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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현재진행형 - 스튜디오부터 크라우드소싱까지 예술가와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들
글렌 애덤슨.줄리아 브라이언-윌슨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23년 12월
평점 :
예술가가 사용하는 재료와 제작의 과정이 저작권에 관한 논의와 예술이 발생하는 경제적, 사회적 맥락의 이해에 얼마나 핵심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아홉 개의 장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사고와 제작의 교차점에 주목한다. 각 장은 회화, 목조, 건축, 퍼포먼스, 도구 정비, 돈, 외주 제작, 디지털화, 크라우드소싱이라는 특정 제작 과정에 초점을 둔다.
폭넓은 주제들에 대한 논의가 구체척 예시와 시각 자료들로 함께 직조되며 테크닉과 재로의 선택에 관여하는 논리를 드러낸다. 앨리스 에이콕, 주디 시카고, 이사 겐즈켄, 로스 카핀테로스, 폴 파이퍼, 도리스 살세도, 산티아고 시에라, 레이첼 화이트리드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미술은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만들어 내는 유일무이한 오브제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프리다 칼로의 경우 침대가 곧 그녀의 작업실이었다.

현대 예술의 개념이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평소 궁금했던 주제여서 이 책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 중에서 챕터 4의 퍼포먼스 부분이 흥미로웠다. 행위 예술이라 불리는 행위가 상당히 자극적이고 이런 것도 예술일 수 있나?싶은 소재도 많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소개된, 대만 태생 예술가 테칭은 <1년 퍼포먼스>로 자신을 우리에 가둔 후 그 안에서 나오지 않고 일 년을 보내는 극한의 지속적 퍼포먼스 시리즈이다. 자발적으로 감옥을 만들고 고된 노동보다 고된 '권테'를 표현한 이 퍼포먼스는 침대 하나, 들통 하나, 싱크대 하나가 들어있는 공간에서 감금생활을 했다. 심지어 읽을거리, 라디오, 텔레비전, 노트 하나도 들고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시도를 왜 하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이런 것도 예술이라니. 테칭 시에는 그 공간에서 자기 자신이 미술품이었다. 우리는 주로 미술품이라고 하면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물질을 생각하는데 시에는 몸이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참 발상 한번 기가 막히다. 그런데 굳이 아무것도 안하고 일년동안 감금생활해서 거의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상태로 지내는 것이 행위 예술이라니.
퍼포먼스에서 물질이란 무엇인가?라는 대답에서 다양성을 주는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환도 몸을 조각과 조형과 도전의 대상인 물질로 생각해 극도로 발전시킨 예술가다. <12제곱미터>1994라는 작업에서 그는 꿀과 생선 기름을 섞은 액체를 온몸에 잔뜩 바르고, 공중 화장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곧 파리들이 날아와 그의 나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의 굳은 얼굴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러움과 배설물, 벌레에 대해 느끼는 메스꺼움이나 혐오의 반응이 없다. 이 작품이 인간의 폐기물을 관리하는 기반시설의 틀 속에 신체적 기능들을 위치시켜 사회적 생산으로 의미부여했다. 비평가들은 환의 작품 일부를 '선정적 마조히즘'이라는 단어로 논평했다. 그는 <나의 뉴욕>(2002)에서 고기로 만든 옷을 입었는데 그로 인해 부풀려진 윤곽 때문에 꼭 살갗이 벗겨진 근육질 보디빌더처럼 보였다. 이 작품에서 의미하는 바는 이주 노동자, 비둘기, 보디빌딩이라고 말했다.
신체가 제작되는 지속적 방식 중 하나는 인종과 성별의 시스템을 통한 것이다. 미국의 미술가 에이드리언 파이퍼는 1971년 <영혼의 양식>이라는 퍼포먼스에서 철학자 칸트의 사상을 공부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작업이었다. 동시에 이 기간 동아 주스와 물만 마시는 금식을 했다. 이 퍼포먼스는 수많은 그림과 글에서 남성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잦았던 전형적인 자기부정적 금욕주의자에 대한 작가의 언급인 듯하다. - 96쪽
이렇게 퍼포먼스를 통한 예술로의 탐색도 흥미롭다. 생각과 발상의 전환이 우리 몸을 통해 입혀진다면 다양한 퍼포먼스로 의미를 만들어냄을 알았다.
주로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나는 챕터 5에서 소개되는 도구 정비 부분 중 음악 관련이 재미있었다. 이미 아는 내용이지만 존 케이지의 <준비된 피아노>나 백남준의 <TV첼로 초연>등을 다시 보니 반가웠고 이 예술의 의미를 다시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설명을 들으니 재미있었다.
데이비드 번의 <건물을 연주하기>는 2005년에서 2012년 사이 4개의 도시(스톡홀름, 런던, 뉴욕, 미니애폴리스)에 설치되었던 작업이다. 번은 이 작품을 위해 수도, 배관, 빔과 대들보, 기둥 같은 거대한 건물의 기반 시설을 관악기와 타악기로 활용해 상호적인 소리 환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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