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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여행 - 장기배낭족 모모리의 417일간의 유라시아 횡단기
한미옥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지만,
이번 책처럼 달콤하지 않은, 쫄깃하지 않은, 그런 책은 없었던 거 같다.
시럽을 타지 않은 라떼처럼,
조금은 씁쓸했지만 부드러웠고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쫄깃한 면발보다는 질기고 두꺼웠지만
가만히 곱씹어보면 훨씬 깊은 맛이 느껴지는 기분.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린 그녀.
엄마가 어렵사리 쥐어준 10만원으로
서울에서 빠져나갈 때의 톨게이트 비용과
한국에 도착해 처음 지나는 톨게이트의 비용을 지불하고서는
엄마가 준 돈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며 고마워하는 작가의 모습이 ,
그리고 그 돈을 쥐어주던 엄마의 모습이 .
마치 아는 언니의 이야기인 듯, 옆집 아줌마의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왠지 멀게만 느껴져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여행지에서 현실과 떨어진 나의 삶을 살아간다기 보다는
그저 잠시 나,의 삶이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는 맘으로 글을 쓴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30대 직장인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다독여주는,
하지만 떠나고 싶게 만들어 퇴사의 위험을 안겨주는,
그런 책인 듯 싶다 ^^
아. 나도 떠나고 싶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을 떠나고 싶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
- 차곡차곡 내안에 쌓아두고 싶은 구절들.
p 30
배낭이 허락한다면, 어깨 근력이 허락한다면,
그리고 마음이 원한다면 지니고 가라.
억지로 남겨두고 떠나지 마라.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나에게 가장 적당한 무게의
짐을 지고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이건 삶 꾸리기 철칙,도 마찬가지다.
p 177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있어
떠난 후에야 알게 되는, 그래서 두고두고 그리워지는
그런 것들이 있어.
p 184
난 혼자 여행할 때가 참 좋았어
사람들은 말하지
좋은 풍경도 같이 공유할 사람이 있어야 좋은 거라고 .
그런데 난 홀로 좋은 풍경을 보면
누군가와 나눌 필요가 없어 좋았어.
온전히 100퍼센트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내 머릿속에, 가슴속에 담아둘 수 있어서 좋았어
p 202
느림은 좋은 것이다
별 것 아닌, 반복되는 일상에 행복은 녹아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느림 앞에서 전전긍긍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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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였다
세상의 속도에 내 삶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p 226
사막에서 바다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든 꿈을 꿀 수 있으리라 .
사막 가운데 피어나는 꽃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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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자.
그대에겐 사막에도 바다가 있다 .
p 322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 .
아니 모두가 정답이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최고의 장소이고,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이라 믿으면 된다.
그럼 나는 지금 최고의 여행을 하고 있는 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