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앞표지
1980년 생. 중앙대 조소과, 국민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한 후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 미술원에서 조각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 예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미술작가로서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교에서 미술 작품 창작과 미술사 그리고 미술교육과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부하며 이탈리아의 미술관, 박물관, 오래된 성당, 유적지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다니며, 작품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저자의 개인적 감상을 바탕으로 작품 자체의 설명과 문화, 예술, 정치, 역사 등 작품에 관련된 사회 현상, 미술 표현의 기법 등을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술사를 알 수 있고 각 지역마다 특정 시대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마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피렌체는 르네상스 회화, 조각과 함께 메디치 가문과 관련된 건축물을 소개한다. 밀라노에서는 르네상스의 작품과 이탈리아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작품과 1900년대 초반에 활동한 근현대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베네치아에서는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회화 작품이 나온다. 이탈리아 한 나라에서 이렇게 다양한 시대와 양식을 가진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탈리아의 예술적 저력 같다.
책 내용 중에,
모자이크는 테세라 하나하나를 붙여 전체 이미지를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테세라는 작은 한 점을 이루는 한 조각을 뜻한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테세라'는 카드 형태로 된 신분증이나 교통카드 혹은 증명사진을 뜻한다.
모자이크의 역사는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장식일 수 있지만 기원을 살펴보면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흙으로 된 바닥 위에 자갈을 끼워 넣어 길을 정비했는데 이것이 모자이크의 시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미술 작품에서 본 모자이크가 왠지 공예 작품처럼 실용적으로 느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모자이크는 애초에 실용적인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간적인 조각상. <스피나리오> 왼쪽 발을 오른쪽 허벅지에 올리고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뽑고 있는 남자아이다. 일상의 소소한 움직임도 작품이 될 수 있고 조각상으로 만들어놓으니 더 친근감이 든다.
책 159~161쪽에 나오는 유디트의 다른 해석도 재미있었다.
카라바조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자르는 유디트>와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자르는 유디트>는 같은 사건을 시간 차를 두고 다른 화가가 그린 것이다. 카라바조의 작품이 먼저 그려졌고 젠틸레스키가 더 후대 작품인데 카라바조와 젠틸레스키의 그림 속 홀로페르네스는 피를 뿜으며 목이 잘리는 장면을 똑같이 그렸는데 카라바조의 작품보다 젠틸레스키의 작품이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젠틸렌스키는 여성 예술가로서 도전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17세기 초 피렌체 아카데미아에 입학한 첫 여성이라는 점과 우피치 미술관을 채우는 수많은 대가들 틈에서 유일한 여성 작가라는 것 역시 그 삶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20세기 중반 페미니즘이 등장하며 그녀의 삶이 재조명되기도 한 이유도 이런 역할들 때문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그녀의 삶에 성폭행이 있었다.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당한 성폭행이었고 폭행범의 처벌은 미흡했고 그날의 상처는 복수심을 일게 하고 그런 감정이 이 그림에 투영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봤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성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기도 했다고 한다.
책 220쪽과 222쪽에 있는 그림이 나도 맘에 들었다. 저자도 프란체스코 아예츠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나도 이 그림을 보면서 순간의 감정을 잘 포착하여 그린 것 같고 그림이 주는 강렬함이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작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이탈리아에 가게 된다면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을 관람하고 나의 감상평도 메모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이미 봤던 작품도 더 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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