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쇼펜하우어의 명언집(?)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왠지 멋있는 그의 말들과 비관적인 그의 인생 철학이 한참 예민한 시기와 맞물려 흠뻑 빠지게 했던 것 같다.
그의 말들이 다 맞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가 한 문장에 표현했던 응축된 의미가 참 깊게 와 닿았다. 그 때 무슨 말에 감동을 받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전히 그 때 그가 썼던 글을 처음 읽었던 느낌도 아직도 남아 있다.
뭔가 심오하고 철학적 메시지인데 마냥 이상적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잘 아는 현자의 메시지랄까.
그 때의 느낌을 갖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쭉 읽어보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그 밖의 다른 사상, 철학자들의 말을 빌리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잘 정리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전체에서 행복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나한테는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인생은 어차피 불행의 연속이니 그 와중에 외부로부터 느끼는 외연적인 것에 종속되지 말고 자기 내면의 충족감, 만족감을 위해 살고 인생의 본질인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버티며 살아라.' 이런 메시지로 들린다.
- Ⅱ개인의 본질 챕터에서 '정신이 탁월한 자는 그리 사교적이지 않다.'(41쪽)라고 말하는데 재능이 넘치는 사람은 아주 삭막한 환경에서도 자기 자신을 꽃피우고 자신의 생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한다. 재능이 넘치는 위대한 천재들은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한다. 우리가 다 아는 유명한 예술가들의 삶 속을 들여다 보면 아주 척박하기 그지 없는 삶의 고난 속에서도 위대한 예술이 꽃피우는 것을 보면.
-속물의 정의를 '정신적인 욕구가 없는 인간'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속물 인간의 속성을 열거해 놨는데 기억이 남아 옮겨 본다. 속물인 인간은 정신적 향락이 없다. 쇼펜하우어는 진정한 욕구에는 진정한 쾌락이 있다고 말했는데 속물인 인간은 정신적으로 추구하는 향락이 없다고 한다. 또, 속물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에게 확립된 기본 특성을 따른다고 한다. 속물에게는 정신적 욕구가 없고 육체적 욕구만 있어서 육체적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자를 찾는다고 한다. 또한 속물 인간은 이상에서 즐거움을 찾지 않고 현실만 맴돌며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한다고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진짜 정신적 향락을 추구하지 않고 텅빈 영혼과 정신의 만족을 위해 헛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물질적인 쾌락,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비뚤어진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 연일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사기 관련, 마약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사는지 잘 드러난 단적인 사회적 이슈같아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의 삶이 소유로 행복할 수 없음을, 또한 현실의 삶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음을 인정하고 살아야 잘 살아내지 않을까 싶다.
-Ⅴ권고와 격언 챕터는 문장 문장이 다 곱씹을 만한 명문장이어서 의미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개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