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의 관점에서,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 성과를 토대로 자존감(self-esteem)이라는 개념을 생물학 용어로 재정의하고 감정이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자존감이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 또 자존감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적 접근법을 제안한다.
저자는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서 학문적 접근으로 딱딱하고 어렵게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흥미롭게 감정, 자기(self), 자기감(sense of self), 자존감을 과학적 관점에서 읽을 수 있게 썼다.
'자존감'이 한참 서점가의 핫 이슈일 때 정신과 의사(자존감 수업_윤홍균), 심리학자(자존감의 여섯 기둥_너새니얼 브랜든), 뇌과학자, 상담가, 교육전문가 등의 무수히 많은 책을 읽어 봤는데 의학적 관점, 인문학 관점과는 다른 뇌과학의 관점에서 계속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책을 읽으니 자존감이 어떻게 뇌과학으로 풀이되는지 알 수 있게 되어 더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알고 있던 내용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어 흥미진진했다. 역시 학문적으로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예시를 들어 설명을 해 주니 이해가 잘 가고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현상에 대해 속시원히 대답을 해 주는 책이었다.
이런 책은 도덕적 가치나 옳고 그름, 감정에 호소가 아니라 더 깔끔하고 매력을 끄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설득하지 않아도 이런 이런 현상과 그 현상의 이면에 담긴 이론, 실험, 가정 설계에 따른 결과 분석, 추측, 논리성이 있어 독자가 쓱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 그런지에 대해 흡수가 되는 책이어서 고맙다.
나는 자존감 관련하여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이고 책에 담겨 있는 내용 자체가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이론과 설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한때 자존감 관련해 많은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에도 저책에도 중복되는 내용을 많이 봐서 나중에는 거르고, 셀프 자존감 처방전 같은 책은 이제 살짝 진부하거나 식상해 버렸는데, 이 책은 자존감 향상 주제가 아니고,
'어떻게'에 초점을 둔
자존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형성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알려주고 있어 좋았다.
평소 자존감에 대해 '왜', '어떻게'에 끊임없는 질문이 생긴다면 이 책을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시면 좋겠다.
[목차]

[책날개 : 지은이 김학진(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 생물심리학 박사학위 받음.]
[머리말 :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하고 방지하는 방법은 '자기 감정 인식' 이라고 제안함.
이 책은,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하고 건강한 자기감을 유지하기 위해 뇌과학적 관점에서 방법을 제시함 ].
읽다 보니 재미있어서 공감 가는 부분에
흔적이 많다.
그중에 몇 부분만 추려서 올려본다.
1부 자존감에서 자기감으로
1. 자기감의 생물학적 기원
자기를 인식하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 아니며 어류도 자기를 인식한다.
TPJ 측두_두정 접합부는 시각, 청각, 촉각 정보가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영역이다.
뇌섬엽은 내부 감각 정보를 통합하고 신체소유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체소유감을 얻기 위한 보수와 진보의 다툼처럼 보인다. 뇌섬엽은 나의 신체를 제한하고 그 범위에서만 신체소유감을 규정하려는 보수이고 TPJ는 신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외부 환경으로 자신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진보 세력이다. 전자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후자는 유연성을 추구한다. 생존에 필요한 신체소유감을 유지하되 환경 변화에 따라 적응하려면 두 신경 회로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신체와 환경 간의 관계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2. 알로스테시스, 뇌의 생존 전략
생명체는 '항상성'이라는 질서를 추구한다.
뇌가 하는 일은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다가 나도 무한 끄덕임 하면서 공감 갔던 대목인데, 뇌과학자는 이 대목을 읽고 자기 전공과 관련하여 코멘트한다. 역시!
인간이 보상을 극대화하려고 일부러 신체 항상성 불균형을 초래하여 안전한 해소 방식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을 잘 드러낸다.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중 62쪽
나는 그때 당시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이 부분을 읽고, 나는 극도의 안전주의자이고 돌발적이고 끊임없는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여행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 심지어 공포마저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뇌는 안정지향적이라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쾌락을 즐기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이유로 여행 자체를 크게 즐기지 않는 예전의 내가 떠올라 이 부분을 읽으며 '작가와 나는 다르군' 하면서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나의 뇌는 외적 보상과 강화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는 저자극 선호형 뇌를 가지고 있고, 예측성이 힘든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알게 되었다.
행복 호르몬의 역설 :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은 중뇌에서 생성되어 측핵을 비롯한 여러 뇌 부위로 광범위하게 전달된다.
이 책 63~65쪽 내용은 적절한 예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아침의 모닝커피와 담배가 가장 맛있다. 잠시 강렬하게 느낀 이 행복감은 그 후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이 행복감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견뎌내야 한다. 이 하루 첫 커피의 첫 모금이 주는 행복감도 매일이라는 시간이 겹쳐 지나가는 동안 서서히 조금씩 준다.
행복감은 오랜 절제 끝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선물하는 찰나의 경험이다. 따라서 행복은 그 찰나의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의 시간을 오래도록 쌓는 노력일 수밖에 없다. 행복은 그 경험을 향해 다가갈수록 도리어 더 멀이질 수밖에 없고, 단념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어깨를 잡아채며 느닷없이 선물처럼 안긴다.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65쪽
와우! 이 부분 나도 적극 동의하는데 글로 잘 써 주셨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을 해 주셨다.
내가 원하는 것이 타인의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일 수 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외모 집착, 명품 집착, 타인이 볼 수 있는 것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것도 일종의 사회적 관계에서 인정 추구를 바라는 인간들의 심리다.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가 이 책에서는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어머나! 나의 성향을 너무나 잘 표현해 주는 점이 이런 이유구나.. 이 책을 보니 더 나에 대해 알게 됨.
예전의 나는 무의식 속에서 인정받는 걸 기대하며 살았고, 요즘의 나는 심각한 사회적 부적응인가? ㅎㅎ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한번 중독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중독의 벗어날 수 없음에 대해 중독은 또 다른 중독으로 대체된다는 우울한 얘기였는데 이 책도 그 중독의 무서운 사이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뇌가 신체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도록 뇌와 신체 간 소통력을 높여준다? 참 어려울 것 같은. 느낌.
나의 내적 모형과 자기감, 자존감. 능동적 추론 이론. 뇌과학적 기제와 작동원리로 살펴보는 작업의 중요성
3. 자존감은 뇌과학이다.
자기감 : 주변의 물리적 환경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추정치
자존감 : 주변 타인들이라는 사회적 환경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주관적 추정치
자존감,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힘!
심리학에서의 자존감 : 개인이 외부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기에 대해 갖는 가치 판단을 가리킴. 여기에서 말하는 자존감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의미하므로 다른 사람의 시각은 무관하다고 하나 과연 그런지
이 책에서는 내가 나를 보는 시각이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부분 완전히 공감했다.
2부 뇌가 자존감을 방해하는 방식과
3부 감정을 직면하는 뇌는
직접 읽어보시면 좋겠다.
내용을 토막 토막 잘라 맥락 없이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읽어 보시면 읽는 맛이 있다.
쭉 읽어나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