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최인호 선생님이 2007년에 출간하신 <꽃밭>을 작고하신지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에세이 형태를 띤 작은 연작 소설집이다.
최인호 작가님의 소설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만 들어도 '아!' 하는 유명한 작품을 많이 쓰신 작가 시다. 소설이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영화, 개그의 소재, 광고에 직간접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기도 했다.
평생을 작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시고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자궁에서 나온 창작품인 소설도 아주 많이 팔린 한마디로 잘나가는 문학계의 대부셨다.
그중에서 작가님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직접적으로 글로 나타내시고 작가님과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찬 이야기집이 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기 전 -책머리에-부분을 읽었는데 작가님의 인생철학이 이 시에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를 노래로 많이 들었고, 누군가의 환송회에서 라이브로 들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딱히 노래를 잘 부른다거나 음악적으로 아름답다기보다 서정적인 가락에 노랫말이 마음에 꽂혀서 그 순간에 울림이 컸다. 그리고, 한동안 이 노래가 잊히지 않았고 단아하게 이 노래를 불러 주신 그분이 가끔씩 떠오른다. 그 분과는 전혀 관계없는 얼굴만 아는 정도였는데 그때의 시간과 감동이 이렇게 길게 여운을 남길지는 상상도 못했다.
아마도, 그때의 내 가슴이, 내 마음이
이 가사의 고운 꽃처럼 내 사람을 사랑했고
존재 자체로 귀했다.
내가 만난 사람이 소중했고
꽃처럼 향기 날리며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했는지도.
아니면,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포장할 만한 것으로 잠시 착각하여 그 순간에 내 님을 기억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삶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삶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느끼는 내가 있어서,
그냥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비록 상처투성이, 성공하지 못한 실패, 평범한 것을 부러워하는 보잘것없고 초라한 삶에
나도 꽃이었고,
신이 창조한 이 꽃밭에
들풀처럼 살다가는
들꽃이었다고 해도,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 인생의 끝을 맞이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리라.
나는 이 에세이 소설집을 읽으며
또 한 편의, 꾸깃꾸깃 꼬불쳐 놓은 내 삶의 조각들을 다시 펼쳐보았다.
이런 책을 읽을 때 소설과 다른 점은
작중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가치, 생각들에 물 흐르듯 그렇구나 하면서 가볍게 읽고,
내 삶으로 바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님의 삶과 나의 삶은 일치점이 없어서 더더욱 재미있었다. 책이란, 본래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 상황, 가치관, 철학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삶의 방식, 형태는 많이 달라도 기본적인 것에는 동의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인 나의 마인드와 같은,
'인생은 아름다워'일 것이다.
작가님의 단문이 참 좋았다. 간결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시고 꾸밈없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써 주셔서 읽는 맛이 났다.
쓰시는 단어나 어휘, 사건, 상황도 친근감 있고 무엇보다 가족 이야기가 있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 좋았다. 한편으로는, 작가님이 표현하는 주위 분들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의문도 들었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글로 쓸 때 나의 생각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글 쓰는 이의 글 쓰는 행위가 참 영향력 있고 존재감을 확 드러내는 것이구나 무서웠다.
모든 창작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주로 쓰지만, 주변인들의 삶을 소재로 쓸 때 허락을 받고 쓰나 싶다. 갑자기 뜬금없이 궁금해졌다.
내가 작가라면,
엄청 신중해질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에세이는 조심스럽고,
무한정 상상력과 공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픽션이 적합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