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애매모호 한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서 방송되는 뉴스들을 봐도 그렇다. 본질적인 내막과 배경을 알지 못한채 내뱉는 정보들을 '어느정도 사태의 심각성'만을 각인한채 망각해 버리는 것 처럼 말이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테러들이, 생각해보니 내가 구내식당에서 점심밥을 먹고 있을때 일어났다는 짤막한 뉴스나, 이후 후식으로 커피숍에 가는 길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대규모 노동자 파업이 일어난 일들과 같은 것들이 말이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우리는 수없이 많은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서 매일 새로운 정보들을 폭풍처럼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모호하다. 내용은 신속성을 중요시 하는 뉴스의 간결함과 작은 모바일 액정에 걸맞는 프레임에 담겨 좁혀지고, 중요성은 축소되며, 심지어 간혹 왜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대중들은 모호한 실루엣 속에서, 정보의 실질적인 형태와 왜곡되지 않은 사건들의 배경을 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된다. 본질을 향한 욕구를 가지게 된다.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 지금 내가 이 글을 타이핑 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이 순간을 사소하지만 하나의 사건이라 기록하면, 객관적인 상황이 벌어짐과 동시에 다른 관점들의 셀 수도 없는 주관들이 개입하게 된다. 애초에 객관이라는 본질은 손질되고 일어나게 된 계기, 진행되는 과정, 발하게 된 결과, 그로써 이 사건이 남긴 의의들 까지 전부 다르게 해석되고 다르게 평가 될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밀첩하게 안고살게 되는 극단의 주관인 '시간'이 개입하면서, 개개인 모두의 탄생은 주관의 탄생이며, 생生은 주관의 과정이 된다. 이 주관들 속에서 한 시대(역사)의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란 거의 불가능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보다 객관적'이라는 피상적인 모호한 접근보다는 '보다 다양한 주관을 수용한' 역사서로 이 멈추지 않는 역사서를 접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권이 바뀌면서 국가의 다양한 정당들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다른 이념으로 박치기 할때 가장 예민하게 접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교과서이다. 어린 아이들이 처음으로 역사를 인식하게 되는 시발점. 어떤 사안에 대하여 무의식 적으로(의식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지게 된 극단적인 이미지, 예컨데 부정적인 이미지와 배경을 가지게 되었다고 치자. 그 이미지를 깨고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뒤엎는 다른 방식의 이미지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작용을 하거나, 혹은 자의적으로 다른 작용들에 대한 탐색 노력을 시행 할 직접적인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처음 접하게 되는 것들이 인생에서 이미지로 각인되어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잠시만 돌아보아도, 분명한 논리와 지식을 뒷받침 하지 못한채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이미지 들이 얼마나 많은가. 때문에 같은 공간을 다른 이념을 가지고 해석하는 세력들 간의 논쟁은 여전하고, 일본의 역사왜곡, 수없이 많은 과거사 논란들은 여전히 미디어에서 끊이지 않고 공론되는 문제로 제기되고있다.

 

 하지만 정보는 수없이 마구 쏟아지는데 비해, 현 세대는 제대로 역사(본질과 배경)을 습득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 수없이 마구 쏟아져 안구속으로 들여보내지는 것이다. 깔때기는 부족한데 물만 자꾸 쏟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는 깔대기를 넓히자는 수용의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안에 이미 산처럼 쌓여있는 정보의 더미들을 가장 밑바닥 부터 긁어내 제대로 뒤집어 바라보는 것. 모호한 것들을 열린 주관으로부터 바라보는 것.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이념들을 수용하면서, 혹여나 나도 모르게 딱지처럼 들러붙은 이미지들을 관철하는 행위가 바로 제대로된 역사 인식이 아닌가 싶다.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단편적인 정보의 산들을 수평으로 잘라내어, 그 역사가 의의하는 본질부터 보려는 그 마음가짐. 바로 거기서 부터 '지식인'은 탄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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