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인생을 제대로 바라보기위해 노력하고 싶기에, 오늘도 청춘을 말한다. 감정을 포착하는 인위적인 촉감 대신 아늑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 웃을 수 있다. 당신과 나의 관계 속에서 세계는 시작되었고, 그 세계의 끝에서 나는 부쳐지지 않는 누군가의 편지에 작지만 믿음을 걸어 본다. 모든 관계는 그 고독 만큼이나 유효하기에, 우리는 서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그 어떤 설명보다, 청춘과 인생에서 느끼는 행위의 한계를 이야기 하는 작가 김연수의 단편소설 한부분을 발췌해서 이토록 추운 겨울을 잠시 데워보려 한다. 그 날씨의 따뜻함과 그대의 온기로.

나는 생각해 봤다. 그랬어요. 십 년은 고사하고 당장 내년 이맘때는 어떨지도 모르고. 그렇게요. 다음 여름에도 햇살이 이렇게 뜨거울지, 어떤 노래가 유행할지, 다음에는 어느 나라의 이름을 가진 태풍들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그렇게요. 나는 우리가 걸어가는 길을 바라봤다. 호수 건너편, 메타세쿼이아가 서있는 세계의 끝까지 갔다가 거기서 더 가지 못하고 시인과 여자친구는 다시 그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두사람은 무척 행복했고, 또 무척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그 거리에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남게 됬다. 다시 수만 년이 흐르면서, 빙하기를 지나면서 여러 나무들이 멸절하는 동안에도, 어쩌면 한 그루의 나무는 살아남을지도 모르고, 그 나무는 한 연인의 사랑을 기억하는 나무일지도 모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희선씨에게 내가 말했다.

 "맞아요. 그러니까......, 그렇게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세계의 끝 여자친구,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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