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 들녘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앞표지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어디가 아픈지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먹는 음식을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의 관점으로 이 책은 만들어졌다.

즉, 위인들이 어떤 병으로 인해 고통을 당했고 그로 인해 삶의 모양, 일생, 업적들이 나왔는지 쭉 나와있다.

책의 집필 의도가 흥미롭고 책의 구성과 소제목이 재미있어서 즐겁게 봤다.

<차례>

3장에 걸쳐서 1장에 33명씩 총 99명의 위인들이 어떤 병으로 고통받았는지 나와 있다


3장 구성의 내용

인간이 병으로 겪는 고통으로 인해 성격, 삶의 형태, 죽음으로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들이 발견된다.

병으로 이유 있는 삶의 궤적이 생긴다.

꼭 위인의 case를 살펴 보지 않아도, 개인적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급작스럽게 닥친 병이나 평생 달고 사는 고질병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병으로 인해 사람의 성격도 변하고, 삶의 반경도 달라지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범주도 달라진다. 병으로 인해 제약이 생긱고, 할 수 없는 것도 생기고, 병으로 이그러진 삶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예술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도, 평생 괴롭혀온 고질병으로 성격도 변하게 되고, 그 병에 맞춰서 순응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극복이 안되면 안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할 테니까. 병이란 것은 부정적인 요인이고 불편한 것이고 자유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고 고통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으로 죽을 때까지 이 책에 나온 위인들은 병과 함께 동거동락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혹은 병에 굴복해 그 병에 맞는 인생의 끝을 맞이했다.

나는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각각의 병을 보면서 왜 위인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고 병으로 인한 인생의 과정들이 다 납득이 되었다. 마치 핑계 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각자의 인생은 다 그럴 만한 사유가 있고 그럴 만한 인생 항로를 지나온다는 것을.

내가 관심 있게 본 위인들의 병과 그들의 삶

예술가 중심으로 정리해 봤다.

1. 거식증으로 '황소'와 함께 점점 말라간 이중섭 (1916-1956) : 이중섭은 40세에 거식증을 앓다가 죽었다. 궁지에 몰린 화가는 물만 먹어도 토했다고 한다. 친구에게 끌려간 정신병원에서 황달과 간염까지 덧칠됐고 정신병이 아니라고 진단받았지만 병원비를 못 내서 독촉장까지 받는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의 그림 속 소들도 그의 생활처럼 마르고 비틀대고 결국 피를 흘리며 죽는 <싸우는 소>(1955년)를 그리기도 했다.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그림이었다.

2. 행려병자가 되어 영양실조로 죽은 나혜석(1897-1948) : 시대를 앞서나간 여인이었지만 늘그막에 자식도 볼 수 없었고 낡은 관습에 저항하다 병이 들었지만 누구 하나 돌봐주는 이 없이 영양실조로 52세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나혜석의 생을 보면서 인생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 폐결핵으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1910-1937) : 이상의 시집을 최근에 읽은 적이 있고 이상에 관련된 뮤지컬을 봤다. 그의 삶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워낙 알려진 그의 삶이라 폐결핵이란 병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 폐결핵이 어떤 병이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또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어떠한 처치도 없이 고스란히 병을 견뎌내야 했던 그가 측은했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그의 정신 세계와 삶이 평범치 않았고 폐결핵으로 27세의 나이로 죽게된다.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의사가 폐가 형체도 없다고 했다.

4. 드뷔시는 대장암으로 죽었고, 중이염과 뇌수막염으로 죽은 오스카 와일드, 당뇨에 걸린 세잔, 메니에르병이 있었던 반 고흐, 아편 중독이었던 베를리오즈, 카페인 중독이었던 오노레 드 발자크, 결핵과 심막염을 앓았던 쇼팽, 매독과 장티푸스를 앓았던 슈베르트, 구루병을 앓던 알프레드 아들러 등등..

니체와 아모르 파티

색다른 위인전. 삶과 죽음의 이유를 관통하는 그들의 질병

병을 통해 생, 노, 사를 톺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은 주로 위인들의 업적 위주로 성취나 성과, 뛰어난 점을 찬양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위인들이 질병으로 고통받았지만 그런 점들을 어떻게 껴안고 삶을 살아냈는지, 또 어떻게 굴복했는지, 또 어떻게 그런 창작품, 예술품, 성과들이 나왔는지에 대한 색다른 고찰이다.

병을 안고 살아간 위인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부담 없이 가볍게 쓱 읽히는 책이다. 위인의 삶과 병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