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컬러링북

리버스 컬러링북
켄드라 노턴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7월

이 책은 특별하다. 컬러링 북인데 컬러 펜이 없어도 된다. 이유는 이미 컬러가 페이퍼에 담겨 있다. 이 책을 받아든 사람은 형태 안에 색깔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려진 색 위에 자신만의 형태를 그리고 표현하는 책이다. 그래서 컬러링북이라고 하기보다 드로잉 북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미 채색된 그림 위에 나만의 그림을 덧입는 작업이라 아예 처음부터 그리지 않아 부담감은 없다.

​다양한 색감과 패턴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보물찾기 하듯이 이미 그려진 색감 안에서 내가 만들어 내고 싶은 모양을 그려본다. 동그라미 안에 눈, 코, 입을 그려 표정을 넣어보기도 하고,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를 연결 지어 조각품처럼 구상해 보기도 한다.

나같이 자유로운 사람은 컬러링보다 형태를 내가 직접 그려 넣는 것이 재미있었다. 뜻밖의 줄긋기가 내가 원하는 형체가 되기도 하고 모양을 검은 테두리로 완성 짓는 일이 색칠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펜의 굵기에 따라 테두리의 형태가 달라진다.

펜의 굵기에 따라 수묵화처럼 표현할 수도 있고, 얇은 펜으로 디테일한 사실화를 그려볼 수도 있다. 강조하고 싶고 포인트가 되는 형태는 굵은 펜으로 쓱 그어버린다. 펜과 컬러감이 있는 이 종이에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고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무의식이 글로, 형태로 표현되며 어느새 아름다운 낙서가 된다.

생각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려보기

색색의 동그라미 패턴.

환을 테마로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일본의 작가 쿠사마 아오이가 생각나는 내지 그림.

이 책은 저자가 의도한 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다. 선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예쁜 색감 위의 도형에 글씨를 써 보기도 한다. 잠깐 쉬고 싶을 때, 카페에서 여유를 부리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 때,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고 싶을 때, 위시 리스트를 작성할 때 짧은 찰나에 떠오르는 것들을 낙서하듯이 가볍게 그리고 써보았다.

정형화된 그림 안에 색을 채우지 않아도 수고스럽지 않고, 이미 흐드러지게 핀 색들 앞에서 바스키아처럼 낙서를 하며 일상의 일탈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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