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우울 - 우울한 마음에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다
이묵돌 지음 / 일요일오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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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 - 에곤 실레의 그림인가?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류의 책인 것 같았다. 우울증을 껴안고 살아가면서 자신의 우울 증상을 조절해 가며 끊임없이 하루하루 부정적 생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일까 추측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책 표지부터 에곤 실레의 웅크린 모습의 여자이다. 시선은 어딘가 모르게 처연해고 밑을 향해 가 있다. 어딘가에 기대고 있지만 몹시 불안한 상태 같은 느낌. 무기력에 아무 힘도 쓸 수 없고 이불 속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살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그녀의 모습 속에 많은 상념이 느껴진다. 내가 우울해도 죽고 싶진 않아. 그런 속마음인 것 같아.

우울할 수 밖에 없는 우울에 대하여. 우울의 장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저자는 글로 먹고사는 소위 생계형 작가다.

아버지는 부탄가스를 흡입해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였고 폭력을 일삼았다. 저자가 어릴 때 방치되었던 돌봄 받지 못함. 어머니로부터 정서학대를 받았다는 사실 이외에도 저자도 어머니에 의해 12살에 몇 달간 정신병원에 있었다.

병원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고 어렵사리 탈출하고 자시의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가난과 소외, 왕따를 경험하며 공부에 매진한다. 공부를 함으로써 엄마와 단절된 시간을 가지려는 생존의 몸부림. 수능 시험을 잘 봐서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에 진학하지만 대학 생활도 녹록지 않다.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대학 생활이 힘들었던 저자. 그런 자신의 이야기가 쭉 가감 없이 책에 나와있다.

읽는 내내 어린 시절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 당한 일들이 너무 슬펐다. 그런 것들이 모두 우울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심정이 들었다. 기질적으로 우울한 사람도 있지만, 저런 감당 안 되는 상황에서는 우울이 사람을 덮칠 것 같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가정폭력을 행사할 때 자신의 상처가 생기는 것보다 물건이 안 망가지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하는 저자의 태연한 글 울음이 나를 엄청 불편케 했다. 사람이 다친 것보다 물건은 한 번 없어지면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상황들이 안타까웠고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저자의 환경이 안타까웠다.

우울증으로 인해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모른 채 하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상담을 받는 것도 긍정적인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우울을 가진 자신을 용납하고 우울과 함께 잘 살아가는 것도 어찌 보면 우울증 환자의 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획기적인 일로 우울을 떨쳐낼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시간 시간마다 우울을 잘 극복하며 자신을 잘 보듬으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우울증을 겪고 약을 먹는 것이 마치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구입하고 의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부분도 공감이 되었다. 우리가 질병이 있으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는데 그런 면에서 육체적인 질병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병도 자신의 질병을 잘 진단하고 치료를 해 나가면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안 그래도 위축되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는데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자꾸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꽁꽁 숨겨서 자신의 아픔으로만 가져간다면 우울의 늪으로 빠져 건져올릴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를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아. 너는 좀 빠져주세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 내려갈 수 있는 용기와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우울이 있음을 이렇게 다 공개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저자는 챙겨야 할 가족도 없고 걸릴 것이 없다고 해서 괜찮다고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직하게 오픈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는데 책으로까지 엮는 것이 대단하다. 자신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아니면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에세이라 그런지 쭉쭉 책이 잘 읽혔다. 2시간의 이동 시간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요즘 우울한 사람에게 전하는 어쭙잖은 충고나 위로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고 극복했다는 성공담이 아니라서 좋았다. 그냥 버티고 있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솔직하게 나눠줘서 고마웠고 독자로서 죽지 않고 쭉 살아남아서 계속 글을 써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울을 장기처럼 달고 살아도 떼어내도 되는 우울이라는 장기를 많이 떼어나고 적당히 아파하고 적당히 우울하기만을 바라는 심정이 들었다. 욕심을 부리면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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