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아. 세상 살이가 쉽지 않다.
매일 웃으면서 즐겁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새 구부정해진 아빠의 등이, 방 건너 넘어오는 엄마의 기침 소리가, 
오늘 아침 만원 버스의 쾌쾌함이, 만남이, 사랑이, 이별이...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어깨를 짓누르고 마음을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

삶이라는 것이 다 이런 것인가. 
행복하게 산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은 혼자만의 되뇌임.

그런데 또 간사한 것이 사람이라 그렇게 혼자 지내노라며 금방 또 온기가 그리워진다
이책은, 딱 그런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너무 쓸쓸해하지 말라는, 많이 사랑하지 말라는, 나만 위로하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응원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맑고 투명한 사진들, 그 차가운 곳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은. 
어쩌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응원보다도 더 깊고 넓게, 나를 보듬어주는 듯 하다. 

김동영 작가의 신작.
기다린 만큼 더 많이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다.


- 새겨두고 싶은 구절들.  

p 54  


언젠가  너도 나처럼 먼 길을 떠나게 된다면 길에서 만난 누군가가
'거기 가면 아무것도 없어' 라고 말해도 계속해서 그 길을 가보렴.


그땐 내 고집을, 그리고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씩 세 걸음씩 가까워지는 길들의 풍경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


p 61

젊음이 뭔지 아나?
젊음은 불안이야.
막 병에서 따라낸 붉고 찬란한 와인처럼. 

그러니까 언제 어떻게 넘쳐 흘러버릴지 모르는 와인 잔에 가득찬 와인처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한 거야.

하지만 젊음은 용기라네.그리고 낭비이지.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바로 그것처럼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 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p 110

그냥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서로를 사랑하다
보온병에 담긴 물처럼 서서히 식어가다 비워지는 거지

그리고 그 빈 보온병에 영원히
우리의 사랑을
우리의 기억을 담아두는 거지



p 193

누군가 떠나간다는 것은 내 쪽에서도 그만큼의 마음의 분량이 사라진다는 거였다.


p 273

나에게 아이슬란드는 그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었고
운율은 불규칙하지만 소리내서 읽으면 너무도 아름다운 시 같은 곳이었고,
잠들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는 곳이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날아가버리는 곳이었고,
태초의 지구의 모습과 종말 후의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우리가 아는 시간이라는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는 시간 밖의 텅 빈 공간이었다.

p 305

자네도 알게 될 거야
나이가 들게 되면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이라는 건 없다는 걸.
열심히 일을 하고 있건 가족을 가지고 있건 그리고 돈이 많이 있건

모두가 결국엔 불안하지 . 

우리는 가진 걸 잃을까봐 언제나 불안하고 정말 잘 살고 있는지 의심하고,
그래서 오히려 별로 가진 게 없는 것이 더 행복한 인생인지 모른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까지도 하질 않나?


p 308

전 너무나도 자주 중요한 것들을 잊곤 하는데 
저도 나이가 들면 지나버린 그것들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아마 자네가 잊은 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어
만약 중요한 거라면 다시 생각날 걸세
그냥 자네가 알고 있고 경험한 기억들 사이에 그것들은 납작하게 파묻혀 있을 거야

그냥 시간을 가지게 .
자연스러운 시간을.
그럼 어느날 마법처럼 모든 게 생각날지도 모를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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