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담아 씁니다 - 오늘의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의 어제의 기억들
김혜은 지음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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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 때 자연스레 책 냄새를 맡아 봤다. 향기는 안 난다.

지은이 : 김혜은

시트러스 노트와 재미있는 향기 그리고 균형감이 좋은 향기를 사랑하는 조향사. 향수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고 향기 영상 대백과 사전 제작을 목표로 하는 향기 만드는 사람.


구관이 명관. 샤넬 코코 오 드 퍼퓸


이 책은 향수에 관련된 책이다. 저자는 조향사이고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향수에 관심을 두고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서 조향사가 되기까지의 시간들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쉰한 번째 노트까지 짧은 이야기가 각각 담겨 있고 각 노트마다 향수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고 노트마다 향수 제품이 소개되어 있어 향수에 문외한인 사람도 향수에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고 향수를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인생철학, 경험들이 잘 녹아져 있는 글이다.

나도 젊었을 때는 향수에 대한 관심이 꽤 있어서 향수를 사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향기와 나한테 어울리는 향기를 찾는 것이 큰 재밌었는데 그것도 한때였던 것 같다. 요즘에는 인공적인 향기를 맡으면 멀미가 나는 이상한 증상이 있어 향수를 즐기지는 않는다. 하물며 드러그 스토어에 들어가면 확 풍기는 화장품 냄새에도 힘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향수가 좋을 때는 타인이 뿌렸을 때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 나에게 향수는 왠지 나의 체취가 내가 마음에 들 때 살짝 코팅해 주는 정도의 향기면 충분한 것 같다. 청결함 뒤에 뿌리는 은은한 보호막 같은 향기가 좋다. 특히 향수를 잘못 뿌려 온몸에 향수 냄새가 진동하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공연장이나 밀폐된 장소에서 향수 냄새를 잘못 맡으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도 안 좋은 영향이 있다. 그래서, 향수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한 향수 냄새로 고생한 경험이 많아서인지 아무리 좋은 향기라도 그 사람을 뒤덮는 향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향수를 고르는 법, 저자의 향수 취향, 저자가 오렌지를 까먹으면서 맡았던 알데하이드가 그 유명한 샤넬 넘버 파이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낯선 이에게 향이 좋다고 해서 무슨 향수를 쓰는 것을 물어보는 것은 실례일 수 있다. 낯선 이가 말 걸어오는 것 자체가 부담감이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쓰는 향수를 물어보는 것은 결례인지 않을까? 나는 저자와 다른 생각으로 이 노트는 읽었다. 그냥 좋은 향기를 맡아지는 것으로 향수의 역할은 끝나는 것 같다. 하지만, 직업이 조향사라면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데 궁금하면 낯선 이에게도 선뜻 물어볼 수 있고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각자의 생각대로 좋은 향을 맡았을 때 호기심의 깊이가 다른 법이니까 물어볼 수도 있고 그냥 마음에 간직할 수도 있고. 내가 조향사라면 좋은 향을 맡았을 때 적극적으로 물어볼 것 같다. 하지만, 무슨 향수를 쓰는지 알려주고 안 알려주고는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알려줄 수도 있고 안 알려줄 수도 있다. 향수를 쓰는 것이 내밀한 자기표현의 방법일 수도 있고. 이유야 여러 가지 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게 야박한 것이 아니라.

지은이가 말하는 무화과 과일의 매력을 향수로 쓰면 어떨지 상상도 해봤다. 지은이가 소개해 준 에센셜 퍼퓸. 피그 인퓨전 오 드 퍼퓸 향수를 한번 시향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무화과를 향수로 만들면 어떤 향기가 날까 잠시 생각해 보면서.

냄새는 느껴지는 것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것처럼 내가 조절도 할 수 없어, 언제 어떻게 불시에 생각하지 못한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할머니의 향기. 88쪽

향수도 제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향료를 어디에 희석했는지에 따라 사용법, 효과가 매우 다르다.

향료를 알코올에 희석한 알코올 베이스다. 알코올이 용제이기 때문에 확산력이 좋다. 하지만 알코올이 고농도이기 때문에 피부 자극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두 번째는 워터 베이스다. 물에 향료를 희석한 것인데, 향료는 오일이라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래서 가용화제를 넣어 이 둘을 섞지만 층이 분리될 수 있으니 뿌리기 전에 흔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오일 베이스는 롤온타입이라고 바르는 형태의 향수다. 오일 베이스라 지속력이 좋지만, 반대로 확산력이 다소 아쉬울 수 있다고 한다. -102쪽

책을 읽으며 시향 해보고 싶은 향수 제품 메모

입생로랑 블랙 오피움 오 드 퍼퓸 : 탑 노트-오렌지꽃, 핑크페퍼, 미들 노트-커피, 재스민, 베이스 노트-바닐라, 파출리, 시더우

센트위키 오팔린 그린 28 퍼퓸 : 탑 노트-라임, 베르가못, 레몬, 진저, 미들 노트-은방울꽃, 베이스 노트-파출리, 우디 노트, 머스크

코펙트럼(코+스펙트럼)이 넓어진 황새와 이제 겨우 향수 걸음마를 시작한 뱁새의 선택이 같을 수는 없다. 취향의 차이를 떠나 새로운 냄새를 맡았을 때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165쪽

향수는 어디에 뿌리면 좋은가? 영국의 니치 향수 브랜드 '로자 도브'의 창립자이자 조향사인 로자 도브는 향수를 뿌리는 부위로 쇄골과 어깨 라인을 추천했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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