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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 작은 성취감으로 자존감을 높여주는 짬짬이 영어 공부법
이정민.이윤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나는 결혼 7년차, 엄마나이 6살이다. 엄마가 되어 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엄마가 되기전에는 엄마로서의 삶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막상 되어보니 분홍빛 작고 귀여운 아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방구뀌거나 배변활동을 하는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고 엄마로서 나는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한동안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라고 느끼거나 '이제 이 세상에 나는 없고 우리 민돌(별칭)이 엄마밖에 없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아기가 생기기 전에는 작고 귀여운 아기를 아기띠로 품에 안고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애기엄마를 보고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나아보니 선배들 말이 옳았다. 낳기전보다 뱃속에 있을때가 편하다고......
잠이 많은 내가 아이의 수유시간 때문에 쪽잠을 자야했고 우유를 먹이면서도 너무 피곤해 쇼파에서 고개가 꺾이거나 젖병을 놓치기도 여러번 했고 급작스런 생리현상에도 응하지 못하고 아기띠를 한 채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어린 아기를 둔 엄마라면 모두들 공감할터) 바쁜 듯 바쁘지 않은 매일 비슷한 하루 하루를 아이와 씨름하며 보내고 나면 많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아이가 잠든 이후의 시간이 정말 달콤해 그 시간들을 붙잡으며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SNS를 들여다보며 지친 일상을 위로했다.
하지만 남는게 없었다. 그냥 피곤함으로 다크서클만 짙어질뿐.
그러면서 세월을 아끼지 못하고 나를 점점 잃어가며 살아가는 중에 둘째도 생겼고 조금 숨통이 트인다했더니 두 아이를 오롯이 혼자힘으로 돌봐야 했던 나는 정말 지독히도 외로웠고 우울했다. 그나마 신앙생활로 극단적인 생각들을 몰아내고 의지를 다졌기에 지금 아이들 엄마로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정말 힘들고 무기력해지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도서관에 아이를 안고 들락날락 거렸고 욕심내서 한번에 5권~6권의 책을 빌려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 때는 정말 뭘해도 즐겁지가 않고 뭘해도 성취감도 못 느끼고 그냥 아이에게만 제때 필요한걸 채워주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책이 점점 좋아졌고 책을 읽는 순간에는 잡생각과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 와중에 한 온라인카페를 알게 되고 거기에서 엄마들과 글쓰기와 영어 스터디를 하며 서로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으며 '나만 엄마로서 서툴다고 느끼며 힘든게 아니구나. 다들 엄마이기전에 자신으로 살기를 원하는 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지금은 6살, 4살 자녀를 둔 일을 하는 엄마인 나는 오히려 예전보다(아이가 더 어릴때) 시간이 없는데도 책을 더 많이 읽고 글쓰기도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런 내가 아직 낯설기도 한데 책을 읽고 글을 쓸때 만큼은 정말 나로서 성취감을 느끼는 행위를 하는 것 같아서 무척 만족스럽다.
그런 나라서,
「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 책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남편과 딸아이와 지내며 일과 육아에서 자신이 사라져가는 상실감에 지쳐가다 매일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갈망했다. 그리고 그것을 고국에 있는 몸이 아파 일을 쉬며 요양하는 중에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는 여동생과 함께 합쳐(책의 표현 인용)보자는 의지로 '영어원서 읽기'를 시작하여 한달에 1권 원서보기를 실천하고 블로그에 계속적으로 내용을 포스팅중이다.
책을 펼치니 반가운 분의 글이 먼저 등장한다. 바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PD의 추천사가 실려있었다. 이 책의 신뢰도가 갑자기 올라갔다.
"엄마로서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모티브가 주는 힘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단단히 마음먹자 그동안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자투리 시간이 생겼다.......아이가 잠들면 포근한 침대가 유혹했지만 책상 앞에 앉아 졸린 눈을 비벼가며 원서 리딩을 하고, 정리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자 나의 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먼저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나 자신을 포기한 상태로 살아가던 일상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고,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던 시간이 줄어들자 모습을 감추었던 활력 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 달을 계획한 대로 실천하고 나니 다시금 예전처럼 공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생겼고, 한 권의 원서 리딩을 끝내고 나서는 해냈다는 성취감 을 느꼈다. 나는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던 육아 우울증이란 깊은 우물에서 한걸음씩 기어오를 수 있었다. 내적인 행복감과 평온함을 느끼며 다음 날 읽을 원서의 뒷부분이 기다려졌다." -본문p27
"....'엄마'라는 이름의 나에게 우울함에 허덕이던 육아마저도 즐겁게 다가올 수 있다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본문p28
위의 내용만 읽더라도 저자가 육아와 일만 하기에도 바쁜데 왜 굳이 '원서 리딩'을 시작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도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을 거 같다는 희망이 조금 생긴다.
"다른 스타일의 옷을 골라 입어보며 기분 전환을 하는 것처럼 한 번쯤은 어려운 원서, 평소 읽지 않았던 분야의 원서를 읽으며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원서 리딩을 통한 영어 공부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한 가지 팁이다." -본문p44
"분량이 적은 원서라 해도 한 달을 목표로 천천히, 차근차근 무리하지 않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원서를 집어 들어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우선이므로, 자신의 일과 중 한 부분을 할당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자."-본문p57
특히나 자신의 시간이 부족한 엄마들에게는 무엇을 하든 원하는 것을 하려면 일과 중 한 부분을 할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좀처럼 쉽지않다는 것을 엄마라면 알텐데 저자는 그런 독자를 다독이듯 말한다.
저자는 원서읽기를 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동생과 함께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포스팅을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뭔데? 라고 묻는다면, "내 시간을 갖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고,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고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 아닐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 엄마들도 한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자아를 실현하고 싶고, 매 순간 발전하고 싶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p81
책의 중반부쯤에서는 영어원서 리딩외에 영어를 공부하기위한 팁도 몇 가지 소개되어 있다.(p110-111)
원서리딩을 하다가 슬럼프에 빠질때는 아래와 같이 하라고 한다.
"자존감을 세우고,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자신을 너무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내가 아니어도 남들이 나를 계속 벼랑끝으로 밀어붙이는 세상이다. 이럴 때 나만은 나 자신의 편에 서서 나를 아끼고 철저히 보호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나에게 이 슬럼프를 딛고 일어설 시간을 준다고 생각하고, 폭풍처럼 자신의 마음을 헤집어놓는 풍랑이 가라앉고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한 발짝 떨어져 느긋하게 바라보자." -p121
그리고, 「틈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짬짬이 영어 공부의 팁」도 소개되어 있다.
위의 팁 중 나는 아래의 내용을 중요하게 보아 정리했다.
[문장과 단어는 단락별로 정리한다]
"무턱대로 읽지 말고 단락마다 주요 단어에 표시를 해두세요. 그리고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그어 표시하고, 그 문장을 요약해서 옆에 적어놓으세요. 그렇게 하면 나중에 기사를 다 볼 필요없이 단락마다 자신이 요약한 주요 문장만 보고도 원문 내용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 같은 방법으로 원서도 보고, 신문도 보고, 잡지도 보고 하다 보면 독해가 재미있어지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요." -본문p155
「한 권의 책을 꼼꼼히 다 읽고, 그 시간 동안 얻은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독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책 속에서 느낀 좋은 생각들과 방식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얻는 것! 이것이야말로 원서 리딩을 통한 영어 공부의 최종목표이자 궁극적인 바람이다.」p183
나도 저자처럼 나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책의 앞표지엔 저자로 동생의 이름도 찍혀있는데 동생의 글은 '에필로그'로만 실려있었다.
책이 두껍다고 처음에 느꼈는데 알고보니 책의 뒷편에 친절하게 원서 리딩의 시작을 우리가 잘 아는 '이솝우화'로 활용해보라고 30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 이제 원서읽기, 시도해 볼일만 남았다.
이 책은 엄마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영어공부'를 시도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엄마로서 머물러있는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