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 대체 제목에서 말하는 '더블엑스 이코노미'가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했다. 더블엑스는 여성의 염색체 구조인 'ⅩⅩ'일 테고, 이코노미와 결합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상상이 안 되었다. 책을 보니, 더블엑스 이코노미는 부정적인 의미였다. 여성으로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마이너스의 의미를 가진 저자가 붙인 경제 용어였던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이 경제적 기회를 얻으면 한 가정을 넘어 사회의 빈곤이 해결되고 궁극적으로 모두가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력 강화는 다양한 사회에서 억압되고 심지어 여성의 경제적 주권마저 실행하기 힘든 사회의 예가 나온다. 특히,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아프리카 나라인 가나, 우간다, 케냐 등에서 행해지는 온갖 사회적 악습, 관습, 여성을 향해 자행되는 폭력, 강간, 이른 나이의 임신, 낮에는 죽도록 일하고 밤에는 성 노예로 전락하는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를 책에서 접하게 되었는데 여성 경제력을 운운하기 이전에 남성의 횡포로 여성의 인간 이하 취급을 당하는 점에서 정말 화가 났다. 경제를 논하기 전에 그런 사회에서는 여성의 최소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형국이라 어디서부터 여성의 인권과 경제 활동을 지원해야 하는지 엄두가 안 날 지경이다. 국가마다 사회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성의 경제 활동은 항상 남성의 보조적인 위치로서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게 받고 높은 사회적 위치도 획득하지 못한다. 아무리 여성의 인권과 경제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세계는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며, 특히 경제 분야는 남성이 좌지우지한다고 보면 된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세계 어느 나라의 여성이건 경제 활동을 하려면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는데, 특히 아프리카의 남성 가장은 모두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순종과 희생을 강요받지 않고 교육을 받고 자주권을 추구하는 여성을 대신해 결정하고, 결혼이라는 규범을 제시한다. 여성의 생식력은 도구로 쓰이고 아프리카 소녀는 자녀를 갖도록 강요당하고, 미구 여성은 일을 위해 어머니의 역할을 포기하거나 어머니의 역할을 위해 일을 포기하라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여성은 바람직한 아내 역할에 대한 가부장적 관념 때문에 교육의 결실을 박탈당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맞벌이 형태가 이제는 많아졌지만, 아직도 가부장적 사고 때문에 여성이 많은 역할을 도맡아 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남성이 경제의 주체로 우위에 서 있는 점에서 비슷했다. 경제 상황과 맞물려 여성은 일도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며, 아내로서의 역할, 부모를 봉양하는 역할까지 온갖 가정적 역할에 치여 남성보다 사회에서 오롯이 일하는 순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다. 비단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떠나 효율성만 따지는 여성 경제 활동보다는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과 사회적인 가치관의 변화가 있어야 제대로 된 여성의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여성을 가두는 족쇄로 전락한 모성 부분에서도 많이 공감이 되었다. 특히 그런 모성애를 강조한 육아 서적, 여자는 자녀 양육이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함의가 극도로 거부감이 일 때가 있다. 비단 경제학에서 말하는 여성의 경제 제약 조건이 아니어도 여성을 모신에 가둬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여성의 능력을 발휘 못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것이 이 책을 통해 더욱 설득력이 생긴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성차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여성을 집에 몰아넣을 핑계로 모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예를 들어 자녀 양육에 있어서도 부성은 없어도 되는 것처럼 모성만을 강조해 여성이 자녀와 꼼짝없이 붙어 있어 경제 활동 자체를 차단하는 가치관과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여성이 일을 한다는 이유로 죄악시하거나 자녀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한다는 데 있다. 또 여성이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집에 머물거나 남성보다 적은 금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물적 본성을 자극한다고 하는데 공감이 갔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면 우리 인류가 발전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남성이 여성을 자꾸 배제시킨다는 것은 경제를 떠나 예전부터 있었던 남성과 여성을 권력, 복종의 체제의 뿌리 깊은 근원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는 여성을 위한 경제 활동 증진 방법과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인의 방법과 전 세계적으로 인식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