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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 거리의 아이 최성봉,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최성봉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최성봉님을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작년이었던가.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도 모르게, 그냥 말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짠해졌던 기억이 난다.
MC들이 무언가를 물었을 때, 한 단어 한 단어, 고민하며 어렵게 선택하는 모습과
그 말을 내뱉으면서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는 모습.
왠지 모르게 주눅들어 있는 그 모습 때문에 더욱이나 눈길이 가던 소년...
그가 넬라 판타지아라는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MC들과 방청객들 모두-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장면...
그래. 사실. 그의 그런 어렵고 힘든 배경, 이 아니었더라면 .
그 노래가 그렇게까지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겠지.
세살 때 고아원에 버려졌다는, 구타 당하는 게 힘들어서 다섯살 때 고아원을 뛰쳐나왔다는...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길거리 생활-
껌팔이부터 폭력, 절도- 등등... 원치 않게 휘말린 여러 사건들.
책을 읽다보니. 그의 지금까지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어떻게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을 한번도 제대로 표현해보지 못하고 20년을 살아왔다는 그.
누군가 자신과 함께 밥을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서 날아갈 것 같았다는 그.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아픔과. 고통. 슬픔. 좌절. 분노를 겪었겠지..
사실 조금 전에 KBS 아침마당에 나오는 최성봉님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글을 남기고 싶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 그저 담담히 묻어두고 있었는데...
아침마당을 보면서. 또다시 그의 말에, MC도 울고 방청객도 울고.
보고 있는 나도 울고...
그가 엄청난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붙여가며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엄청나게 과장하거나, 꾸며내고 지어내서 멋있는 척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아온 대로. 그때 느꼈던 대로. 그대로 이야기하는 건데...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서 정확한 단어 선택도 되지 않는 그인데.
그 눈빛 만으로도.
슬픔을 감추려고 오히려 태연한 척 하는 그 눈빛 만으로도.
보는 사람, 듣는 사람의 마음을 ...
최성봉.
방송에서 말한 대로.
그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듣고. 또 그의 말에서 용기를 얻고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평불만하고 투정부리며 살아온 삶에 대해 반성도 하고..
+ 얼마전 봤던 그의 동영상.
http://youtu.be/TyJPkDW3r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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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최성봉님의 팬카페도 있었다! ㅎㅎ
사진도 구경하고. 완전 좋다! 팬미팅때 나도 가야지.ㅋㅋㅋ +_+
http://cafe.naver.com/csbforever?20120515091916
+ 책 속에서.
프롤로그
출간을 결심한 건 말기 암에 걸린 어느 팬이 해주신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분이 제게 “너도 살았는데 나는 신세한탄만 했구나”
하고 말씀하셨을 때, 제 존재가 그분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은 듯했습니다.
p 28
남의 집에서는 눈치를 봐야 했지만 거리에서는 거리낄 게 없었다.
고정적으로 잘 곳은 없었지만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어둡고 좁은 곳이 있으면
아무 데나 비집고 들어갔다. 바퀴벌레처럼 말이다. 바퀴벌레보다는 조금 나았으려나.
어쨌든 떠돌이 강아지나 길고양이보다 나을 것 없는 생활이었다.
p 57
나는 다리를 절뚝이며 병원에서 도망쳤다. 얼마 안 있어 들통날 사실들이 두려웠다.
병원비가 없다는 것, 보호자가 없다는 것, 그래서 경찰이 올 거라는 것,
내가 칼을 들고 다니고 누군가를 찌르기도 했다는 것을 경찰이 알아챌 것이다.
걸을 때마다 악 소리가 터져나오는 아픔 속에서도 도망쳐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두려운 어린아이였으니까. 내 곁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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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고통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햇살이 좋은 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울고 있다. 붕대를 푸는 데 이미 거즈는 사라진 지 오래다. 상처 부위 바로 위에 칭칭 감았던 붕대는 상처가 아물면서 재생되는 살과 함께 엉겨 붙었다.
붕대를 풀면 겨우 딱지가 앉았던 자리의 살이 찢겨나갔다.
그 자리에서 역겨운 냄새와 함께 고름이 흘러나왔다.
곪아터진 무릎 속에서 흰 벌레들이 꼬물꼬물 기어나왔다.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화도 나고 억울하고 서럽고…… 정말 한을 토해내듯 꺼억꺼억 울었다.
그 상태로 걷기라도 하면 빨지도 못한 더러운 옷에 상처가 쓸렸다.
p141
길바닥에 살 때도 잘 씻지 못해서 피부병에 걸린 적이 여러 번 있다.
피부병이 생기면 살이 트고 갈라지다가 어느 순간 수포가 생기면서 온몸이 가려웠다.
가려움증이 일기 시작하면 미칠 것 같았다. 여기저기 벅벅 긁다 보면 손독이 올라 피부가
시뻘게졌고 더 심해지면 살이 썩어가는 듯 시커멓게 변한다.
발바닥에 땀이 많아서 그랬는지 어느 날 보니 발바닥 전체가 수포로 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