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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연보라빛 수국, 푸른 초원과 바다...
아름답고 신비한 섬.
그리움이 시작되는 열 번째 섬, 아조레스.」
이 문구에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문구에 맞게 예쁘게 그려진 푸른 초원과 바다, 수국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 일으켰다. 책의 앞표지는 물론 뒷표지도 참 예쁘다.
★사진1)
아조레스제도가 어디 있을까? 궁금했는데 겉표지 안쪽을 보니 대서양 한폭판에 있고 신비한 아홉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또 표지엔 '열 번째 섬, 아조레스'라고 하지?
책을 읽으면 그 궁금증은 금방 풀린다.
★사진2)
"아조레스를 떠난 이민자들은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사실 그건 그리움 이상이었다. 포르투갈어에 사우다지 라는 단어가 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단어의 의미를 다른 나라의 언어로는 온전히 옮길 수 없다고들 말한다. 이 단어는 향수병이나 누군가는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아조레스 사람들에 따르면 대개 삶, 그리고 바다, 혹은 지난 시절 같은 것들을 그리워할 때 주로 쓰인다. 사우다지를 이해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포르투갈 민요 파두(fado)를 듣는 것이다. 슬픈 음조의 노래인 파두를. 아니, 더 엄밀히 말해서 갈망의 노래인 파두를." -본문p27
위의 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왜 아조레스섬을 두고 그리움을 언급했는지......이내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대체 그 섬이 뭐길래 향수병이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더 큰 의미라고 할까?
캘리포니아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아조레스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나는 그런 사람들을 '열 번째 섬'이라고 일컬었다......"열 번째 섬이 어떤 장소나 특정 무리인 줄 알았던 거요? 열번째 섬은 마음속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라오. 모든게 떨어져 나간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이죠. 두 세상을 오가며 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열 번째 섬을 더 잘 이해한다오. -본문p63
고개를 그냥 끄덕끄덕 해본다.
사실 난 이 책을 기분전환 삼아 가볍게 읽을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그 사람들과의 대화가 나오는데 그 이름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기는 커녕 기억되지 않고 금방 잊혀졌다. 그리고 저자(주인공이라고 할뻔했다. 에세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는데도 왜그리 소설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다)와의 관계부터 그들의 은밀한, 아조레스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하도 다양해서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와서 누구 얘기였나 더듬길 반복하다 안되겠다싶어 간단히 아래와 같이 메모를 하며 읽었다.(나의 기억의 한계를 느끼며)
나의 필기를 살펴보면, '캘리포니아 중부에서 접했던 아조레스인 공동체들'이라고 쓰여있는데, 이 책의 주제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중반부에 소개된 40년만에 아조레스를 찾은 '노루베투'의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아조레스에는 신발도 없었고, 전기도 없었고, 먹을 것도 없었습니다. 곡소리만 넘쳐났어요. 아조레스에 돌아가서 그 곡소리를 다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웠습니다."
"아조레스"를 이해하려면 포르투갈의 역사를 알면 이해가 쉽지만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보니 포르투갈이 냉전과 독재의 시대에 아조레스제도의 섬 주민들이 캘리포니아나 캐나다 등으로 많이 이주해 살다가 고향이 그리워 축제와 투우가 끝없이 열리는 전통있는 자기네 고향에 여름휴가 기간동안 들어와서 지내거나 아예 다시 본거지로 삼아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나는 내가 어느 민족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아는게 없었다. 그러니 뚜렷하게 어느 민족이라고 정의할 수도 없었다." -p87
"하마옐리안 일가는 나를 오다르(남)이라고 불렀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내 가족이었다." -본문p88
"아조레스에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끈 내 열정은 그동안 살아온 삶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그 날, ....나는 엄청나게 달렸다....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공원 잔디밭에 몸을 던졌다..그러고는 쿵쾅가리는 심장과 숨결을 온몸으로 느꼈다. 내 몸을 지탱하고 있는 땅바닥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버지를 데려가버린 하늘에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광활했다. 그에 비해 한없이 미약한 내 숨소리가 들렸을 때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1년 뒤 내 어머니 베벌리 여사가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본문p91-92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의 담당 사진기자의 실수로 기사에 나오는 사람의 거주지를 잘못 기입해 거짓된 이야기를 썼다는 오명을 쓰고 홧김에 언론사를 나온다. 그러면서 두 달을 공들여 취재한 기사가 무기한 보류됐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취재 장소를 다시 찾다갔다가 그곳(아조레스제도의 테르세이라 섬 )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책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저자의 출신배경과 어쩌다 고아가 되었고, 어떤 계기로 오디와 아르멘부부를 만났고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는지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이야기도.....
★사진3)
위의 내용은 '아조레스'를 묘사한 대목이다. 문장 하나 하나 읽어내려가니 머릿속에 그 풍경이 펼쳐지는 듯 하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으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언젠가 한 번은 꼭 그 신비한 섬에 가보겠노라고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