 결핍의 원인 제공자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부모라면 부모에게서 위로받아야 한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그 보상은 그것을 주어야하는 사람에게서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 때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에라도 사과 받거나 결핍을 채워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결핍의 원인 제공자에게 회복을 요구하지 못해 내면아이를 부둥켜안고 울거나, 다른 사람을 들볶는다. 혼자서 어린 나를 달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아이를 모른 척하고 싶겠지만, 내가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그 아이는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킨다」 P77-78
엊그제 요즘 절찬리에 상영중인 공효진‚강하늘 주연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는데 그런 장면이 나왔다.
동백이(공효진분)가 어린시절, 엄마로부터 버림당했던 그 당일, 엄마랑 삼겹살을 먹으며 "이거 먹고 소고기도 구울까?, 여기 사이다도 좀 주세요?" "자, 포크. 밥말고 고기먹어. 잘 먹어야 어디가서도 예쁨받아." 하며 포크를 건네는 모습.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 "엄마이름 누가 물어보면 꼭 모른다고 해."라고 하는 엄마의 대사.
동백이는 그 일이 있던 날의 엄마의 말, 행동, 주변 풍경을 모두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버렸던 엄마가 갑자기 어느 날 찾아와 자연스레 집과 가게에서 밥을 하고 일을 했는데 우연찮게 용식(강하늘분)이가 병원에 입원해서 병원에 있다 엄마랑 나가는 길에 어느 남자와 마주치게 되고 엄마의 낌새가 이상하단 걸 눈치챈다. 그리고 다시 병원을 찾아갔을 때 같은 남자를 마주치고 그가 그 병원의사이고 엄마가 신장이 안 좋은데, "우리 딸이 엄마가 아픈거 알면 당연히 신장하나 떼주죠?"라고 얘기했다는 것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엄마를 불러 삼겹살을 굽고 포크를 건네고 엄마가 어린시절 식당에서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책을 보고 그 장면을 본터라, 정말 감정적으로 크게 받았던 상처에 대한 보상은 그것을 주어야하는 사람에게서 되돌려받아야 하는구나 싶었다.
동백이는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엄마에게 전해주며 마음이 좀 가벼워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엄마로부터 당한 2차 배신으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자신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동백이가 그렇게 아픈 상처를 엄마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주기전에, 진심으로 한 번이라도 그 시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딸을 다시 찾아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면 그래도 그렇게까지 했을까.

「우울은 잡초처럼 불필요한 감정으로 여겨져 뽑아야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우울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부정적인 것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그러나 우울의 원인이 대체 감정으로써의 수단이든, 자신이 가진 약점으로 인한 것이든 우울은 중요한 감정이다. 나는 우울 자체가 생존 시스템의 내‚외연을 넓히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울은 지금 잠시 멈춰 서라는 신호이다. 감정을 덮지말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찬찬히 보라는 신호이다. 몸과 마음이 합심하여 강력한 신호를 보낼 때 우리는 그 신호를 따라야 한다. 몸의 신호를 무시해 병을 키우듯 우울이 거대해지면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우리의 내면은 절대 이유 없이 신호를 보내지 않으며, 그 신호를 무시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도래할 것이다.」 P83-84

머무는 감정에는 규칙적 운동을 권장합니다
「사람들은 가끔 마음을 오직 정신력과 의지로 바꾸려 든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행복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외적인 요인에 좌우된다. 내면을 둘러싸고 있는 육체와 물질적인 것에 말이다. (중략) 마음만 들여다본다고 해서 정신건강이 좋아질 수는 없다. 일단 지금 자리를 박차고 나가 몸을 움직여보라. 몸이 좋아지면 생기를 되찾을 수 있고, 새로운 일에 대한 관심과 도전하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우리의 감정이 멈추고 헤매는 이유는 우리 몸이 아프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온 신경이 아픈 몸을 돌보느라 미처 감정을 돌볼 여력이 없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P121
소화되지 않는 말은 뱉으세요
「누군가 어떤 말을 할 때 그 사람의 내면을 보려는 노력 대신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 들어주고 위로하는 것이 관계의 기본이라는 것을 아무리 배워도, 충고하고 지적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다.」 P133
위의 문장을 보고 나를 다시 돌아본다. '내 자식 자존감 세워줘야지, 먼저 아이의 기분과 감정을 살피고 이야기해야지.'라고 늘 다짐하지만 참 그게 어렵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두려움과 이크 에크 한판

P161
감정에 대한 평가는 사양합니다

P166
위의 문장은 기억해두고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진짜일까

P207
"남을 상처 내어 슬픔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신의 슬픔을 인식하고 위로하는 것은 참는다" 이 문장에 공감된다. 타인의 감정이든, 내 감정이든 모두 중요하다. 대수롭게여겨서는 안된다.
요 몇일 무엇때문인지 기분이 우울했다가 작은 일에 짜증났다가 혼자 있고 싶었다가 오락가락했는데 이 책 덕분에 마냥 그 감정들을 무시 하지 않고 떨어져 보려 했고 내 감정들을 아이들에게 쏟을까봐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 평온이 다시금 찾아 온 것 같다.
앞으로는 나도, 내 감정도 사랑하고 잘 보듬어줘야겠다. 그래서 과거로 부터 받은 숱한 상처로 인한 묵은 내 감정들이 소중한 내 아이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