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는 파랑 -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
김지희 지음 / 윌북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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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색감도 참 다양하지요? 음악의 세계도 같은 음을 눌러도 다양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표지가 이 책의 의도를 다 말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이도 이렇게 말했다. "g 면 솔이잖아요. 그럼 솔은 파랑? 빨, 주, 노, 초, 파해서 다섯 번째 음이니까."

책 뒤표지


김지희 : 피아니스트, 오페라 코치. 미국 현대 오페라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작품 목록

BBC 빅밴드 오케스트라부터 요제프 슈트라우스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을 읽고.

저자의 집필 의도에 아주 공감이 많이 되고, 이 책을 읽으며 좋은 음악을 발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이 호감이 가는 음악을 찾아 들을 것 같다.

유명한 음악이라도 자신이 좋아야 듣게 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라도 본인만 좋으면 그 음악을 듣게 되는 것처럼 음악의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의 취향과 음악 감상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음악이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 자연스레 떠오르는 음악이 무엇인지 저자만의 방법으로 간간이 힌트를 준다. 그런 생각을 공유해 주는 것이 마치 좋아하는 것을 같이 나누는 기쁨이랄까? 나는 그 음악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저자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다양한 감상 포인트를 알게 되어 좋았다.

앞으로도 추상적이라고 생각한 음악(기악 음악, 특히 절대음악)을 이렇게 다양한 감각이나 자신만의 경험, 정보를 통해 글로 풀어써 준다면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사가 붙여진 음악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가사 자체가 메시지이기 때문에 말보다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감상법이 나와 있어 굉장히 유용한 것 같다. 곡을 듣고 어떤 식으로 상상하면 좋을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예를 들어, 음악 자체에 대한 상상으로 그 곡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보이는가? 몇 시쯤인가? 무슨 냄새가 날까? 조용할까? 소음이 들릴까?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릴까? 공기에는 어떤 냄새가 날까? 누구와 함께 들으면 좋을까? 아니면 혼자? 지금 내 기분과 어울릴까? 멜로디를 손으로 만진다면 어떤 촉감일까? 등 실제로 음악을 듣다 보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된다. 그런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책에 적혀 있다.

또 작곡가를 위한 상상 목록도 상당히 수긍이 간다. 실제로 레슨 할 때 선생님들은 이렇게 접근을 한다. 그 곡을 연주하기 위해 작곡가나 곡에 대한 탐구를 저자의 상상 목록대로 해 보는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곡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또 그 곡을 작곡가의 의도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한 곡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음악 에세이처럼 술술 읽힌다.

요즘 감상 관련 책에는 곡의 qr코드가 수록되어 있는 책도 있는데, 그런 점은 살짝 아쉬웠다.

음악 감상에 관련된 나의 생각

꽤 오랫동안 음악을 즐기다 보면 모든 예술은 다 통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음악을 들으면 색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림을 보다 보면 어울리는 음악들이 마구 연상되는 작용. 한마디로 같은 주제에 쏠리는 다양한 감각들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을 거쳐 다양한 음악 공부를 하고 현재 오페라 코치로서 활동하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에 대한 인상을 글로 표현했다. 음악처럼 시간에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것은 붙잡을 수도 없고 한정된 공간에 존재하고 있음이 아닌 경우에는 그 순간 느끼는 나만의 느낌과 감상이 중요하다. 그 순간을 다양한 감각을 통해 이 저자는 표현했다. 음악을 들으면 거기에 어울리는, 떠오르는 색채로 표현되고 그 음악에 따른 감각을 글로 풀어쓴 책이다. 바흐부터 쳇 베이커의 재즈 연주자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던 곡에 관련된 정보, 에피소드, 음악적 상상력을 글로 풀어썼다.

이런 책은 읽으면서 공감을 하던지 아니면 자신의 감상폭이 넓지 않아도 책에 나와 있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음악을 잘 듣지 않는 사람도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만, 책에 기술되어 있는 저자의 이미지를 참고로 해서 음악을 감상하면서 자신만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 감상에는 정답이 없고, 자신이 느낀 그 감정이 정답이니까. 음악을 듣고 무리하게 다른 것과 접목하지 않아도 음악 자체로, 소리 자체로 가슴 찡하게 하는 울림이 있다. 그것을 느낀 다음에 다른 것도 들어올 수 있고 다른 것을 생각할 여력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듣는 이가 음악을 들었을 때 아무 감흥이 없는데 다른 감각들을 가지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다고 해도 음악의 정수는 맛보기 힘들다. 음악은 주관적이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다양한 느낌과 감정, 그림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 재미가 있어서 예술을 즐기니, 음악 안에서 맘껏 자유롭게 자신만의 방법대로 즐기시기를. 그런데, 어떤 것을 알고, 이해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즐길 거리가 더 많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이 곡(라벨: 보로딘 풍으로)을 듣고 라벤더색 커튼 같았다고 한다.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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