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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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선홍빛 핏물이 지킬 박사의 머리에 쏟아지다.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지킬 박사의 악한 본성이 그를 덮쳐 이제 선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슈베르트 '마왕'이 연상되는 그림이다.

다른 자아에 대한 두려움. 두 자아의 공존을 느낀다는 것은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첫 장 흰 페이지에 선명한 빨간 드로잉.


이 책 그림 너무나 마음에 든다. 그림을 그린 티나 베르닝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생각한 지킬의 캐릭터를 직관적인 색과 거친 드로잉으로 파괴적인 악의 본성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스타일이 살짝 에곤 실레가 연상되는 그림체다.


이런 책은 스토리를 읽어 보기 전에 그림부터 차례대로 촤락 넘겨본다. 아. 좋다. 그림책 보는 것처럼 말보다 이미지로 스토리를 말해준다.

마치 주인공이 이미지이고 글이 곁들여 쓰인 글처럼 글자 포인트는 작다. 보통의 다른 책과 비교할 때 한두 포인트 더 작은 것 같다.

classic reimagined 고전 재창조

이 책을 끝까지 정독했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옮긴이가 다르고 한국말의 글맛을 다르게 표현하시니 책마다 읽는 맛이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도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스를 그림으로 제공해 준다.

이런 책이면 예술 작품 감상하듯이 나는 한 페이지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

마치 글의 내용과 분위기가 그림에 다 담겨 있는 듯하다.

소설 속의 가상, 추상성, 괴기스러움, 빅토리아 시대, 고딕풍 소설, 런던의 분위기, 안개, 가스등, 지킬 박사의 서재와 실험실, 하이드씨 집, 지킬 박사의 두 친구 어터슨과 래니언 박사, 커루 살인 사건 등이 눈앞에 다 그려진다.

고전은 언제 읽어도 질리지 않는 탄탄한 내용이 있고 구성이 있다. 꼭 교훈이나 필독서라 불리는 점 말고도 언제 읽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 인간의 속성, 본질에 다루기 때문에 읽을 때마다 읽는 이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의 상황에 딱 들어맞게 그때그때 생각나고 떠오르는 점이 있다. 그건 정말 신기하다. 책은 항상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래서, 책 읽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자극제? 촉진제가 되어준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관해서는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소름 끼치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선과 악으로 분리했지만 선과 악을 동시에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극한으로 가고, 정말 파괴적인 행위로까지 이어진다면 범죄자나 사이코로 불리는 것.

나를 죽이는 것과 타인을 죽이는 것의 선과 악을 생각해 본다.

나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닌가?

그러면, 나를 죽이는 것과 타인을 죽이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은 살인인가?

그 밑바탕에 담긴 감정의 크기는 같다고 생각한다. 안으로의 분노, 밖으로의 분노?

이 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어보면, 지킬 박사의 원래 어렸을 적 본성은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쾌락은 정상적인 쾌락이 아닌 듯싶다. 그래서, 사람의 본성 중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절적인 본성도 타고난다고 생각이 들었다. 괘락을 추구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고통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진짜 쾌락인가? 내가 볼 때는 정상적이지 않는 감정 같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극단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지킬 박사의 멈추지 못하는 하이드 씨로의 변신은 지킬 박사의 억제되어 온 그 쾌락주의의 씨앗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후에는 자신의 본능과 숨겨 있는 자신의 무의식의 발현으로 쾌락을 즐겼고, 이후에는 더 이상 원래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겉포장된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지 않고 겉껍데기를 버리고 선한 것은 더 이상 힘을 쓰지 않는다. 여기에서, 이상하게 중독자로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섬뜩했다. 중독자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계속 그 물질을 찾게 되고 점점 그 물질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형국에 이르게 된다. 그것 없이는 살아갈 힘도 없고 살아갈 수도 없는 빈 껍데기뿐인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좌절하고 우울해진다는 중독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킬 박사도 처음에는 그 작은 호기심에 자신의 창조성을 위배한 실험에 내맡겼을지 모르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느껴졌다. 선과 악의 줄다리기에서 악에 패하고 선의 끈을 놓아버린 꼴 아닐까? 악의 마음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가? 지극히 오만한 인간의 말로다.

지킬 박사에서 말하는 선과 악. 일반적인 사람에서 나타나는 선과 악의 마음이 아니라, 극단적인 범죄자나 사이코의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선과 악을 생각하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지킬 박사는 속으로는 어쩔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의사로서 자신의 체면과 부를 이루며 잘 살아가고 심지어 기부도 하며 선한 사람의 모양으로 잘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평온한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할 때쯤 인생의 재미를 다르게 실험한다. 약품으로 진짜 사람과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는 이런 사람을 많이 본다. 앞에서는 선한 척을 하고, 뒤에서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종종 뉴스에서 보지 않는가? 그 위선과 거짓 삶이 금세 들통날 것을 모르는지. 여전히 사회에서는 명망 있는 사회 인사, 유명 인사들의 부조리, 범죄 행위들을 마주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너무나 꿰뚫고 있어서 재미있다. 시공간의 초월이 있는 내용이라서 언제 봐도 현 상황과 대입이 충분하다.

이 책에서 하이드로의 변신을 알아차리고도 방조한 인물들이 나온다. 나는 여기서도 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몰랐을까? 지킬 박사가 하이드인지? 알았더라고 하더라도 친한 측근이어서, 혹은 내가 신분이 낮아서, 혹은 당사자와 경제적으로 얽혀 있어서 등의 이유로 진실을 가리고 제발 아니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있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렇게 방조, 방관한 사람들이 현시대에도 많다는 사실이다.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면에서 나도 내 주위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성찰해 본다.

사람의 마음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악함과 선함으로 딱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지만,

악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내가 악한 것을 취하지 않고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적인 선택이 있어야 함을 느끼고 악한 것에는 아예 발길조차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드씨의 신체 묘사가 흥미롭다. 요즘 악인의 외모는 아주 평범하고 오히려 호감형의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많던데.

그 시대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나와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악인의 묘사가 뭔가 기형적이고, 신체 불균형 묘사로 기술되고 있다. 시대마다 선입견이 있구만. 그 시대에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기독교적인 세계관에서 인간은 변하지 않는 모습인데 인간의 태초가 원숭이라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다가왔을지가 가늠이 된다. 그래서 인간의 최초 원형의 형태를 뭔가 진화가 안된 동물이나 기형으로 소설 속 인물로 묘사되는 것이 이상하지가 않다.


'그가 숨는 자라면 나는 찾는 자가 되어주지.'

38쪽 어터슨의 언어유희 . 하이드씨를 기다리는 어터슨.

하이드는 창백하고 난쟁이처럼 작달만했으며, 어디가 잘못됐는지 꼭 짚을 순 없어도 기형인 듯한 인상을 주었고, 미소 짓는 얼굴조차 보기 거북했고, 소심함과 배짱이 흉악하게 뒤섞인 태도로 어터슨을 대했으며, 약간 툭툭 끊어지는 쉰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를 싫어할 만한 이유는 이처럼 넘쳐낫지만, 그 모든 점을 다 합친다 해도 어터슨이 지금껏 몰랐던 혐오와 증오, 두려움을 그에게서 느꼈던 이유를 설명할 순 없었다.

어터슨이 바라 본 하이드의 모습 , 40~42쪽

삶에 대한 혐오와 염증이 일었다.

곧 풀이 돌아와 지킬 박사가 집에 없다고 알리자 어터슨은 부끄럽게도 마음이 놓였다.

어터슨의 심리, 43쪽

이 책을 읽으면 항상 같이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다.

만약, 이 책<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추천한다.

섬뜩한 대사. 죄인들의 우두머리라면, 피해자의 우두머리이기도 하다는. 사이코 범죄자의 심리가 이럴까? 살인을 하고 쾌락을 느끼는.

이렇게 책이 아름다울 수가. 보랏빛이 물드는 안개 핀 풍경에 검은 숲. 나는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 같다. 나는 마지막 이 그림에서 퍼플과 블랙을 같이 사용함으로 결말 짓는 이야기의 정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티나 베르닝은 원래 여성 인물화를 그린 사람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녀의 그림들을 검색해 보았다.

출처: 티나 베르닝의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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