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건강과 행동에 대한 연구는 횡단 연구와 종단 연구가 있다. 횡단 연구는 삶의 스냅샷처럼 한 부분을 잘라내어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종단 연구는 긴 시간에 걸쳐 삶을 살핀다. 사람들에게 과거를 기억해서 말해 달라고 하는 회고적 연구이다.
하버드 연구는 회고적 연구가 아니라 전향적 연구다.
참가자에게 과거의 삶을 묻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묻는다. 84년 동안 84퍼센트의 참여율을 유지해왔고 오늘날에도 건전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의 내용이 이 책에 들어있다.
다양한 이야기 및 사례가 있어서 이론적인 느낌이 아니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꽤 긴 책이어서 읽는 시간은 오래 걸렸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이런 생각을 했다. 연구 보고서이면 표본 집단과 연구 수행자가 있는데, 연구자들이 결국 미국인이고 백인 위주의 고학력자에 이성애자 남성이겠군.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책 45쪽에 보면 그렇다고 나와 있다. 결국 모든 연구는 그 시대와 그 시대에 담아낸 인간들의 모습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이지만 행복에 관한 것도 상대적이니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도 상대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은 언제나 절대법칙은 존재할 수 없고, 예외가 있는 세상이니까.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덮을 때는 거의 이 책에서 언급된 모든 연구 결과로 비롯된, 도출된 공통된 주장인 인간의 행복은 친밀한 관계의 형성과 유지로부터 나온다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보편타당한 소리 혹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잘 정리해 놓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래 우리가 행복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닐 것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알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하고 행복에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타인과 동감하고 공감하고 싶은 이유이지 않을까?
이 책에서 사례로 들고 있는 중요한 인물들의 전향적 결과들은 '지금, 여기에, 이 순간'의 감정과 과학적 진단, 판단에 의한 결과라서 비교적 한 사람이 기억하는 인지적 오류가 없고,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인터뷰하고 설문을 했기 때문에 과거에 의존하는 연구 결과는 아니어서 신선했다. 한 사람과 여러 대를 거친 가족 관계, 종단 연구 결과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기마다 다른 인생의 사건과 경험들로 다양하게 흘러가는 것을 볼 때마다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웃는다'라는 말처럼 운명적인 면도 있음을 느꼈다.
나이도 같고 비교적 같은 경제적 상황과 학력, 사회적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인생이 어떤 사건과 상황으로 한 명은 유명인으로 사회적 성취에 성공한 반면, 한 명은 자신의 삶이 이슈화되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각자 행복의 척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것이 다름을 알 수 있었고 실제의 삶을 통해, 그들의 설문과 인터뷰, 심리 상태로 행복이란 것은 물질적 부의 획득에만 초점을 맞추어질 때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연구 참가자는 고백한다. 자신의 행복을 직업적 만족도에만 가치를 둘 때 미뤄지는 자신의 행복 추구는 아이러니하게 지연되고 진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은 나이가 들어서도 결코 찾아오지 않음을 이 책은 사례를 통해 분명히 얘기해 준다.
이 책은, 굉장히 많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에는 어느 정도의 물질적 안정이 기반이 되면 (물질적 빈곤이 행복하지 않음에 관여하는 것에 일정 부분 맞는다고 한다) 삶의 의미, 목적, 친밀한 관계, 함께 소중한 사람과 살아가기 및 잘 지내기가 관건이라고 긴긴 이야기를 통해 일관성 있게 얘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에우다이모니아' : 삶의 의미와 목적
어른도 그냥 어른이 되지 않는다.
성장과 변화 없이 좋은 삶이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에릭슨의 발달 단계 청소년기. 나는 누구인가?
어른 아이로 자란 사람들의 삶의 불균형 상태
사회적 역할과 가정 내 가장 역할 수행으로 마음은 성장하지 못하고 미뤄지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모른 채 어린아이로 고착화된다. 가정은 사회적 관계 맺음의 최소 단위임을 이 책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