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로 인문이 소외받고 있다. 세대의 고통을 일반화 하는데 '자기계발'이라는 분야는 계속 해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지만 인문은 그렇지 않다. 당장 현실의 문제와 지나친 사실성을 중요시 하는 세대에서 인문학은 마치 사치 마냥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세대의 문제을 '너도 아프냐, 나도 아팠다'라는 콩트 드라마의 연민으로, 힐링과 치유의 키워드를 안고 위로할때도 인문은 점차 우리한테서 멀어지고 있는 듯 했다. 천번이 흔들려야만 어른이 된다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처없이 흔들려야만 하기에, 정신없다.
인문학의 사전적인 용어는 너무 포괄적이여서 한정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 삶의 조건에 대해서 얘기 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은 그 인문학이 내포하는 이상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경험적이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대안으로써의 학문이 아닌, 보다 분석적이고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사변적인 태도로써, 삶과 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근본을 파고드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바로 이와같은 것들이 현대인들에게는 일종의 사치로 받아드려질 수 도 있다. 당장 닥칠 일상의 고민들을 위로 받기에도 시간이 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인문학은 가장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측면을 갈구하고 있다. 개인이 가지는 스트레스와 무뎌진 자신에 대한 자기반성, 더 나아가 사회 다양한 현상들의 근본적 의의를 질문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문제의식과 근본적 성찰 없이 다짜고짜 그럴듯한 미사어구로 힐링을 외치는 것. 허공에 펌프질과 다를바 없이 보이기도 한다.


제작년부터 올해까지를 필두로 외국 명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학자들의 서적이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가히 인문학 패널에서 오랜시간 베스트셀러를 지켰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는 기존 얼핏 이름만 들어왔던 유럽 철학자들의 철학과 사상을 사회의 일상적인 상황들로 쉽게 설명하고 고민하면서 사람들이 철학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어서 샌델은 <왜 도덕인가?>(한국경제신문)를 통해 현대 민주주의에 의한 스트레스원인을 날카롭게 집어내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어 예일대 셸리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가 출판되었다. 일반적으로 심오하면서도 접근하기 어려운, 하지만 가장 실존적인 문제인 '죽음'다룸으로써 일상 속에서 무뎌진 삶의 존재적 의의를 공유하는 페러다임이 적잖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경험 기계에 연결돼 있으며, 그들 모두 최고의 경험을 누리고 있다고만 상상해보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내가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것은, 경험 기계에 연결된 채 ‘평생’을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것이다. 1주일, 1개월 또는 1년 동안 신나고 흥미로운 체험을 해볼지 묻고 있는 게 아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경험 기계 속에서의 삶이 지금 여러분의 삶보다 더 나을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지독하게 나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경험 기계 속의 삶이 분명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p.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