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엄마랑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는데, 갑자기 엄마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쳐다보냐고 물으니, 너 지금 입은 그 옷좀 버리란다.

 

벌써 5년도 넘게 잠옷으로 입고 있는 낡은 반팔티셔츠와,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 된 반바지.

 

TV에서는 어떤 여배우가 집에서 입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쁜 잠옷을 입고 있다.

"결혼하면 절대 그런 옷 입고 있지마. 너는 꼭 이쁜 옷만 입고 있어!"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제 언제고 곧 시집갈 수 있는 나이가 되서인지 요즘들어 부쩍 엄마가 나한테 해주는

말들이 자꾸만 내 마음을 콕콕. 찌르고 들어온다.

 

부엌에서 설거지 하는 엄마 옆에 가면,

이런 그릇은 이렇게 닦아야 하고, 수저는 이렇게 해야 하고, 행주는 이렇게 삶아야 하고...

엄마도 나를 보낼 준비를 하는 걸까.

내가 없는 방을 떠올리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하는 우리 엄마.

 

김용택 선생님의 어머니를 읽으면서 내내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몸이 작아진 엄마를 보고 울고 울고 또 울었다는 선생님.

남자라서, 표현은 많이 못하셨지만. 아마... 선생님도 어머니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나 보다. 책을 읽다보면 , 어머님한테 직접 못하셨던 얘기들을 많이 쓰신 듯 하다.

 

내가 읽고. 우리 엄마한테 주고 싶은 책.

 

- 책속에서.

 

p 34

 

형제들도 자식들도 다 소용없다.

늙고 병들어 죽을 때가 되면 인생은 혼자다.

홀로라는 것을 알게 되면 외로움도 사라질 것이다.

홀로 간다.

죽을 때 사람은 가장 강해지는지도 모른다.

평화가 오겠지.

자유가 무엇인지 알겠지.

우리가 살며 이 세상 무엇을 이길 수 있을까.

산골마을에 홀로 사는 외로운 어머니들은 아마 돌아가신 남편과 이웃들과

외할아버지와 외삼촌들을 그리워하며 아마 그런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p 82

 

나_지금 소원은요?

어머니_ 없다.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안 아프고 그냥 바람처럼 훌쩍 떠났으면 좋겠다.

 

p 93

 

내가 사는 시골 동네에도 꾀꼬리가 날아왔다.

지난주에 신경림 선생님이 오셔서 안도현 시인하고 어머님이 사시는

시골집 마당에 있는 평상에 앉아 앞산을 보는데,앞산에서 꾀꼬리가 울면서 뒷산으로

날아갔다.

내가 놀라며 "어머니, 꾀꼬리가 왔네요," 그랬더니,

"아아, 꾀꼬리 울음소리를 듣고 참깨 싹이 나온단다" 하시며,

텃밭 참깨 싹이 났는지 모르겠단다.

어머님의 무심한 이 말에 시인은 놀랐다.

선생님께서 나를 보며 "용택이 니가 시인이 아니고, 너그 어머니가 시인이구만"하신다.

 

p 138

 

어머니의 친구는 누구였을까.

무슨 일이 있으면 어머니는 누구와 상의를 하고 누구에게 하소연을 했을까.

깊은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나는 늘 궁금하다.

삭혀야 하고, 풀어야 하고, 넘어가야 하고, 버려야 하고, 버텨야 하고,

생각을 죽일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세월을 사는 동안 디딘 땅이 푹 꺼지는 일들을 어머니는 어떻게

다 해결하고 또다시 땅을 찾아 딛고 사셨을까.

 

p 225

 

땅콩을 까고 앉아 있는 어머님의 작아진 모습을 보며 나는 울고

자다가 깨어 다시 울었다.

우리 어머니가 다 늙다니, 어머니가 삶의 생기를 점점 잃어가고

기운을 어딘가에 빼앗기며 점점 작아지고 점점 세상에 어두워져가시는 모습은

나를 너무 슬프게 한다.

 

p 234

 

안사람이 언젠가부터 어머니하고 전화로 농담을 할 수가 없다며

어머니와 전화를 하다 끊고 주저앉아 운 적이 있어요.

안사람 이야기를 듣고 나도 울었다니까요.

처음에는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다가

어머니가 가는 귀를 먹은 것이 확인되자 안사람이 며칠 동안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울었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