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글로 먹고사는 소위 생계형 작가다.
아버지는 부탄가스를 흡입해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였고 폭력을 일삼았다. 저자가 어릴 때 방치되었던 돌봄 받지 못함. 어머니로부터 정서학대를 받았다는 사실 이외에도 저자도 어머니에 의해 12살에 몇 달간 정신병원에 있었다.
병원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고 어렵사리 탈출하고 자시의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가난과 소외, 왕따를 경험하며 공부에 매진한다. 공부를 함으로써 엄마와 단절된 시간을 가지려는 생존의 몸부림. 수능 시험을 잘 봐서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에 진학하지만 대학 생활도 녹록지 않다.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대학 생활이 힘들었던 저자. 그런 자신의 이야기가 쭉 가감 없이 책에 나와있다.
읽는 내내 어린 시절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 당한 일들이 너무 슬펐다. 그런 것들이 모두 우울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심정이 들었다. 기질적으로 우울한 사람도 있지만, 저런 감당 안 되는 상황에서는 우울이 사람을 덮칠 것 같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가정폭력을 행사할 때 자신의 상처가 생기는 것보다 물건이 안 망가지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하는 저자의 태연한 글 울음이 나를 엄청 불편케 했다. 사람이 다친 것보다 물건은 한 번 없어지면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상황들이 안타까웠고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저자의 환경이 안타까웠다.
우울증으로 인해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모른 채 하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상담을 받는 것도 긍정적인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우울을 가진 자신을 용납하고 우울과 함께 잘 살아가는 것도 어찌 보면 우울증 환자의 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획기적인 일로 우울을 떨쳐낼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시간 시간마다 우울을 잘 극복하며 자신을 잘 보듬으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우울증을 겪고 약을 먹는 것이 마치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구입하고 의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부분도 공감이 되었다. 우리가 질병이 있으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는데 그런 면에서 육체적인 질병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병도 자신의 질병을 잘 진단하고 치료를 해 나가면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안 그래도 위축되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는데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자꾸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꽁꽁 숨겨서 자신의 아픔으로만 가져간다면 우울의 늪으로 빠져 건져올릴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