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당신이 알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안준형 지음 / 세이코리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알게 되었어요. 마약에 관련된 사람들.

마약을 전문으로 변호하는 변호사의 이야기.

지은이 : 안준형

한국과 미국에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국제변호사다. 법무법인 지혁의 대표 변호사이며,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10년 전 마약 사건을 처음 맡았고 요즘은 1년에 100건가량 마약 사건을 처리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약 사범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볼 수 있어서 공감이 많이 갔고, 저자가 맡은 사건마다 의뢰인의 마음이나 배경에 관심을 갖고 공감을 하는 폭이 넓어서 인간적이었다. 자기가 맡은 의뢰인이 마약을 했을지언정 인간을 이해하는 노력이 보이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글에서 느껴진다. 이 책이 마약 사범에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곧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 것을 보고 저자의 따뜻한 인간성과 내용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저자의 솔직한 마음이 느껴져 글을 읽는 내내 좋았다. 변호사가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데 다른 사람도 돕고 자기도 돕고 싶다는 말이 와닿았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공간에 대한 묘사나 느낌도 독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서술하는데 저자의 풍부한 표현력 때문에 더 글이 이해가 되었다. 마약 수사대 건물의 짓이긴 크레파스 묘사, 구치소, 법정의 공간을 묘사한 부분이 좋았다. 그리고 법정에서의 세 명의 판사(재판장, 배석판사) 묘사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책을 보면서 법정 스케치처럼 법정의 분위기와 그의 생생한 실제 이야기는 몰랐던 법정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판사나 변호사도 문과라 글을 잘 쓰는지, 딱딱하게 생각했던 법률 용어도 주석을 달아놔서 모르는 법률 용어도 알게 되고 책 내용이 재미읽게 읽힌다. 예전에 읽었던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 최소한의 선의, 판사유감, 쾌락 독서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도 흥미 위주의 픽션도 아닌데 읽는 재미가 있다. 물론 마약 중독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의뢰인으로 상대하는 변호사의 일상이 가볍거나 흥미 있다는 것이 아니고, 그의 글 솜씨가 좋아서 쉽게 읽힌다.

내용 중 알게 된 부분을 간단히 메모해 본다.

마약 사범들은 구치소에서 일반 수용자들과 분리 수용된다. 일반 수용자는 흰색 숫자 명찰, 마약 사범자들은 파란 명찰을 단다. 우리나라 마약 사범들의 재범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유는 교도소에서 분리만 이루어지지 적절한 치료와 단약 교육이 없이 다시 사회에 나가기 때문이다. 단약을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와 도움이 필수적이다. 약물 의존과 갈망에 대한 심리적인 상담은 물론이고 금단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처방이 필요하다. 마약 사범들을 감옥에 가둬두는 것으로는 오히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현실을 보면 교도소나 구치소가 재범을 촉발하는 기관이라고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마약 투약자의 가족을 위한 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미비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마약 사범들이 어떻게 마약에 손을 대고 마약을 하면 어떤 상태가 되며 어떤 전문의는 필로폰을 끊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고도 말하며 재범률이 많아 단약에 실패하고 삶이 망가지고 죽음에 이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술도 마약처럼 법으로 금지하던 때가 있다. 술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은 미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관대하다.

알코올 중독도 마약중독처럼 폐해가 크다. 그리고, 술로 인한 범죄가 많은데도 우리나라는 유독 술 때문에 생긴 범죄는 심신미약 상태라는 이상한 참작을 붙이면서 감형 사유가 되는 것에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예전에는 주로 마약을 조직폭력배들이 유통을 했기에 그들과 삶의 경계가 겹치는 유흥가나 화류계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 필로폰을 투약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10,20대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텔레그램, 비트코인으로 거래한다고 한다.

형사재판은 당사자가 출석하고 구두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변호인이 직접 변론해야 하므로 민사소송처럼 준비서면으로 1분도 안 돼 끝나는 것과 다르다고 한다.


단약 의지를 분명히 해야 양형에 참작이 된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마지막 진술. 부모님께 한 마지막 진술: 저를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모라는 존재가 이래야 되는 것인가? 부모가 포기하지 않으면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에서, 마약 투약하기 쉬운 조건은 돈, 시간이 많고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언론에서는 항상 자극적인 마약 보도를 하기 때문에 피의자가 유명인이거나 연예인일 경우 더 크게 보도된다. 언론인들의 헤드라인이 자극적이다.


민감한 정보도 수사 기관에서 언론으로 흐르게 되면 보호되지 못하고 피의자 보호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한다.


언론이라는 것이 대응할 때마다 확대, 재생산되는 특성이 강하다고 한다.


마약 관련 보도는 마약에 대한 공포심과 혐오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약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마약 범죄 감소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감한다.



에스코바르 투어. 의사는 착한 사람만 골라서 치료하지 않듯 때로는 변호사도 선한 피고인만 변호하지 않는다. 악한 본성과 옳지 않은 행동도 변호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라는 직업이다. 그것이 인간이고, 그럿이 변호사다.

인상 깊은 구절이다.

멈춰야 할 시기를 알면서도 안 멈추고 그만두어야지 하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일탈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한 번의 실수는 금세 잘못된 습벽이 된다. 그릇된 행동이 몸에 익으면 죄책감이나 양심도 쉽게 무뎌지고, 그럴수록 범죄는 점점 과감해진다.

꿈은 대개 시각적이거나 촉각적이지만, 대체로 기억은 청각으로 남는다. -176쪽

완전 동감하는 문장이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정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전쟁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나? 그 과정에 부작용은 없었나?



중독자를 구조하는 방법 :

중독의 종류는 다양하다. 중독 치료는 가정에서 해결하면 안 된다. 전문가에 의한 중독 치료가 필요하다. 마약에 중독되면 우리의 뇌와 신경이 망가지고 호르몬의 균형이 깨진다. 마약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공급의 단속보다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마약에 대한 수요를 줄이려면 중독자를 기계적으로 격려하고 처벌하기보다는 그들의 치료와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




#나는왜마약변호사를하는가

#안준형

#saykorea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